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소종섭 편집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7월19일 펴낸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역대 최단 시간 최고 판매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 신문 기사 제목이 ‘1분에 27권씩 팔린다’로 나올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입니다.

출마 선언만 안 했다 뿐이지, 이제는 안원장을 대선 주자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그의 마음이 어떠한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이미 결심을 하고 치밀하게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최종 결심을 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타난 현상을 보면 고민하는 단계는 아닌 듯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 결심을 하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싶습니다. 바둑 책을 20권 읽고서야 바둑을 둔다는 그가 이 정도로 행보한다는 것은 출마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지난 총선 직후 이 난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국민은 한편으로 보면 새누리당에 승리를, 야권에 패배를 안겼습니다. 그러나 다른 쪽으로 보면 새누리당에 패배를, 야권에 승리를 안겼습니다. 둘 다 패배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물론 둘 다 승리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지금부터 여야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습니다. 국민이 여야 모두에게 옐로우카드를 보여준 셈입니다.’ 총선 민의는 한마디로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났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여야는 법을 어겨가며 늦게야 국회 문을 열었습니다. 검찰 소환에 대해 “탄압이다”라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여의도는 상대를 증오하고 네 편, 내 편으로 나누는 분열과 갈등의 정치 문화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안철수’라는 사람보다는 그를 통해 분출되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목마름에 주목해야 합니다. 여야가 혁신을 하면 할수록 안원장의 입지는 줄어들 것입니다. 반대로 여야가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고수한다면 그에 대한 지지는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정당이라는 울타리는 더는 여야의 안전판이 될 수 없습니다. 정당도 국민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정당의 울타리를 허물지 않았습니까. 정당이 불신받는 이런 판국에 정당의 후보인가, 아닌가가 투표를 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서울시장 선거에서 입증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안원장이 과연 끝까지 완주할 것인가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야권이라는 카테고리로 그를 규정짓는 것도 어찌 보면 협소합니다. 기존 정치의 행태를 뛰어넘는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을 끌어낼 수 있다면 그는 스스로 완주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가 팔리는 강도를 보면 안풍(안철수 바람)은 여전히 강풍입니다. 태풍이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공존·공영의 정신과 성공 스토리, 봉사와 헌신은 이 시대의 맥입니다. 과거보다는 미래에서 희망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선 주자들이 명심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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