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도입이 임박했다. 6월 8일이면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에 필요한 요건 등을 담은 시행규칙 입법예고가 마무리된다. 아무리 늦어도 6월 말 시행규칙이 공표되면 법적 준비는 완료되는 셈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오직 ‘비영리병원’만 허용된다. 그래서 현대의 아산병원은 아산재단이라는 비영리법인이, 삼성병원은 삼성의료원이라는 비영리법인에 의해 운영된다. 법적으로 ‘병원에서 번 돈은 병원에만 투자’하도록 되어 있어 수익을 남기더라도 다시 병원에 투자해야하기 때문에 돈벌이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영리병원은 주식회사처럼 투자한 사람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병원이다. 환자의 건강보다 주주의 이익이 우선될 수밖에 없으며, 치료가 아닌 돈벌이가 자연스레 설립과 운영의 최대목표가 된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초기부터 ‘의료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다가 촛불의 저항에 부딪혀 두 번이나 사과했고 반성문까지 썼다. 그러나 촛불이 사그라지자마자 다양한 개별 법안으로 국회처리를 추진하다가, 이마저 여의치 않자 아예 시행령으로 바꾸는 꼼수를 쓴 것이다.

이미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등 전국의 6개 지역에 걸쳐있고, 추가 후보지 선정을 검토하고 있는 등 이후 경제자유구역 확대에 따라 영리병원의 확산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외국의사비율 등의 몇 가지 제한 역시 영리병원의 경영수지를 맞추기 위해 무력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100% 투자하고, 외국의사가 외국인 환자만 보는 것에 한해 허가됐던 것에서 그동안 슬금슬금 법 개정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영리병원이 하나 생기면 주위의 비영리병원들도 영리병원의 돈벌이 진료행태를 따라하는 ‘뱀파이어 효과’로 인해 비영리병원들의 병원비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영리병원이 비싸면 이용하지 않으면 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지난 2월 서비스산업선진화 추진계획에서 밝힌 것처럼, 의료법 개정(원격진료허용, 의료법인합병절차마련 및 병원 경영지원 허용), 약사법 개정(약국법인 허용), 의료채권발행법,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 등이 여전히 지속입법 추진과제로 설정돼 있다. 영리병원 도입의 기반이 마련되면 이를 중심으로 의료민영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은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리병원 한 두 개 정도야’라는 인식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및 건강보험제도에 미치게 될 심각한 악영향을 간과하는 것이다. 의료의 질을 높인다거나, 일자리를 확충한다, 혹은 외국환자 유치로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 경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들의 정주환경을 위해서라면 국내병원의 외국인대상 진료센터를 활용하면 된다.

이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일본의 다이와 증권과 삼성 등이 지분을 갖고 있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영리병원 건립을 전제로 양해각서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시민 또는 경제자유구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리병원 허용으로 국민건강을 위협받는 99% 노동자서민의 문제이고 함께 싸워야 할 과제이다.

이재훈 민주노총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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