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휩쓸고 간 멕시코의 노동기본권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민주․독립노조를 합법적으로 탄압할 수 있는 각종 노동악법과 관행들, 노조결성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 불법적인 직장폐쇄와 폐업, 용역깡패를 동원한 물리적 폭력…….

이러한 현실에 맞서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멕시코 노동자들과의 연대행동이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졌다. 국제노총(ITUC), 국제금속노련(IMF)의 발의로 2월19일~25일이 <멕시코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탄압 중단을 위한 국제 공동행동주간>으로 선포되었다. 멕시코시티 중앙광장, 런던, 제네바, 프레토리아, 시카고 등 여러 도시에서 각 국 노동자들은 멕시코 정부에 대한 항의행동에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역시 지난 2월 24일 피켓과 항의서한을 들고 주한 멕시코 대사관을 찾았다.
 
 
국제 공동행동의 배경
2006년 2월 19일 65명 광산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파스타 데 콘초스(Pasta de Conchos) 석탄광산 폭발사고가 있었다. 당시 사고가 발생하자 이 광산의 소유주인 멕시코 최대 광산자본 “그루포 메히코(Grupo México)”는 5일 만에 유가족들을 강제 해산시킨 채 전기를 끊고 구조작업을 중단해 버렸다. 이 광산에서 비일비재하던 산업안전법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멕시코광산금속노동조합이 이에 항의하며 세 차례 파업을 벌이자 정부는 오히려 “노조 선거결과 신고/승인제”라는 악법을 이용하여 민주적으로 선출된 나폴레온 고메스 사무총장에 대해 발급된 임원선거 승인을 반려해버렸다. 정부의 이러한 노조 자주성 침해에 분노한 멕시코광산금속노조는 70개 사업장에서 48시간동안 파업투쟁을 벌였고 특히 일부 지회에서는 무기한 파업으로 투쟁을 지속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불법파업 규정, 공권력 투입, 최루탄, 곤봉, 실탄을 통원한 강제진압, 노동조합에 대한 고발, 노조임원 수배. 결국 63명의 시신은 아직도 매몰되어 있고, 사무총장은 캐나다로 망명하여 활동 중이다.
 
독립노조 건설을 가로막는 노동악법
멕시코 정부가 멕시코광산금속노조를 이토록 끈질기게 탄압하는 이유는 이 노조가 자주성을 핵심으로 하는 독립노조이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지배적인 노총(CTM)은 60년 이상 멕시코를 지배해온 제도혁명당과 공식적으로 연결된 어용노조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의 대표적인 노동악법인 “보호협약”은 유령노조를 양산한다. 기업은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또는 몰래) 제출된 노조설립신고를 접수하여 이들과 “보호계약”(가짜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령노조들은 해당 사업장에 독립노조가 건설되는 것을 가로 막는다. 사업장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지만, 같은 사업장 내에 노조가 이미 존재할 경우 교섭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통해 노동자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노동자들이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한데, 노동위원회가 직접 개입하여 교섭대표 선거를 지속적으로 연기/방해하거나 용역깡패를 입회시킨 채 구두로 찬반을 말하도록 강요한다.
 
노동기본권 쟁취,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투쟁의 전국적인 확산
 
광산금속노조뿐 아니라 많은 독립노조들이 어용노조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지키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2009년 칼데론 대통령의 송전회사 해체를 명함에 따라 44,000명의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를 당하고 95년 전통의 멕시코 전력노조가 강제로 해산되자 노조는 6개월간 멕시코 중앙광장을 검거하고 농성투쟁을 벌여 정부로부터 원직복직을 약속을 받아냈다. 텔레포니카 소유의 콜센터에 근무하는 젊은 노동자들은 어용노조를 몰아내고 독립노조인 멕시코통신노조에 가입하여 “보호협약”을 해제하기 위한 투표를 실시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노동위원회의 방해와 경찰 구사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멕시코 혼다자동차노조 역시 “보호협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노조를 결성하고 교섭권을 획득하기 위한 선거를 요청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의 방해에 시달리고 있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 국 노동조합들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탄압을 규탄하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2012년 G20 의장국을 맡은 멕시코 정부의 노동탄압 역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키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멕시코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과제다.
 
국제부장 류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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