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노동부장관 취임 1년은?

박성식 부대변인
지난 6월 31일로 이채필 노동부 장관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취임 초기 그는 MB정권 실세였던 임태희, 박재완 전임 장관들과 달리 노동부 내부 출신 장관 제1호라는 이력이 부각되며, 꼼꼼한 실무형 장관이라는 평을 들었다. 반면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란 평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가 어떤 사람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듯하다. 어차피 그의 역할은 MB정권의 반노동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는 마무리투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 따라 MB정권의 민주노조 말살정책이 핵심이자 논란의 중심이었던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단일화는 시행 후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보완 없이 관철되었고, 지난해 7월 제도시행 이후 민주노조운동은 ‘재앙과 후퇴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비정규직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양산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며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돼왔지만, MB정권은 철저히 방조로 일관했다. 심지어 2010년 7월 대법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이 나왔지만, 2년 가까운 시간동안 개선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고작 정부가 한 일이라곤 마지못한 실태조사와 ‘사내하도급 근로자보호 가이드라인’뿐이었는데, 이는 오히려 대법 판결을 무력화시키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평생 간접고용의 굴레를 씌우려는 시도로서 사실상 사용자를 위한 면죄부였다.
 
방조는 비단 비정규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22명이나 죽었고,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전국적 이슈로 제기됐어도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그 어떤 책임감도 보여주지 않았다. 투쟁하는 노동자를 철저히 무시했고 악화된 민주노조를 철저히 짓밟았다. 저임금의 확산도 방조됐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위원 모두가 퇴장하는 유례없는 파행을 맞았고, 심지어 올해 노동부는 그 어떤 의견수렴도 없이 보수성향의 인물을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앉혔다.
 
이 모든 반노동정책이 추진된 결과 지금, 한국은 ILO에 가입한 지 20년이 넘도록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정부는 1991년 ILO 가입 당시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8개 핵심협약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결사의 자유’ 협약(85호)과 ‘단체교섭권’ 협약(98호) 등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2012년 5월 현재 전체 189개 ILO협약 중 한국이 비준한 협약 수는 28개에 불과하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63개의 1/3 수준이며, ILO 183개 회원국 중 128위다. 그나마 이채필 장관은 유일하게 노동시간단축과 이를 통한 일자리창출로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려했지만, 이 조차 공염불로 끝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정부는 휴일근로 제한 등 근로시간단축을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한다며 현 정권의 임기 내에 추진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림으로써 노동시간단축은 결국 변죽만 울린 꼴이 되었다. 당연히 늘리겠다는 일자로도 내놓을 것이 없고, 고작 저임금단시간 일자리만으로 생색을 내고 있다.
 
이채필 장관 취임 1주년을 맞아 인터뷰를 한 동아일보에 따르면 장관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우문현답’이라고 한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를 줄인 말이라고 한다. 말은 좋으나 그가 행한 우문현답을 보면 씁쓸한 따름이다. 2010년 차관 시절 그는 사적도 아닌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어찌 보면 우문인 “합법적인 단체행동권이 인정되는가?”라는 질문에 “타임오프에서는 제한 될 수 있으며, 노동3권 행사를 사용자가 모두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타임오프로 제한하겠다는 자백으로서, 가히 MB정권의 마무리투수 재목다운 우문현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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