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힘을 합쳐 통일의 길로 뚜벅뚜벅~”

2012년 경남통일실천단은 8월 9일부터 10일까지 창원에서 시작되어 통영을 거쳐 산청. 함양으로 그리고 다시 창원으로 되돌아오는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창원에서 시작된 첫날은 아침부터 S&T중공업과 수출자유지역의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였고, 통영에서는 중식보고대회에서 신아Sb 조합원들을 만났으며, 시장상인들과는 흥겹게 통일의 발걸음을 함께 내딛었다.

나는 8월 9일 저녁에 합류하면서 산청청소년수련관에서 1950년을 전후한 분단 상황과 함께 지리산 일대에서 벌어진 지리산 유격대와 국군토벌대 사이의 참혹한 남북대결에 대하여 통일광장 어르신의 말씀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

다음날에는 지리산 역사기행이 시작되었는데, 수련원에는 부레옥잠, 익모초, 봉숭아꽃이 이쁘게 피어서 우리의 산행을 축하해 주었다.

지리산 벽소령을 바라보면서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에 위치한 삼정산 자락 해발 920m 높이에 자리하고 있는 '영원사'를 찾았다.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고 해야 하나 앞으로는 벽소령 산줄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영원사까지는 임도가 계속되었는데, 임도 좌우로는 노란빛을 띠는 사위질빵이 하얗게 피어있었다. 사위에게는 뚝뚝 끊어지는 사위질빵 덩굴로 짐을 지게 했다는 얘기가 전해져서 사위를 사랑하는 장모의 정을 느끼게 하는 꽃이라는데 참으로 곱게도 피어있었다.

거북꼬리에는 메뚜기가 평화롭게 앉아있었고, 거미줄에는 보랏빛 칡꽃이 떨어져 있었다.

박주가리 꽃도 이쁘게 피어있었고, 빠알간 복분자가 검붉게 잘 익어가고 있었다. 진주에 사는 정병호 동지가 “야 오미자다” 소리쳐서 오미자 열매도 구경했다. 가을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영원사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오래된 느티나무가 우리를 반겨주었는데, 그 느티나무는 1950년을 전후한 분단상황과 함께 절이 불타는 것도 말없이 지켜보았을 것이다.

영원사에는 두류선림(頭流禪林)이라는 글이 적힌 영원사 인법당이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법당 입구에는 더덕꽃이 피어 잔잔하게 종을 치고 있었다. 분홍색의 풀협죽도, 참나리꽃이 아름답게 피어 통일실천단을 반겨주었다.

1943년 11월, 일제 패망 후 조선에 임시정부를 세우고 신탁통치를 실시한다는 신탁통치안이 미국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된 카이로회담의 내용, 1945년 12월에 미국, 영국, 소련, 중국 4개국이 조선민중의 의사와 상관없이 5년간의 신탁통치를 결정한 모스크바 3상회의 등의 분단시대 현대사 강의도 지리산에서 듣는 시간도 가졌다. 또한 4.3항쟁과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전쟁을 전후하여 형성된 지리산유격대의 역사, 63년에 체포된 최후의 빨치산 정순덕 이야기, 수천명이 죽어간 이현상부대의 대성골 전투 이야기도 들었다.

또한 당시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시기에 빨치산들의 근거지가 되었다고 국군토벌대들이 지리산에 있는 대부분의 절을 불살라 버린 강의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원사는 다행히 몇일전 알게되어 많은 기록물을 미리 옮길 수 있었고 그래서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고승들이 거쳐간 방명록이라고 할 수 있는 '조실안록(祖室案錄) 등을 보존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영원사 스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강의를 듣고난 뒤에 산을 오르니 산 초입에서부터 벌써 천남성 열매를 보는 행운을 맞이하였다. 누군가 이름모를 꽃을 보면서 “도라지꽃을 닮았는데 도라지는 아니고 그렇다고 초롱꽃도 아닌데......” 나중에 알고보니 모시대였다. 지리산은 한마디로 야생화 천국이었다.

산을 계속 오르니 산죽과 함께 옅은 붉은 빛과 자주빛이 도는 며느리밥풀꽃이 가는 곳마다 무리 지어 환영해 주었다.  빨치산들의 은거지(비트)였던 산죽은 키에 닿을 듯이 자라 있었다. 하얗게 꽃핀 난쟁이바위솔을 만나는 행운도 가졌고, 참취꽃, 꿩의다리도 곳곳에 피어있었다. 영원사에서 3.3Km 거리를 모두들 재미있게 걸어와서 상무주암에서 점심을 했다.

통영김밥으로 식사를 했고 단연 소주가 최고 인기였는데 2병 뿐이어서 한모금씩 아!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문수암까지 1.2Km를 단숨에 달렸고, 비구니 한분이 계시는 삼불사까지 2.3Km도 거뜬했다. 내려가는 길은 전부 돌길이어서 지루하고 다소 힘들었지만 지리산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힘든 것이 싹 달아났다.

호두나무 열매를 보면서 도마마을까지 다다르니 비가 쏟아졌다. 70여명의 경남통일실천단은 창원에 도착하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통일문화제를 진행한 뒤에 평가회를 끝으로 1박 2일의 고단하지만 뜻깊은 일정을 마쳤다.

다음날인 8월 11일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와 평화통일대회로 향했다.

뼛속까지 친일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을 저지하기 위한 힘찬 발걸음, 6·15 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힘찬 통일의 발걸음은 마침내 5.24 조치 등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우리 민족 힘을 합쳐 통일의 길로 뚜벅뚜벅~

아 지리산

저 산 너머 산이 있고 그 산 너머에 또 산이 있고 그 뒤에 또 산이 있는 지리산 벽소령에 깊이 패인 오랜 전쟁의 상처를 딛고 달맞이꽃이 참 노오랗게 피어 있습니다 1951년 8월의 핏빛 물든 마천전투의 골짜기에도 거북꼬리와 사위질빵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빗점골 형제봉 토끼봉에도 지리산 대성골에도 하염없이 떨어져 내린 보랏빛 칡꽃이 거미줄에도 피어 있습니다

지리산 중턱 해발 920m 영원사의 느티나무는 보았습니다 피터지고 찢어진 빨치산과 토벌대의 살점을 산죽과 계곡에 흘러내리는 분단의 피를 활활 불타올라 한줌의 재가 되어버린 영원사를

62년의 세월이 흘러 훌쩍 자란 그 느티나무가 이제 또 다시 지켜보고 있습니다 적대와 반목의 시대를 끝내고 마침내 화해의 손을 맞잡고 드디어 교류협력의 손을 뜨겁게 맞잡고6.15와 10.4 선언의 길로 가는 것을 기나긴 분단의 물살을 가르는 것을 통일의 강으로 힘차게 오르는 것을

김성대/경남지역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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