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무너지는데 안전한 사람 아무도 없어.. ‘생존’ 위해 뭉쳐 싸워야

정부가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3%로 낮췄다. 한국은행은 3.0%로 더 낮췄다. 업적이나 전망을 과장하기 마련인 정부 자료가 이 지경이니, 실제 경제 상황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한국 경제는 큰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경제가 침체되니 수출이 악화될 것이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막대한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상식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2009년 잠깐 침체를 겪은 한국 경제는 이후 빠른 지표상 회복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사상 최대 실적을 보였고, 무역 흑자 폭은 위기 이전보다 더 커졌다. 부동산-건설 부문에서도 건설업 불황과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저축은행 연쇄도산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위기가 시중은행과 가계로 확산되진 않았다.

왜? 고환율과 저금리, 각종 투기부양책 때문이다.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 재벌들에게는 막대한 환차익과 가격경쟁력을 얻었고, 저금리와 각종 투기부양책은 집값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큰 폭의 하락과 거품 붕괴는 막아내 왔다. 이렇게 저들은 저금리-고환율, 각종 투기부양책으로 노동자 민중에게 물가 폭탄을 안기며 고통을 전가하고, 위기를 탈출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어려워 보인다. 유럽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고, 연말연초 반짝하던 미국 경기도 다시 정체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경기도 2분기 성장률이 7.6%(매우 낮은 수치다)를 기록하는 등 둔화되고 있다. 미국도, 유럽도, 중국도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설 자리는 별로 없다.

부동산 거품은? 투기 부양책은 다 써서 남은 것이 없고, 집값 하락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건설사들의 도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언론에서는 연일 ‘하우스푸어’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 대출, 생계형 대출에도 빨간 불이 켜진 지 오래다. 가계부채 부실화는 집값 폭락과 시중은행 부실화, 신용불량자 양산을 낳게 되며, 그 결과는 중산층 붕괴와 민생 대란이다.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잘 세워도 장기간에 걸친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는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결국 애초의 암울한 전망은 잠시 유보되었을 뿐 현실화되고 있다. 위기는 극복된 것이 아니며, 진짜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수출과 부동산-건설은 한국 경제의 두 축으로, 이게 무너진다는 건 구조 붕괴, 패러다임 붕괴 상황이란 뜻이다. 옆집에서 불이 난 게 아니라, 건물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딴 사람은 몰라도 난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모두 두 눈을 부릅뜨고, 지배세력들이 우리에게 전가하려는 고통을 막아내야 하며, 모두가 생존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한선범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민중은 생존이 어렵고, 분노하고 있다. 최근의 택시-건설-화물 파업투쟁에서, 지배세력들의 여론 왜곡 공세는 무기력했고, 오히려 “그래 저사람들, 참 어렵겠지”라는 공감이 더 컸다. 앞으로 저들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며, 그에 따른 저항, 투쟁에 대한 민중의 공감도 더 강력해 질 것이다. 양쪽 다 물러설 수 있는 곳은 없다. 패배하느냐, 단결해 싸워 새로운 세상을 만드느냐,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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