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17일 개최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회의에 불참한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함께 도입된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시행 2년을 거치며 이미 그 부작용이 온 세상에 드러난 ‘노조탄압 제도’다. 게다가 19대 국회 개원을 맞아 타임오프 폐지를 담은 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열리는 이번 근심위 회의는 ‘입법 저지용 방탄 회의’라는 의혹을 면키도 어렵다.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이미 도입 이전부터 노동계는 물론 법조계와 국제사회로부터 깊은 우려를 받아왔으며, 시행과 함께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로 드러난 제도다. 타임오프제도는 전임자의 상한선을 정해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노동부의 자의적인 법해석과 월권 행정이 더해지며 사상 최악의 노조탄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타임오프 시행 이후 단체협약 시정명령 등이 범람하며 자율적인 노사관계는 파탄을 맞고 있고, 한국의 노동법제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됐다. 노동부는 ‘타임오프 실태점검’을 핑계 삼아 노조에 대의원 명단 제출을 요구하는가 하면, 일반 단체협약 사항까지 시비를 걸며 현장을 분탕질하고 있다. 단체협약으로 인정되고 있는 노조간부 교육이나 워크숍의 경우도 점검 대상에 포함시키는가 하면 노동관계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단체교섭·노사협의회·산업안전을 위한 노사공동협의회 활동까지도 보고하도록 하고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ILO는 물론 OECD-TUAC, UN 표현의자유위원회 등에서 한목소리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법제화를 비판하는 것이다.
 
급작스레 회의가 소집된 시기 또한 의혹과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2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지난 5월이며, 노동부 스스로도 당분간 별다른 근심위 활동 계획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원회 구성 뒤 두 달이 지나서야 갑작스레 회의 개최를 통보해 왔다.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타임오프 폐지를 담은 노조법 개정안이 제출되니, 이를 막기 위해 회의를 소집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이와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입법부의 권한을 방해하기 위한 행정부처의 술수임에 분명하다. 아무리 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부처의 권능이 하늘을 찌른다고 하지만, 노동부가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이런 식의 ‘정치놀음’에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지금 고용노동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강남 고급 호텔방을 잡아 근심위 회의를 억지로 소집해 노조법 개정 반대의 명분을 쌓는 것이 아니다. 노동현장을 혼란으로 밀어 넣고, 노조탄압에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고 있는 타임오프제도를 폐기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에 적극 나서는 것이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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