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복 보라매민들레분회 조직부장

“마지막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업은 노동자에게 마지막 무기 아닙니까?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일을 멈추는 것밖에 없잖아요. 우리 파업은 정당한 조정절차를 거친 투쟁이에요. 그런데 병원측과 두잉씨앤에스는 노동자 요구를 짓밟고 대체인력을 투입했습니다.”

보라매병원에서 환자를 이송하고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에 나섰다. 임금을 올리기 위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파업까지 해야만 하는 현실에 내몰린 노동자들. 보라매민들레분회 조합원들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을 받으며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해왔다.

박영복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보라매민들레분회 조직부장(50세)을 <노동과세계>가 만났다. 보라매민들레분회는 지난달 31일 3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2일 전면파업을 벌이고 3일에는 환자이송 조합원들이 오후 1시부터 일손을 멈췄다.

병원과 하청업체가 맺은 1인당 도급비는 214만6천원. 청소노동자들 임금은 세금 공제 후 110여 만원에 불과하다. 환자이송 노동자들도 똑같은 일을 하는 서울대병원 환자이송 노동자 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8만원을 받는다. 사측은 겉으로는 노조를 인정한다면서 근무시간 내 조합원총회 시간도 제공하지 않았다.

“청소노동자가 76명인데 휴게실은 9곳이고 36명 정도를 수용할 공간밖에 안 돼요. 청소 조합원들은 왁스냄새 진동하는 대걸레 빠는 청소도구실이나 화장실 한켠에 박스를 깔고 쪼그려 앉아 쉽니다.”

보라매병원에서 환자를 이송하고 청소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2011년 3월 노조를 결성했다. “그동안 너무 핍박을 받았어요. 몸이 아파 병가라도 내려면 그냥 가서 쉬라고 했어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 우리는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보라매민들레분회는 생활임금 인상과 인력충원, 노조활동 시간 보장, 부당노동행위 관리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5월 29일 2012년 임담협 교섭을 시작했다. 일곱 차례 교섭을 했지만 회사의 불성실한 태도로 결렬됐다. 노조는 7월 5일 조정신청 후 91.1%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동자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팀반장이 앞장서서 노조탈퇴를 종용한 사실이다. 노조가 엄중문책과 재발방지를 요구했지만 처리는 차일피일 미뤘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자들을 해고할 수 없다면 다른 업체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하청업체 두잉씨앤에스는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을 하고 정당한 요구를 수용해야 합니다. 보라매병원도 하청노동자들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야 하구요. 서울시는 매년 100억 이상 운영비를 지원하는 보라매병원에서 도급비가 제대로 사용되는지 감독해야 합니다.”

보라매민들레분회가 파업투쟁으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요구하자 병원과 용역업체는 임금을 조금 올리고 휴게실을 확충하고 교육시간을 조금 보장하는 선에서 합의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또 노동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한 팀반장 문제는 직위해제하는 선에서 합의하자고 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이 내용을 설명하고 찬반투표를 통해 의견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잘 다린 회색 환자이송 작업복을 단정하게 입고 몸자보를 한 박영복 조직부장. 적지않은 나이에 민주노조를 시작했지만 그의 열정과 현장 조합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헌신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조합원들 의견을 따라야죠.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요. 중요한 것은 우리 싸움이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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