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선 청년유니온 조직팀장

“어렵게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가도 너무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졸업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는 힘들고 빚을 갚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닥치는 대로 일해야 하구요. 좌절과 우울로 점철된 청년세대 삶이죠.”

지난 3월 청년유니온 2기 집행부 출범 시 조직팀장을 자청하며 청년운동에 뛰어든 송화선 청년유니온 조직팀장(32세)을 만나 우리 시대 청년노동자들의 삶과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그가 말하는 청년들의 삶은 고액등록금과 학자금대출, 실업난, 비정규직이란 몇 개의 단어로는 너무나 부족했다.
 
“저도 소위 스펙이란 거 쌓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지방대를 다니다 1년을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편입했죠. 토익시험도 매년 치러서 900점이 넘었고, 한국어능력시험·한자능력시험 2급, 컴퓨터 자격증도 땄어요.”
 
그의 젊음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정진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상당기간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던 그에게 주어진 것은 장시간 힘든 노동과 저임금 일자리밖에 없었다. 쇼핑몰 사무보조, 영화제 사무국, 방송국 사무보조 일을 했다. 임금은 100만원 내외였다.
 
처음에는 알바로 시작했지만 빚을 갚아야 했고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 돼 버렸다. 단 한 달도 돈을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생활. 그는 누군가 늪 속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아끄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표현한다.
 
“지난해 3월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고 나니 멍했어요. 그때까지 대출 갚는 것을 목표로 살아왔구나 싶더군요. 빚을 갚기 위해, 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배우며 자신을 갈고 닦으려 쉬지 않고 일하면서 공부했는데...”
 
송 팀장은 그런 일자리들이 저임금의 문제를 떠나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늘 누군가를 보조하는 역할이었다고 전한다. 커피 타고 복사하는 건 기본이었다. 상사라는 직위와 권력을 이용해 저들은 개인 은행 심부름, 심지어 스타킹 사오는 일까지 시켰다.
 
그는 다양한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면면도 봤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조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눠 취급했어요. 자기는 정규직이라고 뻐기는 거죠. 늘 하대하며 모멸감을 주고요. 방송국 사무보조로 일할 때는 출근할 때마다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노조가 단협을 체결할 때 파견직에 대해서만 생리휴가 유급사용을 제외한 적도 있었다.
 
“명절 같은 때도 그래요. 제가 받지도 못할 정규직 명절 선물을 받아오는 심부름을 하고나면, 파견직들을 지하로 따로 불러 햄세트 같은 걸 나눠줬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었죠.”
 
그는 친구로부터 청년유니온을 소개받고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다른 친구에게 말하기 어려운 속이야기를 여기선 터놓고 할 수 있었어요. 전 사무국장 언니가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줬죠. 학자금 대출 1600만원을 힘들게 갚을 때도 한 번도 잘했다, 장하다는 말을 못들어 봤는데, 여기오니 대견하다고 했어요. 그게 큰 위로가 됐어요. ‘힐링’을 받은 것 같아요.”
 
보건의료노조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정직원으로 발령 받았지만 그는 청년유니온을 선택했다. “노조에서 일하면 생계 불안에서는 벗어나겠죠. 두 달 간 고민했는데 청년유니온을 택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여기 왔어요. 민주노총은 우리에게 큰 산과도 같은 거대조직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청년노동자들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으니 청년유니온이 생긴 거 아닐까요?”
 
송 팀장은 민주노총이 최저임금투쟁을 한철투쟁이 아니라 국면을 전환하는 싸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그 중심에 최저임금 주요 당사자인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최저임금투쟁에서 핵심은 당사자성이라고 봐요. 최저임금 노동자의 가장 많은 수가 청년인데 최저임금 결정구조에도, 관련 정책 어디에도 청년이 없잖아요. 이제는 금액인상 요구에서 벗어나 법제도를 바꾸는 종합적 운동을 해야 합니다.”
 
청년유니온은 5월 말부터 최저임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캠페인은 청년답게 아름답고 활기차다. 청년유니온은 오는 6월 말까지 캠페인을 펼치며 민주노총과 함께 최저임금투쟁에 집중한다.
 
송화선 조직팀장은 글을 쓰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비정규노동’에 글을 쓰고 있으며, 틈틈이 소설 창작작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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