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얼마나 더 고통 받기를 바라나...”

‘불법파견노동자 정규직화 쟁취 및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3차 울산공장 포위의 날을 하루 앞둔 16일 <노동과세계>가 현대차 울산공장 철탑 농성 현장을 찾아 31일차 고공농성 중인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을 1시간 여 동안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목숨을 걸고 철탑에 올라 있는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이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 투쟁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농성장 하루 일과에 대해=보통 아침 6시 전후에 일어난다. 가장 추운 시간이 새벽 5시쯤부터 아침 10시쯤 해가 비치기 전까지 시간이다. 비닐로 바람막이를 해놓기는 했는데 그래도 많이 춥다. 그 시간에 바람도 더 많이 분다.

조합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마이크로 외치며 출근투쟁을 하는 걸 여기서 지켜본다. 7시40분 쯤 농성장으로 오는 조합원들과 인사를 하고 8시30분 쯤 아침밥을 먹는다. 그리고 책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한다. 천의봉 사무장은 간부니까 여기 올라와서도 각종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오전 10시 쯤 되면 해가 비친다. 반가워 그 시간이 되면 일광욕을 한다. 야간조 일하고 나온 동지들이 와서 위아래에서 소리 높여 대화도 하고 전화도 한다. 낮 12시30분에서 1시 사이에 점심을 먹는다.

각종 집회 발언을 전화로 하기도 하고, 잡지 등에서 청탁받은 글을 쓴다. 손으로 써서 촬영해 보내기도 하고, 메모장을 이용해 문자로 써서 보내기도 한다. 주문받은 분량을 다 못 채워보내기 일쑤다.

기자들과 전화통화로 인터뷰도 하고, 신문사 기자들이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면서 낮 시간을 보낸다. 매일 저녁 6시 밑에서 촛불집회를 한다. 하루씩 돌아가며 촛불문화제 발언을 전화로 한다.

촛불을 정리한 다음에 저녁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에 저녁밥을 먹는다. 그 다음에 천의봉 동지와 둘이서 같이 하루를 정리하는 토론을 하고 잔다. 천의봉 동지는 좀 일찍 자고 저는 밤 12시쯤 돼서 잠자리에 든다.

밤에 불빛이 필요하면 랜턴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불빛이 정말 간절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익숙해진 것 같다. 촌에서는 저녁밥 먹으면 그냥 자지 않는가. 사실 어두워지면 여기서 뭐 할 수 있는게 없다. 생활양식이 변한 것 같다.

△현대차가 여전히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지만 태도변화가 느껴진다고 하는데=우리는 2004년 투쟁을 시작해 햇수로 9년 째 하고 있으며, 불파 문제를 갖고는 2005년부터 8년째 싸워왔다. 이 기간 내내 현대차는 기본적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대상과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를 또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다.

불법성을 인정하는 것이 큰 산이라면 그 산을 넘어도 또다른 어려운 사안들이 있다. 저는 이 문제가 한꺼번에 단시간 내 해결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비정규 노동자가 왜 그렇게 긴 투쟁을 해왔는지에 대해 알려져도 새로운 것이 또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현대차는 이제까지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제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실질적 교섭 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새로운 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주 멀 수도 있다.

▲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이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16일 현재 31일째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 주차장 송전철탑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최근 현장이 많이 어려웠다고 들었는데=투쟁하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많다. 다양한 동지들이 노동조합에 모였으니 다양한 의견과 다양한 입장이 공존한다. 기본방향을 어떻게 갖고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회사도 관리자를 동원해 간부와 해고자들을 회유했다. 내부적으로 분열시키고 어려움을 조장했다.

지금도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줄이고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노조 동지들이 조합원총회를 하고 간담회를 했다. 지난 주 350여 명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믿는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다양한 토론을 통해 역동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 저는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다양한 의견들이 하나의 안으로 잘 모아질 것이다.

실제 조합원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문제다. 8년에 걸친 긴 투쟁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 온 방향이 있는데 모든 동지들이 통일된 내용을 갖는다면 그게 오히려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8년의 경험 속에서 성장하면서 표현하기 시작하고 방향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본다.

그것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자존심을 지켜온 힘이라고 본다. 노조 입장에서 지도부와 다른 입장이 있음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을 경청하지 않으면 지도부 입장도 관철시킬 수 없다. 그것을 수용하고 의견을 말하고 우리가 이 정도를 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결정하고 가면 된다. 그게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집들이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으며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다. 당장의 조직력으로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다. 어떤 계기를 통해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에 가능성이 있고 힘이 있으며, 더 싸워야 할 과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 농성은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고 본다. 공장 내 조합원 동지들은 지속적으로 자기행위를 해야 한다. 현재의 우리 농성은 특별히 생산에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단시간 여론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현대차가 당장은 곤욕스러울 수 있으나 실제 정말로 곤욕스러운 것은 생산에 타격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생산에 타격을 주는 투쟁을 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느냐 하는 문제의 핵심이다. 아직은 어려움이 있으나 잘 조직해서 공장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 현대차 사측은 두 차례의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이들은 모든 사내하청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그 날을 위해, 비정규직이 철폐되는 그 날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외친다. ⓒ 변백선 기자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에게=우리 조합원들이 밑에서 정말 잘 챙겨준다. 고마울 뿐이다. 사실 할 짓이 못되지 않는가? 조합원들이 공장 일을 마치거나 새벽잠을 설치고 나와 매일같이 이 앞으로 모인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 동지들이 언제까지 저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고생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더 고통을 받아야 최소한 상식적 수준에서라도 인정을 할까...

우리 노동자들도 정상적 생활을 해야 하지 않는가. 대법판결을 이행하라고 철탑농성을 한지 오늘 31일째다. 우리가 여기서 안전하게 농성할 수 있도록 동지들이 지켜주니 저는 개인적으로 복 받은 사람인 것 같다.

저는 우리 조합원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 올라와서 우리 노동조합도, 우리 동지들도 정말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수차례 파업을 하면서 징계도 많이 받았고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굉장히 강한 사람들이다.

같은 사안을 놓고 10년 가까이 투쟁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자기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저는 우리 동지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고, 그럴 거라고 믿는다.

어제 10차 교섭이 있었다. 회사는 대법판결은 인정해도 불법파견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불법파견은 아니되 불법적 요소는 있으니 그것을 제거하고 합법적 요소로 채워나가자는 것이다. 대법판결문에도 불법파견이라는 것이 명시돼 있는데도 말이다.

회사는 계속 자의적이고 뻔뻔스러운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얼마나 더 죽고 고통을 겪어야 상식적 수준에서라도 사과를 할지 모르겠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게=저는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결정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 제가 여기 오르기 직전에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을 시작했고, 제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유성기업지회 홍종인 지회장도 농성에 들어갔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초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한 것들을 제대로 집행만 했더라면도, 약속을 책임있게 집행했더라면 이 노동자들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한다. 금속노조가 오는 19일 대의원대회를 한다. 우리 지회 소속 대의원들이 파업결의를 안건으로 만들어 올린다고 한다.

2010년 CTS 25일 파업 때도 총연맹 결정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투쟁을 책임있게 조직하지 못했다. 파업을 못하는 조건이라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의하고 지켜야 단위노조가 실망하지 않는다.

그런 책임성 있는 자세로 조직을 운영할 때 조직이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결정한 것  만큼은 책임 있게 집행해야 한다. 각각의 문제를 지금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

▲ 점심시간이 되자 철탑농성 중인 최병승, 천의봉 두 조합원을 위해 보자기에 밥과 국, 반찬 등을 담아 밧줄에 묶어 올려주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새로 선출될 민주노총 7기 지도부에게=누가 당선되던 약속을 지켜야 하고 그것이 우선이다. 선거 때가 되면 각각의 후보들이 거창하게 공약을 낸다. 그 중 정말로 지킬 공약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다. 현장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지지를 호소하며 말한 공약을 지켜야 민주노총을 자기 조직으로 생각할 것이다.

여기까지 말한 최병승 조합원은 천의봉 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31세)에게 휴대폰을 넘겼다.

천의봉=추워진다고 걱정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겨울은 추워야 하지 않는가. 별다른 불편함은 없다. 2005년 철탑 농성 이후 현대차 자본은 울산공장 내 모든 철탑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그러나 우리는 또다시 철탑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이 꾸준히 문자도 보내주고 전화로 걸어온다. 그것이 이 위에서의 지루한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일부 조합원들은 미안해서 전화도 못걸겠다고 한다.

현대차는 대법판결을 이행하라는 우리 요구와 투쟁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최병승 개인에 대한 판결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론에는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했다고 나오지만 사측은 교섭장에 나와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냥 일부 언론의 이야기일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공방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철탑농성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제 개인적 느낌으로는 현대차가 기존 입장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회사는 불법파견을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신규채용 등의 방법을 쓰려는 것도 같다. 정규직화를 최소한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수를 쓰려는 것일 수도 있다. 사측이 말하는 신규채용 인원에 변화가 있는데 거기에 +알파를 할지도 모른다.

저는 민주노조운동을 그리 오래 하지는 않았다. 평범한 현장 조합원이었다가 임원으로 뽑혔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는 임금을 뛰어넘는 파업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는 파업을 말하고 뒤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뒤집는 그런 지도부가 아니고, 말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지도부가 우리는 필요하다.

▲ 최병승, 천의봉 두 조합원이 철탑 위에서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며 손인사를 하고 있다.ⓒ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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