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시도, 슬로건은 이렇게

2012년 민주노총은 중심 슬로건을 “함께 살자!”로 선정하고 “더 분노하고 더 행동하라”를 이미지화 한 “더 …하라” 콘셉트의 슬로건(그림 참조)도 같이 쓰기로 했다. 굳이 연결하자면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더 분노하고 더 행동하자는 말쯤 되겠다. 이 중 “더 …하라” 슬로건 콘셉트는 민주노총의 기존 선전어법에 비하면 모험이고 시험이다. 슬로건이란 위급할 때 집합신호로 외치는 소리(sluagh-ghairm)를 슬로건이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정치 등에서 대중행동을 조직하고 선전하는 데 쓰는 짧은 문구로서, 쉽게 기억시키기 위해 내용이 쉽고 표현이 단순하며 단정적(斷定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개념에 따르자면 민주노총의 기존 슬로건은 길고 어렵다. 당연히, 일부러 외우지 않는 한 기억되지 않았다. 가령 이렇다. “국민에게 일자리를!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서민에게 복지를!” 사실 어렵진 않다. 그러나 돌아서면 잊혀지는 말이다.

기존 슬로건은 의제를 직접 열거하는 방식이다. 반면, “더…하라”는 전혀 의제를 담지 않았다. 특정 의제에 집중시키기보다 민주노총을 쉽게 떠올리게 하고, 바라자면 의제까지 연상해주면 금상첨화다. 이해시키기 보단 직관으로 느끼고 이미지로 기억되길 기대했다. 다만, 욕심을 부리자면 일상에서 격려와 채근의 의미로 “좀 더 …하자.”, “더 …해라”라는 대화를 할 때, 민주노총 슬로건이 연상되길 바랬다. 그런 과정에서 의제를 통한 이슈파이팅 문제는 향후 행동과 투쟁의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집어쳐! 한나라당. 더 투표하고 더 진보하라”식으로 다양한 응용도 가능하다. 이때도 실제 표현은 이미지의 형태로 드러낼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 홍보실이 슬로건 선정에서 고려한 점은 이랬다. “△기억성이 좋아 일상에서 쉽게 입에 오르내리며 연상된다. △디자인 등 각종 이미지로 표현, 기억시킨다. △확장성을 가지는 문구, 의제 표현의 활용도가 높다. △ 기억성과 이미지에 따른 핵심의제 연상과 조직홍보가 가능하다. △정세와 목표를 상징적으로 반영하되 대중언어로 짧게 표현한다.”
 
이렇게 선정된 슬로건은 그 자체로 힘을 갖진 않는다. 반복해서 써서 대중에게 노출해야 하며, 조직의 행동으로 뒷받침됐을 때 세간에 각인될 것이다. 하여 2012년의 두 중심 슬로건은 이미지이자 문구로서 민주노총의 각종 선전물에 반영될 것이고, 모든 문서와 말에 담아 반복해서 표현 할 계획이다. 이 생소한 시도는 사실 조직 내의 적지 않은 문제제기를 받았다. 우려의 핵심은 의제 전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제기는 홍보실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거나 의도가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반영한다. 홍보실은 기억성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의제라도 전달력은 무망하다는 판단이었지만, 최종적으로 “함께 살자!”를 2012년 중심 슬로건으로 같이 사용키로 했다. 2009년 “함께 살자!”는 정리해고 된 쌍용차 노동자들의 절규였다면, 2012년 “함께 살자!”는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은 연대의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자, 세계에 회자된 99% 분노의 요구와도 맞닿은 의미이다. 즉, 2012년 민주노총의 “함께 살자!”는 저항의 호소를 넘어 노동하는 삶의 가치를 담은 행동지침이기도 하다.
 
2011년 민중들의 세계적인 분노를 이어, 2012년 민주노총은 99%가 함께 살기 위해 1%에 맞서 더 분노하고 더 행동하자고 촉구한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고 우리 사회에 던지는 호소이다. 그리고 나는 질문한다.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나은 무엇을 더 할 것인가?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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