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 ⓒ윤성희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이 지난 4.11총선 통합진보당 비례후보로 출마해 민주노총 출신 국회의원이 됐다. <노동과세계>가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은 이명박정부가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 과학기술부문 모두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떻게든 입시위주 경쟁교육을 폐지해 학교를 행복한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민주노총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19대 국회에 입성한 소감은?= 제가 걸어온 길의 연장선상에서 국회에 들어왔기에 그 책임감의 무게가 남달랐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25년에 걸친 교육운동과 노동운동을 정치활동으로 연계시킬지, 제가 외쳤고 노동자들이 주장한 수많은 목소리들을 탈색시키지 않고 정치마당에 온전히 만들어낼지, 그 내용들을 국민 가슴 속으로 다가가도록 만들 수 있을지가 제 고민의 전부였다.

혹자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라는 말로 표현하겠지만 저는 잘한다는 생각보다는 왜곡되거나 뒤틀리지 않게 절절한 목소리들을 세상에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제 역할은 성공한 것 아닌가 싶다.

1/300이라는 비율로 봐도 혼자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제 역할은 앞서 이야기한 그런 거라고 봤다. 그런 자세로 임하려고 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고 그 마음을 잃지 말자는 각오다. 그걸 잘 간직하고 가려고 한다.

제 바람을 좀 더 증폭시키고 확장시켜야 할 통합진보당이 이런 상황에 놓여 더 힘들고 그 속에서 처신하는 자체가 제게는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니 더 안타깝다. 그게 현재까지의 심정이다.

△교육노동자로서 교육운동,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한 삶을 살아오면서 추구한 가치는?= 그동안 활동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참된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 제 화두의 전부였다. 제가 배우고 경험한 교육에 의하면, 경쟁을 통해 사람을 줄 세워서도, 그렇게 줄 세운 결과로 차별받게 해서도 소외받게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을 전교조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라고 한다. 그 가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체득하게 해서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그런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전부였고 꿈이었다. 그걸 제 가치관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짧은 근대화 과정을 겪으며 모든 부문에서 마치 속도경쟁이라도 하듯 숨가쁘게 달려왔다. 심지어 교육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전반적 인식은 정치인들, 정권담당자들에 의해 더욱더 심각하게 왜곡됐고 급기야 우리 사회 기형적 현상들로 드러났다.

특히 민주정부 10년이라고 부르는 그 시기조차 왜곡과 뒤틀린 현상은 계속됐다. 그런데다 이명박정부 5년은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그런 현상들이 극명하게 나타난 시기였다. 이 속에서 무엇인가 모색하고 현실을 바꿔내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제가 활동하는 시기에 그런 절망에 맞선 저항이 나타났고 그나마 없었으면 어찌 됐을까 싶다. 제 개인적 활동이 아니라 늘 그런 현장을 지키며 앞장서 준 동지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 "경쟁교육을 어떻게든 폐지해야만 한다. 교육의 본래 목적은 경쟁이 아니다.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상상도 못할 만큼 벌어진 계층 간 격차를 완화시키고 그것을 교육적 현상에서도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윤성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선택했는데= 저는 교육과 노동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환노위와 교과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했을 때 교과위였고 그래서 원했고 선택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총 24명으로 구성됐다. 새누리당 12명,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합쳐 12명이다. 여야 숫자로 하면 12:12다. 상임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야당이 맡아온 관례에 따라 야당 몫으로 배정돼 신학용 위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처음 구성할 때는 새누리당 12명, 민주통합당 10명, 통합진보당 1명, 무소속 1명이었는데 며칠 전 무소속 의원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그래서 야당은 11:1로 배정됐다. 그 안에 법안심사소위, 예결산소위, 과학기술소위가 있다. 저는 법안심사소위를 희망했고 아마도 별다른 이변이 없으면 10명으로 구성되는 법안심사소위에 참여해 활동하게 될 것이다. 법안심사소위도 여야 5:5로 동수이며 그 중 일원으로 활동할 것 같다.

그동안 임시국회가 개원해서 첫날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았고 다음날부터 유관기관들 업무보고를 받았다. 교과부까지 하루에 열 몇 개 기관들 업무보고를 받고 질의를 했다. 그리고 임시회의 기간 대정부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한 차례 있었다.

제게는 이명박정부 교육정책이 어떻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한 근거를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교육정책 전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 100% 만족은 못하지만 나름대로 첫 번째 회의에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평가한다.

또다른 측면은 교육과 노동이 하나라는 관점에서 교육부문에 종사하는 교직원들의 노동문제를 결부시켜 교육주체적 위치를 세워드려야 할 분들이 많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어떻게 하면 그분들에게 제대로 된 노동조합활동의 기초를 열어드릴지에 대해서도 중점을 둬 대정부 질문을 했다. 관련 정부 인식과 정부 부처 간 불통의 문제, 그것을 통해 나타난 현상들을 중심기조로 삼았다.

또 하나는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안전 문제로 핵발전소가 있다. 고리 1호기로 대표되는 정부 원전정책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우려, 규제시스템 등 이런 내용들을 질의내용으로 잡았다.

가능하면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다만 국회에서 제가 활동할 방향과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은 했다고 본다. 이제까지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명박정부가 교육부문과 과학기술부문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명칭에서도 보듯이 이 정부는 교육과 과학기술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애초 방향은 시도 교육감들에게 초중등교육 권한을 이양하고, 중앙정부는 대학교육과 과학기술을 하나로 묶어 중점 관리해 비약적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진보교육감이라고 부르는 민선교육감들이 각 지역에서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됐고 그 분들이 지역주민들 의사를 반영해 교육행정을 펼치며 중앙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상당히 비판하면서 독자적 의견들을 제시했다.

그러자 초중등 교육을 교육감들에게 이양키로 했던 중앙정부가 그런 교육감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근시안적 인식 하에 애초의 방향을 바꿨고 따라서 교육과학기술 부문에 신경 쓸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여당(의원들)조차 (정부가) 과학기술 부문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저는 이명박정부가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 과학기술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19대 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꼭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사실 하나다. 경쟁교육을 어떻게든 폐지해야만 한다. 교육의 본래 목적은 경쟁이 아니다. 초중고부터 대학까지 서열화 돼 버렸다.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상상도 못할 만큼 벌어진 계층 간 격차를 완화시키고 그것을 교육적 현상에서도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또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기도 한 반값등록금 문제도 굉장히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소득수준까지 감안한다면 세계에서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가장 높다. 진정한 대학교육을 지향하기보다 등록금을 받아 대학이 장사를 해 먹는 이런 추세로는 교육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잘못된 교육정책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또 있다. 도시와 농촌을 똑같은 동일선상에 놓고 사고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 명백히 불공정성의 문제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을 같은 라인에 세우고 100m 달리기를 하게 한 다음 순위를 가리는 것과 같다. 우리 삶과 지역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농어촌 작은 학교들을 지켜내야 한다. 그 작은 학교를 구심으로 해서 그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경쟁교육체제를 무너뜨려 학교를 행복한 곳으로 만들 것인가, 또 반값등록금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농어촌 작은 학교들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크게는 이 세 가지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이며 가장 중요한 일이다.

순서의 문제는 아니나 여기에 더 보탠다면, 학교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을 교육주체로 세워내는 일이다. 그분들이 우리 교육을 위해 일하고 그 역할이 우리 교육에서 계속 증대되는 현실 속에서 15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사회 인식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분들이 또다른 교육주체로서 우리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여건을 만드는 것은 놓칠 수 없는 제 과제다.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이는 우리 사회현상이자 교육현상이기도 한데 학교에 다닐 때 학생들에게 공부 말고 다른 것에 관심두지 말라고 한다. 한마디로 무관심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는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다.

초중등교육을 통해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고등학교까지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만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래야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잘 살 수 있다고, 공부하는 동안 다른데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이런 체제에서는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민주시민을 길러낼 수 없다. 가정에서의 대화도 천편일률적이 될 수밖에 없다. 개인 이기심을 극대화시킬 뿐이다.

저는 우리 사회가 선거연령을 18세로 인하해서 고등학생들에게도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미래의 주인이고 이 땅, 이 나라를 물려줄 아이들이라면 일정시기까지 정치적 관심을 갖지 말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 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우리 사회가 훨씬 더 잘 살아갈 토양이 된다.

이는 단순한 선거연령 인하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정치를 말하고 자기 선택권을 자율적으로 행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치적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부모와 대화하게 될 것이다. 또 연령이 낮은 층부터 높은 층까지 골고루 다양한 민주선거를 함으로써 국민적 소통이 이뤄지고 그것이 정치에도 통용될 것이다. 단순한 SNS운동이 아니라 제도정치에 기본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이고 우리 사회 국민적 의사를 통합하는 것이다.

언제 실현될지 모르겠으나 저는 임기내내 이것을 정치적 운동으로 펼치고 싶다. 세계 150여 개 나라들 선거연령이 18세다. 우리나라만 19세다. 우리가 그렇게 비판하는 북한도 17세다. 역사적으로 봐도 중요한 시기들, 4.19혁명, 3.1운동, 5.18광주민주항쟁 등 역사적 전환이 이뤄진 때의 중심에 언제나 학생들이 참여했고 항상 그것이 기본이었다. 정치와 사회운동을 연결해서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다.

△이명박정부 5년차 한국사회 교육현실에 대해= 제가 교과부장관에게 비꼬는 말로 언어의 조탁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온갖 잘못된 법률마다 좋은 말은 다 갖다 썼다. ‘자율’, ‘다양화’ 언뜻 들으면 좋은 말들을 써서 나쁜 정책들을 포장했다. 사람들이 굶주리고 목말라했던 말들을 붕어빵 찍어내듯, 타이어표 고무신 찍어내듯 해서 정책들을 포장했다.

‘학교다양화정책’이란 말로 국제고, 외국어고, 자사고 등을 만들어냈다. 마치 학교가 다양화되면 학생들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중등교육부터 자신에게 알맞은 학교에 갈 수 있는 것처럼 했다. 결국 그 학교들은 특수한 계층 아이들만 가는 학교가 됐다. 말만 학교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 전교조가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결국 밀고 나갔다.

국제고 1년을 다닐 경우 학부모가 부담하는 평균 비용이 1200만원이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110만원이다. 다른 것을 감안해도 최소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런 특별한 학교들을 졸업한 학생 수가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스카이 입학생 수를 넘었다. 이런 체제에서는 일반계 학교에서 아무리 잘해도 성적으로는 그 대학에 들어갈 수가 없다. 확률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일반계고등학교 슬럼화 현상이 나타났다. 사실상 교육격차가 극대화됐다. 일반계고등학교 학생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대학에 갈 길이 없으니 상실감을 주게 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봐야 하니까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난다.

‘고교다양화300프로젝트’로 자율형 사립고를 수백 개 만든다고 한다. 이 정부 4년 반이 지나자 자사고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중도에서 포기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경쟁교육이 극대화로 치달으면서 (학생) 자살지표도 다른 정권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경쟁교육은 정책적 실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피해와 폐해를 불러오고 있다.

국제고, 외국어고, 자사고에 가려면 중학교에서만 잘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초등학교부터 학업성취도를 평가한다며 이른바 일제고사를 실시해 학교별 학생별 석차를 공개한다. 초등학생들이 0교시를 받고 심야보충수업을 하고, 토요일에도 등교해 문제를 푼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하나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경쟁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있다. 그로 인해 학부모들은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또 교육방송을 동원해 입시학원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 방과 후에도 학교에 외부 사람들을 불러다가 선행교육을 시킨다. 모든 교육종사자들을 입시기술자로 만들었다. 극명한 폐해다.

대학도 큰 문제다.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물러났던 재단들이 다시 복귀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무너진 정권에게 그런 재단들의 복귀를 제어할 능력이 없다. 비리로 쫓겨났던 재단들이 속속 복귀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도덕이란 가치는 도덕성을 지닌 이들에 의해서만 제어가 가능하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라는 것이 있다. 비리재단이 다시 복귀할 경우 교과부장관은 사분위에 대해 재심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 교과부장관 임기 내 단 한 건도 재심을 요청하지 않았다. 제가 장관은 도대체 어느 때 재심요청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법률적 하자가 있을 경우 요청할 수 있다고 답했다.

법에 의해 설치 운영되는 사분위가 법적 하자를 고치지 못하면 전원 해임시켜야 할 일 아닌가. 저는 장관에게 사분위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상기하라고 했다. 이의제기가 들어오면 그 내용을 살펴서 타당하면 재심요청을 하는 것이 법 감정이고 입법취지 아니냐고 했다. 당신(장관)이 비리재단의 복귀를 방조하고 부추기고 있다고 제가 비판했다.

대학 교육 자체가 완벽히 파산상태다. 극단적 사례로 반값등록금을 하자고 하니까 국민 세금을 쏟아 지원하느냐고 반대한다. 이 정부의 정책은 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면 지원을 더 해주고,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없어진 학과 학생들의 이후 커리큘럼조차 검토하지 않는다.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농어촌학교 통폐합 문제에 대해= 2016년부터 우리나라 학령인구가 줄어든다. 출산률이 세계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는 농어촌학교 통폐합이 현실화되면 전북지역 경우 초중학교 60% 이상이 없어진다.

역대 어느 정권도 농촌을 살리겠다는 말을 안 한 적이 없었다. 농어촌은 우리 고향이기 전에 우리 삶의 터전이다. 지역공동체 문제를 단지 효율성 한 가지로만 따져선 안 된다. 한 학교에 5천만원 지원하던 것을 (학교 수를 줄여) 1억5천이나 2억으로 늘려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런 무지막지한 논리를 갖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려 한다.

학교마저 사라지면 그런 농어촌에 누가 가서 살겠는가? 100% 다 수입해서 먹고 사는 것이 이익이니 농업과 어업을 모두 폐지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노력 자체가 없다. 어느 지역의 학교가 존폐 위기에 몰렸을 때 학교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또 어떤 노력을 요구했는가? 어떤 노력도 한 적이 없다. 이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돈으로 효율성만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실 그들이 말하는 효율성조차도 떨어진다. 스쿨버스 하나로 등하교를 시키고 어학시스템 기계를 갖다놓는다고 해서 농어촌지역 학교가 발전하는가? 지역민들을 위한 보건지소나 도서관 등 복지시설과 문화적 요소를 결합시켜 지역민을 지원해서 문화현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학교를 구심으로 지역문화를 키워나가기 위해 고민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왕의 학교를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해보고 도저히 효과면에서도 떨어지고,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좋지 않으니 이렇게 해보자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어떤 평가의 준거도 없이 책상에서 수치만으로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내놓는다. 신자유주의 경제화란 이름으로 효율성만을 내세우는 이들이 교육부문까지 침범해 들어와 휘젓는 표본의 극치다.

다행히도 지역 여론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고, 선거 국면까지 겹쳐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부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정책이 지속되면 농촌사회와 어촌지역사회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지금도 농어촌 작은 학교들을 조사해보면 이주다문화가정이나 조손가정 아이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그런 아이들에게 더 많은 교육적 기회를 주고 투자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진 상황에서 교육의 기회까지 빼앗음으로써 아이들의 꿈을 앗아가선 안 된다. 이명박정부의 정책은 농어촌 지역사회와 그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의 꿈을 앗아가는 정책이다.

 

▲ "교육과 노동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윤성희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들 활동에 대해=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제가 몸담아 온 곳이라서 조금 주저된다. 전교조가 그동안 해 온 활동이 없었다면 과연 이 나라 교육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할 때 정말 끔찍스럽다.

지금은 제가 떠나 있지만 여전히 굽힘없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선생님들, 그리고 전교조를 생각하면 제가 몸담은 조직이라서가 아니고 경외감이 솟는다. 칭찬은커녕 늘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의 한 가운데 놓여져 고스란히 당하면서도 자기 본분과 역할을 잊지 않는 모습들이 지금도 제게는 여전히 큰 힘이고 희망이다.

전교조를 비롯해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의지를 하나로 모아 대선 등 중요한 정치적 변화의 시기에 그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들은 교육의 큰 줄기들을 조금씩이라도 바꾸는 요인이 된다.

늘 아무리 어렵게 힘들게 말해도 그것이 별 볼일 없는 것으로 치부되지만 변함없이 노력함으로써 그나마 우리 교육에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해 왔다. 나머지는 그분들의 목소리와 의견을 가감 없이 정책에 반영하고 수렴해야 할 정치인들 몫이다.

전교조 등의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탈색된 것은 잘못된 인식의 차이에서 온 일이다. 머릿속에 담긴 과잉이념의 소산으로 저런 사람들이 하는 말은 이런 거야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올바른 의견조차 왜곡돼 전해졌다.

반값등록금만 해도 그렇다. 등록금이 너무 높으니 낮추자는 당연하고 정당한 요구다. 대학등록금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하자는 것이다. 저들은 장학금정책을 내놓는다. 공부 잘하는 일부 학생들에게만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고를 만들어 부자들 특권계층만 다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제기하면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로만 여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노동정책이나 교육정책에 대해 최근 야당의 입장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진보개혁 진영의 주장과 정책을 민주통합당이 많이 반영하고 있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관련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외침과 싸움의 결과다.

△학교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호봉제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법을 바꾸지 않아도 호봉제는 당장 실시할 수 있다. 공공기관들은 나름대로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들을 갖고 있다. 행안부만 해도 지침에 근거해서 호봉제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그렇게 많이 양산해 놓고 오직 교과부만 명확한 지침을 갖지 않고 있다. 교과부를 정부부처 중 가장 꼴통부처라고 부르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다. 무엇보다 극명한 사실은 교과부가 노동에 대한 어떤 관점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정권이 교체돼 정부가 바뀌면 제가 첫 번째로 대통령인수위원회에 제안할 것이 있다. 교과부 산하 모든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 간 노동교육을 시키라고 요구할 것이다. 여당이 당선되면 그마저도 어렵게 되겠지만 말이다.

노동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교과부에 전혀 없다. 대정부 질의 때 노동부장관을 불러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섭대상자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교육감이라고 답변했다. 교과부는 공문을 내릴 때 학교비정규직 교섭당사자가 학교장이라고 했다. 정부부처 간 협의를 하거나 요청한 적도 없다고 한다. 총리에게도 제가 그렇게 정부부처 간 소통이 안돼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저는 학교비정규직에 빚이 있다고 생각한다. 25년 간 교육운동을 하면서 마음으로 생각으로 없지 않았으나 우리 조건이 너무 가혹하고 싸움이 너무 치열하다는 핑계 하나로, 전교조가 단순한 교사노조가 아니고 교원노조이면서도 학교비정규직을 동일한 직원으로 인정받게 해야 하는 문제를 사실상 외면해 왔다.

제가 책임을 맡아서 전교조에서 일할 때도 그랬다. 위탁급식은 안되고 직영급식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 일을 하는 분들의 근로조건이나 노동자적 지위와 역할을 소홀히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날 이분들의 처지가 아닌가 해서 상당한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저는 그분들이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노동자로서 제대로 대우 받고 교육주체로서 선다면 상당한 교육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 면에서도 최선을 다해 그분들의 교육적 역할을 확실히 찾아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수십 년에 걸쳐 너무나 오랜 기간 뒤틀려온 현실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확실한 법률적 지위를 부여한다면 일정부분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적 근거를 만드는 한가지로 그분들 처지를 100% 개선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여지를 만들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이후 다른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면 좋겠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노동에 대한 정책적 마인드가 전혀 없다. 10년을 일했거나 1년을 일했거나 호봉이 같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건 상식을 떠나 졸도할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비상식이 일반화됐다.

굉장히 단기간에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뭉쳤다. 그만큼 절박했음을 보여준다. 요구사항이 너무나 소박하다. 호봉제를 요구하고 있다. 장관에게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끝난 것을 아느냐고 했더니 안다고 했다.

저는 노조와 대화하라고 했다. 대화를 통해 요구를 수용하고 그래도 미진한게 있으면 법을 개정하면 된다. 정부가 못하면 저 같은 사람이 나서서 입법발의할 것이다. 19대 국회에 내놓을 법률 초안을 어제 학교비정규직노조 3개 단체가 검토했다.

이런 일은 국회의원들 고유역할이긴 하지만 문제가 제기되면 정부가 나서서 조사하고 필요하면 입법발의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교과부는) 학교장이 교섭대상자라고 한다. 지노위, 중노위가 판정하고 노동부도 인정한 (교육감이 교섭대상자라는) 것을 충남교육청은 행정재판으로 갖고 갔다. 재판에서 지면 대법원 판결을 보겠다고 버틸 사람들이다.

노동법은 우선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앞장서서 이를 왜곡하고 어떻게든 회피하려고 법원으로 달려간다. 지역 교육청들이 식자우환이라고 교과부장관을 닮아간다.

법을 알면 더 겸손하게 해석하고 국민을 위한 길이 뭔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자기네는 교섭권자가 아니라며 재판정에서 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아는 것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면 죄도 더 중히 받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부당노동행위를 더 엄격히 강화해서 처벌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8월 말 총파업을 예고했는데= 민주노총 총파업투쟁에 대해서는 늘 미안하다는 말이 앞선다. 정말로 부득이해서 조직하고 만들어가는 파업인데 제가 전교조 위원장일 때도 동참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정말 미안할 뿐이다.

노동조합이 요구를 관철할 유일한 방법이 바로 파업이다. 그런 점에서 총파업이 잘 조직되고 노동자들 처지와 요구가 그런 일시적 계기를 통해서라도 세상에 잘 이해되고 관철되면 좋겠다.

민주노총이 싸우는 과정에서 제 역할이 있다면 늘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회 정론관에서 노동문제 관련 기자회견이 있어 요청이 올 경우 저는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할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들, 그리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노동자요 학부모이며 사회 개혁 주체인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전교조 조합원들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헌신하고 희생하며 주장하는 내용들이 수없이 윤색되고 각색되고 왜곡돼 전달되는 가운데서도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며 실천함으로써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우리 교육을 붙잡고 있는 분들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저는 전교조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렵지만 그것 또한 시대적 사명으로 여겨준다면 좋겠다. 이제는 그런 역할이 더 빛나도록, 잘못 전달되지 않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저 같은 사람들의 역할일 것이다. 제게 주어진 몫을 다해서 우리 조합원들의 훌륭한 생각과 경험들이 국민의 가슴에 제대로 꽂히도록 해보겠다.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드릴 말씀도 있다. 저는 노동자가 이 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우리의 가장 큰 힘은 단결이며, 그 단결된 힘만이 이 잘못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런 명제와 함께 세상을 한 번 바꿔보고 싶은 것이 제 소망이다. 함께 하자.

※ 이 기사는 분량을 줄여 <노동과세계> 종이신문 524호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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