-경찰노조의 길 22-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오늘은 귀하가 쿠데타를 일으킨 80년 당시 고등학생의 몸으로 고문을 겪어야만 했던 김용필씨와 함께 왔습니다. 한창 배우고 자랄 10대 어린 나이에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 몸과 마음이 부서졌던 김용필씨. 이 분은 3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몸이 불편하고 대인기피증 등 고문후유증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당신이 저지른 일들 당신은 잊어버린 과거의 일이 됐는지 몰라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인 고통입니다. 독재자 전두환씨 엊그제 설날에 10대 손주들의 세배 받으셨지요. 그 어린 나이에 당신의 쿠데타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한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0대 청년을 고문으로 쓰러뜨린 독재자 전두환씨 사과할 의사 없으십니까.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어서 사과하기 바랍니다.”

이는 전두환 사저 100미터 전방에서 생방송 취재 도중 마치 강도 붙잡듯이 엎어치기 해서 땅바닥에 내동이쳐진 채 뒷수갑까지 채워 현행범으로 체포당했으며 병원신세까지 져야 했던, MBC 팟캐스트 손바닥뉴스를 진행하는 이상호기자가 미리 준비한 인터뷰 질문지 내용이었다.

이날 서대문서 형사과장은 “사저를 경호하려던 의경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이상호기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며 의경 여러 명이 다쳤고 가해자도 한 명 더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이상호 기자를 밀쳐내는 과정에서 전경이 맨홀에 스스로 발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측은 전두환 집 주변 CCTV의 모든 선이 뽑아버려 증거제출이 어렵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손바닥 TV’ 측이 체포과정을 모두 촬영해두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상호 기자가 영락없이 종로경찰서장 셀프폭행에 버금가는 사태로 내몰릴 뻔했다.

게다가 전두환의 사저 경호에 대한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 마음대로 전두환 사저 경호 경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전두환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지 않는다. 1997년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무기형을 받아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두환씨는 법의 적용이 정지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도 퇴임후 10년으로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1988년 퇴임한 전두환씨는 24년이 넘어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경찰이 전두환 사저를 경호 경비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유일한 근거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불과하다(제2조 경비 요인경호 및 대간첩작전수행). 그런데 정작 경찰은 경호규칙에만 있는 요인경호가 기밀사항이라 둘러대기만 할 뿐, 왜 퇴임한 범죄자 전두환씨를 요인으로서 경호 경비해야 하는지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요인경호’도 요인에게 신변의 위협을 있을 때로 국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법원 판결에 의해 헌법질서를 교란시킨 중대범죄자로 판명난데다, 추징금 미납액이 자그마치 1,672억원에 이르는 전두환씨를 경찰이 경호주택까지 매입해 보호하고 있는 것은 예산낭비이며 위법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두환 사저 경호에 쓰이는 돈은 연간 8억5천만 원이다. 또한 서울시 소유를 포함 안가 4채를 경찰이 무상으로 사용 중이다. 법적근거가 없는 이 경호주택은 하루속히 매각해야 한다. 이미 2004년, 전두환씨가 막강한 황제경호를 받는 배경에 막대한 비자금이 숨어있으며, 경찰이 전두환 집 주변에 안가를 3채나 사놨다는 것도 이상호 기자가 보도한 것이다.

사실보도를 막는 독재정권과 언론사주에 맞서 언론노동자들이 파업하듯이, 현장경찰과 전의경 역시 법적 근거조차 없는 범죄자 경호경비를 위해 동원당하는 것에 대해 맞서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경찰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아예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찰의 박봉과 열악한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법집행’ 기관 본연의 자세 회복과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경찰노조는 필수적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