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개원하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일성으로 비정규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민생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그 중 핵심인 비정규직관련 법안을 앞 다투며 발의한 것은 당연하고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 입법 내용은 기만적이고 미흡하다. 특히, 새누리당의 입법안은 ‘보호’라는 양의 탈을 쓰고 ‘착취’를 합법화하려는 늑대라 할 것이다.

우선 30일 발표된 민주통합당의 비정규직 법안은 사용사유제한을 골자로 △비정규직 해소 및 차별시정 비교대상 확대, △차별에 대한 입증 책임 사용자로 전환, △차별시정 제기 주체의 확대, △최저임금 상향 및 적용대상 확대,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중립성 강화 등을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인정과 상시업무의 외주전환 금지 등 간접고용노동의 철폐, 중간착취의 대명사인 파견법 폐지에 대한 입장으로 법안을 내놓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에 비해 29일 발표한 새누리당의 비정규직 법안은 일부 임금차별 개선효과를 앞세워 폐기해야 마땅한 사내하도급 등 불법부당 간접고용을 양성화‧합법화하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만적이고 불순하다. 사실상 비정규직 착취를 일삼는 재벌과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차별시정 청구자격을 확대한다며 대표 청구인제도와 해당 노동조합이 차별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겉으로는 개선된 것으로 보이나, 내용적으로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들에게 길을 터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판결이 7년 가까이 법정 공방을 이어오며 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듯, 거대 회사를 상대로 장기간 법정싸움을 감내할 수 있는 대표청구인은 많지 않다. 또한 노동조합 설립조차 자유롭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당 노조가 청구권을 갖도록 한다는 것도 효과를 의심케 한다. 우선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시정이 효력을 가지려면 차별 비교대상을 확대하고 차별여부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시키며, 장기간의 법정싸움에 대응할 수 있는 상급단체에게 시정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이 특히 노리는 바는 간접고용 착취와 불법파견의 대명사인 사내하청을 합법화시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발표한 사내하도급법 취지와 18대 국회 후반에 제출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검토해 보면 “원사업주는 수급사업주의 인사노무관리권한과 책임을 존중하고 이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지만, “작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수급사업주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며 원청의 개입과 관리의 여지를 열어줌으로써, 대법원이 이미 불법으로 규정한 증거들을 합법화시키는 효과를 정확히 노리고 있다. 또한 제2조(정의)의 3.“사내하도급이란 원사업주로부터 업무를 도급받거나 업무의 처리를 수탁한 사업주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원사업주의 사업장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는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제조업뿐만이 아니라 청소‧경비업, 보건의료산업, 호텔 등 유통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금융업, 공공서비스부문의 ‘용역계약’이 가지고 있는 불법 요소들을 원천적으로 합법화하려고 한다.
 
희망을 가장한 희망사다리 정책의 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2015년 까지 해소 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 늘어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착취하는 현 이명박 정부는 제외 하더라도 2008년부터 시작된 18대 국회의 과반을 넘어 2/3에 근접한 정당은 새누리당이 아니었는가? 18대에도 못하던 아니 안하던 일을 19대에서 하겠다니 새누리당의 과반이 넘는 재선 이상의 의원들과 노동자의 노동3권이 철저히 무시되던 유신시대의 7인회를 중심으로 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개과천선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선언으로만 그칠 것이 명백해 보인다.
 
새누리당은 희망이라는 말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라. 진정한 비정규직 대책의 방향은 기만적인 편법이 아닌 비정규직의 양산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식이어야 하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중간착취를 매개로한 간접고용은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 이를 위해 19대 국회는 민주노총이 제시한 비정규관련 법‧제도 요구를 인정하고, 민생과 양극화 극복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재벌과 자본의 요구를 교묘히 반영한 입법이 지속된다면 노동현장의 갈등은 끊이지 않을 것이며, 이는 결국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과 노동자의 심판으로 되돌아갈 것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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