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자 22명 대한 사회적 살인, 그 원인과 해결방안’ 토론회

쌍용자동차 2009년 법정관리와 기업회생계획과정에서 의도적 회계조작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범국민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노동·시민사회는 쌍용차 관련 회계부정에 대해 명확히 진상을 조사하고 그로 인해 자행된 정리해고를 원천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 원직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4시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 22명에 대한 사회적 살인,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말한다’ 제하 토론회를 갖고 쌍용차 회계조작과 그로 인한 정리해고로 인해 벌어진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희연 민교섭 공동의장이 사회를 맡은 이날 토론회는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이도흠 민교섭 공동의장, 이정희 금속노조 정책실장 발제와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먼저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소속 변호사가 나서 쌍용차 회계부정과 정리해고 불법성을 고발했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 4월 7일 2,646명에 대한 일방적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회사의 일방적 정리해고 계획에 저항해 수십 일 간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 노동자가 구속돼 일부는 실형을 선고받았고, 파업을 전후해 지금까지 22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김태욱 변호사는 “이런 사건들의 단초는 당시 회복하기 어려운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주)쌍용차의 주장이었는데 이는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의한법률을 위반하며 위법하게 작성된 2008년 감사보고서에 근거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에 의하면 (주)쌍용자동차 외부 감사였던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2008년 감사보고서 손익계산서 중 ‘유형자산손상차손’ 항목을 보면 유형자산손상차손이 2007년 69억원에서 2008년 약 5,177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는 기업회계기준에 의해 유형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은 회수가능액과 장부금액을 비교해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보다 낮은 경우에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하고, 회수가능액은 순매각가치와 사용가치 중 큰 금액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태욱 변호사는 “쌍용차가 유형자산에 대한 순매각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용가치를 회수가능액으로 봐 손상차손을 계상했다”고 지적했다. 기업회계기준상 사용가치만으로는 회수가능액을 판단할 수 없고, 순매각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이것이 매우 고의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가치 자체도 매우 부당하게 산정됐다는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는 “유형자산손상차손조서를 보면 2009년 이후 매출액 추정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액티온은 2009년 6월 말, 카이런은 2009년 말, 렉스턴과 로디우스는 2010년 말 단종을 추산하고 이를 근거로 손상차손을 계상했다”고 전했다. 이 차량들은 지금까지도 생산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쌍용차 손상차손액수는 매우 과도한 것이어서 건물의 경우 손상차손액이 2,029억원인데 이는 2007년 말 건물 장부가액인 4,300억원의 약 50%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전제하고 “98년 IMF 당시 대우그룹 부도상황에서도 기아자동차 등 대부분 회사들은 손상차손을 하지 않았고, 2008년 모기업 GM이 파산절차에 돌입하면서 큰 위기를 겪었던 한국지엠도 당시 유형자산 총장부가액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2008년 감사보고서에 약 5,177억원 유형자산손상차손은 위법, 부당하게 계상된 것이며, 이러한 손상차손이 없었더라면 부채비율은 561%에서 187%로 감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유형자산손상차손이 5,177억으로 잘못 계상되지 않았더라면 기업 부채비율도 훨씬 적게 책정됐을 것이며, 이는 결론적으로 당시 쌍용차가 긴박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노동자를 대량 해고해야만 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지적이다.

김태욱 변호사는 또 “회사가 파탄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 유가급등 및 최근의 미국발 경제위기에 따른 판매급감, 환율급등에 따른 파생상품거래손실,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투자 부진에 따른 실적부진 등을 제시했고, 회생 가망성 부분에서는 축적된 노하우와 우수한 인재 등 긍정적 요소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당시 회사는 구체적 회생방안 다섯가지 중 세 번째로 ‘우수한 인재’를 들었다. “채무자 회사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고도로 훈련되고 자동차 개발 및 생산의 각 단계마다 해당분야의 전문적 지식 및 기술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이며, 다년 간의 축적된 경험을 갖춘 훌륭한 자원들”이라고 회사는 설명하고 있다.

2009년 1월 9일 쌍용차 회생절차개시명령신청서까지만 해도 회생절차개시 원인으로 대외적 요소(유가급등, 미국발 경제위기), 파생상품거래손실, 투자부진에 따른 실적부진을 들 뿐 인원 구성이 비효율적이라거나 2,646명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등의 언급은 전혀 없다.

경영전반을 책임진 삼정KPMG는 2009년 3월 31일 작성한 ‘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 방안 검토’ 보고서에서 “인력 구조조정 관련해 향후 생산판매 및 적정 사무직 규모 등을 고려해 총 2,646명(기능직 2,319명+사무직 327명) 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결국 정리해고 실질적 근거는 삼정KPMG 보고서이고, 삼일회계법인은 삼정KPMG 대규모 정리해고 방안을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전하고 “삼정KPMG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회사 스스로도 회생절차 개시 원인으로서 인적 구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쌍용차 정리해고는 경영자측 사유로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된 상황에서 회생절차 수행에 따르는 부담을 전부 노동자가 떠안은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과정 자체도 비합리적으로 이뤄져 회계부정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고, 인원 산정 근거가 무엇인지도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면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거나 혹은 해고회피노력을 제대로 행하지 않아서 결국 정리해고 최후수단성에 반하는 위법한 정리해고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도흠 민교협 공동의장은 ‘쌍용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지배 권력의 폭력양상과 저항의 역학관계’ 제하 발제를 통해 쌍용차 노동자에게 가해진 다양한 폭력의 양상을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자본주의나 국가 외부가 아니라 그 안에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진지이자 그를 대체할 체제인 코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전 단계로 ‘희망공장’을 제안했다.

이 의장은 “해고노동자들이 주인이 돼 진정한 자기 실현으로서 노동을 하고 서로 공동으로 생산하고 분배하는 공장을 세워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안으로부터 내파하는 진지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도흠 의장은 “쌍용차 노동자는 헬기까지 동원한 살인적 폭력에 맞서 치열하게 저항했고, 쌍용차 투쟁은 개량과 타협이 일반화되는 국면에서 자본과 국가에 맞서 끝까지 비타협적으로 저항한 역사적 투쟁으로 기존의 개량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노동조합운동의 흐름을 단절하고 전투적 변혁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서 “공장점거투쟁을 하면서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교육하고 조직해 노동자 계급의식을 각성시켰으며, 경제투쟁이 정치투쟁으로 발전해야 할 필요성과 노동자계급 정당의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저항권이 분명히 명문화돼야 하고, 공권력 폭력에 대해 저항하는 것을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도흠 민교협 공동의장은 “노동자와 대중이 스스로 ‘내 안의 MB’를 제거하고, 공황에 이른 세계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 한국 사회에 대한 첨예한 인식을 바탕으로 노동자 계급의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면서 “각성된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서 노동조합 상층부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노동조합을 진보변혁운동 핵심조직으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한편에서는 공감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와 연대해 투쟁하고, 한편에서는 진정한 노동자계급 정당을 건설해야 하며, 그 목표는 신자유주의 자체를 완전히 해체하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을 건설하는 것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금속노조와 쌍용자동차지부, 쌍용자동차희생자추모와해고자복직을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전원 복직, 이명박정부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 회계조작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스물두분 쌍용차 희생자 명예회복과 대책 수립,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등 다섯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실장은 “상하이차 법정관리신청과 대규모 정리해고를 통한 회생계획 인가과정에서 3단계 회계조작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정희실장은 “2008년 안진회계법인이 쌍용차 유형자산 평가를 대폭 낮춰 부채비율을 높이는 수법으로 상하이차 법정관리신청 정당성을 조작했고, 법정관리상태에서 삼정KPMG가 안진회계법인 자료와 근거가 부실한 생산성비교를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으며, 삼일회계법인은 안진회계법인 조작을 부정해 청산가치를 높이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전제로 계속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정리해고를 정당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과 정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노동자 희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주주가치와 이윤을 절대화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면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회생 모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쌍용차 문제 해결을 통해 새로운 노사관계, 기업경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에 의하면 2008~2010년 8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던 쌍용차 생산과 판매가 2011년 11만 3천대로 회복됐고, 2012년에는 12만 3천대 판매와 3조원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쌍용차 경영실적을 보면 10~13만대가 손익분기점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2009년 구조조정으로 쌍용차 노동자 수는 2천명 이상 줄었고, 1인당 생산대수는 23.6대에 이르며 이는 최근 10년 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체 급여와 1인당 인건비도 현저히 낮아졌다.

최근 (쌍용차) 사측이 발간한 홍보지 ‘참여와 역할’에서도 ‘3라인에서 연일 특근과 잔업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희 실장은 “이미 3라인은 생산추세와 사측 발표를 고려할 때 생산직 노동자 추가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생산정상화에 따른 근본적 문제해결을 모색할 것인가, 무급휴직자 선별복직을 통한 미봉책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사측의 판단과 결단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5대요구 실현을 위해 범국민대책위를 확대,강화하고,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여는 한편 마힌드라와 새누리당에 대한 사회정치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예상되는 7~8월 비정규직투쟁과 연동해 정리해고 금지-비정규직 철폐로 의제를 확장하고 대선국면에서 한국사회 발전방향에 대한 쟁점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은 “19대 국회에 들어가 쌍용차 문제를 책임있게 무겁게 받아안을 것이며, 내일(12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원모임을 제안한다”고 전하고 “무엇보다도 쌍용자동차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진실이 뭔지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단순한 노사관계를 넘어 사용자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서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며 쌍용차특별법이 추진돼야 한다”면서 “해고자 복직, 희생자 보상보다 우선해서 공권력이 노동자를 적으로 간주해 테러진압용으로나 사용하는 테이저건을 쏘고 반인륜적 진압을 한 것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쌍용차는 회사가 부실하고 장사가 안돼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고 말한 심 의원은 “쌍용그룹이 어려워지면서 하필 망하기 직전의 대우차에 매각했고 2002년 대우차가 망하면서 부실기업이 돼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뒤 법정관리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이 동결하고 비정규직을 자르며 흑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5년 먹튀 상하이자본에 팔 때 전 국회에서 산업은행장에게 상하이차는 젯밥에만 관심 있어 기술만 빼가려는 거라고, 2~3년 안에 기술만 빼서 철수할 거라고 분명히 경고했지만, 당시 은행장은 기술유출 방지특약을 맺었으니 문제없다고 했는데, 2006년 당시 정세균 산자부장관이 상하이에 갔다 오더니 슬그머니 특약을 해제해버렸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쌍용차 노동자들은 정규직 대기업 귀족노동자로 불리는 동종업종과 달리 임금도 20~30% 적은데다 동결해서 복지도 반납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영주가 망쳐놓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피눈물 흘리며 노력한 과거, 그런 사연이 있다”면서 “정리해고를 둘러싼 회계조작이 있었다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노동이 시장에서 마음대로 팔려선 안되며,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처럼 인간의 노동이 버려져선 안되는데 그런 사태가 쌍용차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났다”고 말하고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 특히 노동자로 살기 어렵다는 것이 쌍용차 사태로 인해 알려졌다”고 전했다.

은 의원은 “얼마 전에 케이투코리아 노동자 8명이 찾아왔을 때 물어보니 그 큰 회사에 식당이 없어 공장에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밥을 먹는다던데 공장폐쇄 등으로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사업장이 전국에 수십 개에 이르고 우리 사회는 정리해고에 관심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회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하자고 하는데 그 목적과 대상, 무엇을 얻을지, 대안은 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심상정의원실과 의원모임을 제안할 계획이며, 민주통합당 쌍용차틱위를 통해 진상조사에도 착수할 건데, 구체적 액션플랜을 섬세하게 짜서 준다면 제 의원실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름대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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