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규제, 고환율 정책 저지로 ‘환율 수탈’ 막아야

원달러 환율이 급등, 25일 현재 달러당 1,185원까지 올라갔다. 유럽 위기로 국내 증시에서 유럽 투기자본들이 앞다퉈 돈을 빼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위기는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환율 역시 고공행진 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과 원화가치는 반대다. 원달러 환율이 1,185원이라는 건 ‘1달러’가 1,185원이라는 뜻이다. 즉, 환율이 올랐다는 건 달러의 가치가 올랐고, 원화의 가치는 반대로 내렸다는 뜻이다. 따라서 환율 상승은 가치가 높아지는 달러를 갖고 있는 쪽이 이익이고, 가치가 낮아지는 원화를 갖고 있는 쪽이 손해다.

누가 달러를 갖고 있는가? 수출업체들, 70%가 재벌이다. 원화는? 당연히 우리, 노동자 민중이 갖고 있다. 따라서 고환율은 우리의 부를 줄이고 수출 재벌의 부를 늘리며, 고환율 정책은 우리의 부를 수출 재벌에게 강제로 이전시키는 ‘환율 수탈 정책’이다. 수탈된 부는 ‘주식 지분 비율’에 따라 대부분 총수일가와 외국 투기자본에게 넘어간다.

적정 환율은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루거나 약간 흑자를 거두는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대략 935원 정도(OECD 추산)다.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 그랬다. 그러나 그 후 1,600원 부근까지 폭등했던 환율은 아직도 이 수준으로 못 돌아왔다. 935원은커녕 1,000원 아래로도 못 내려왔고, 지금은 오히려 다시 올라가고 있다. 적정 환율을 950원으로 계산하면, 금융위기 이후 4년간(2008~11) 총 240조원, 연평균 60조원 가까운 돈이 이런 식으로 수출 재벌들에게 넘어갔다. 그 결과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고, 우리는 물가 폭탄에 허리가 휘고 골병이 들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 통화가치는 강해지는 게 정상이다. 일본도 그랬고, 중국도, 브라질도, 인도도 그렇다. 우리나라만 반대다. 1960년대 달러당 250원이었던 원화가치는 현재 달러당 1,200원으로 떨어져 있다. 고환율 정책을 다른 나라들은 정도껏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수출 재벌 퍼주기로 만성화됐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엔 ‘환율 수탈’이 아예 자동화됐다. 금융시장 전면 개방으로 외국 자본의 비중이 국내 증시의 30%를 넘어섰다. 그 결과 이들의 움직임이 증시와 환시를 좌지우지하게 됐고, <위기 발생 ⇒ 외국 자본 이탈 ⇒ 환율 폭등 ⇒ 수출 재벌로의 부 이전 ⇒ 수출 재벌 실적 호전 ⇒ 기만적 위기 극복>이라는 ‘자동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또 급등했던 환율이 좀 정상화될라 치면, 정부가 득달같이 개입해 환율 하락을 최대한 늦춰 ‘환율 수탈’ 기간을 무한정 늘려준다. 고환율 정책은 이 나라 관료들이 수출 재벌의 하수인임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가? 외국 자본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수출이 늘어도 일자리 증가나 정규직 전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들에게 규제 없는 무법천지 금융시장을 제공하고, 고환율로 우리의 부를 퍼줄 이유가 전혀 없다. 이번 환율 폭등으로, 정부와 수출 재벌들은 또 한번 ‘환율 수탈’의 기회를 맞았고, 우리는 눈 빤히 뜨고 당할 위기에 빠졌다. 두 눈 부릅뜨고 정부의 환율 수탈을 감시하고, 외환시장의 규제를 요구해야 한다. 고환율은 우리 노동자 민중의 적이다.

한선범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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