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효과 시조 ‘조르주 멜리어스’ 오마주

당신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현실을 잊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몰핀 효과 같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마술이고 트릭이다. 지금은 CG가 트릭을 대신하지만 예전에는 다양한 테크닉으로 관객을 속였다. 영화 ‘휴고’는 특수효과의 시조, 바로 조르주 멜리에스에 관한 내용을 3D 장르로 각색한 것이다.

넘쳐나는 영상매체의 홍수 속에 사는 우리의 관점으로는, 스크린에 기차가 달려오자 정말 기차가 달려오는 줄 알고 놀라서 도망가는 사람들을 십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초창기 영화는 달려오는 기차를 스크린에 담은 것만으로도 대박 흥행이었다. 사람들에겐 ‘화면 안의 가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영화들이 하루아침에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일일이 세트를 만들고 필름 프레임을 한 장씩 손으로 색칠했던 제작의 어려움, 현재와 비교해 상상도 할 수 없게 열악했던 환경(당시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까지 있었다), 창조성에만 의지해야 했던 기법들을 보노라면 과거 영화인들의 노력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1931년 파리, 몽파르네스 기차역과 역사 내 커다란 시계탑이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다. 그 시계탑 속에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역사를 오가는 수많은 대중들과 일상들이 그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느낌이다. 영화 ‘휴고’의 줄거리만 본다면 로봇에 담긴 비밀을 풀어내는 부랑아 소년의 멋진 모험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영화의 초첨은 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에 대한 오마주(재현)에 있다.
 
영화가 보여주듯 어쩌면 세상은 거대한 시계태엽이다. 태초에 동력을 품은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세상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시계태엽을 돌려야 하고, 고장 난 부품은 계속 나오기 마련이다. 태엽을 돌리는 부랑아 소년 휴고(아사 버터필드)가 아버지(주드 로)로부터 물려받은 고장 난 로봇이 지닌 그리움과 향수가 관객들을 자극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의도가 있다. 의도를 잃는다면 고장난 것과 같다.”는 대사를 통해 부품과 같은 현대인들에게 존재의 이유를 되묻는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11개 부분 최다 노미네이트,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수상했고, 조르주 멜리에스는 프랑스의 영화감독으로 세계 최초의 영화 스튜디오에서 트릭영화를 주로 만들었으며 ‘이중노출’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 등의 기술을 발견한 영화사에 획을 그었던 인물 중의 한명이다. 그는 세계 최초의 종합촬영소를 세웠으며 영화의 흥행체제도 확립했다.
 
강상철 ksc000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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