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들의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

2011년 12월23일 국민일보 노조의 파업을 필두로 언론 노동자들의 연쇄 파업이 시작됐다. 2012년 1월30일 서울 MBC 노조 파업, 3월6일 KBS 노조 파업, 8일 YTN 노조 파업, 12일 지역 MBC 노조 파업, 15일 연합뉴스 노조가 파업했다. 언론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 파업의 가장 큰 이유는 ‘편집권 독립’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일보는 조용기 목사 가족의 간섭과 사유화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을 했고, MBCㆍKBSㆍYTN은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파견한 김재철ㆍ김인규ㆍ배석규 사장을 퇴진시키고 편집권을 보장받아 방송의 신뢰성을 회복하려고 파업을 했으며, 연합뉴스도 박정찬 사장과 경영진에 의한 편집권 침해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을 했다.

이 연쇄 파업은 경영진에 의해 저질러진 편집권 침해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 파업에 대중들은 지지를 보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을 뼈저리게 체험한 대중들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파업을 지지했다. 최근에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중들이 이처럼 지지를 보낸 경우가 있었는가 싶다. 파업 중인 언론사 노조는 콘서트를 개최하여 큰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그동안 정부는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언론을 통제 및 장악해왔다. 한편, 근현대 정치사에서 언론은 정권에 기생하며 자신들의 배를 불려왔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통제받지 않는 자유를 갖고 존재했다. 그래서 언론노조의 파업과 투쟁은 늘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 즉 ‘자유로운 언론’을 ‘언론의 자유’라는 권리와 의무 아래 통제하기 위해 시작됐다.
 
자유에 의한 자유의 침해. ‘언론의 자유’는 ‘자유로운 언론’에 의해 침해된다.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이 임명되면, 정권에 유리한 보도가 나갈 수 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의 경우 사주의 입장과 반하는 보도는 나갈 수 없다. 경영진에 의한 편집권 침해는 언론 자유의 박탈 상태다. 언론 노동자들은 편집권 독립, 언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한다.
 
파업 장기화, 구조개혁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선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언론학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 명제의 당위성은 충분하나, 현재의 정치경제 생산체제에서는 공허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방법의 문제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는 방송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임금 노동자들이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노동의 자유를 쟁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동력을 착취당하지 않는 근본적인 사회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jazzma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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