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란/ 민주노총 교육국장

박근혜 당선 이후, 언론이나 담론집단들 속에서 ‘박근혜 시대’라는 말을 곧잘 발견한다. 개인적으로 이 말 속에 뭔가 새로운 것의 등장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듯해서 이질감과 불쾌함을 느낀다. 박근혜 당선 후 한달 남짓, 알려진 것만으로도 5명의 노동자와 한명의 청년이 목숨을 끊었고 이 글을 쓰는 지금(28일)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해고노동자의 자살 소식이 또 전해졌다. 소위 ‘박근혜 시대’는 이렇게 노동자민중의 줄초상으로 시작되고 있다.

자고로 ‘시대’란 낡은 것에 맞선 투쟁의 최선두에 있는 사람들이 개척하고 선도하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 그 사람들은 쌍용차, 현대차, 전주, 대전의 노동자고공농성투쟁과 재능학습지 노동자를 비롯한 수십개의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투쟁으로 노동존중, 노동중심성이라는 말이 협소한 진보진영을 넘어 전체 국민의 보편적 이해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노동자의 투쟁에 등을 돌리고는 정치인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쌍용차 국정조사 폐기를 위한 보수세력의 입체적 공략이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64% 이상이 ‘기업에 부담이 가더라도’ 국정조사는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사하는 바 크다. 특히 경제위기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전과 달리 국민다수가 ‘기업에 부담이 가더라도 함께 살기’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노동감성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처럼 지금은 수많은 투쟁과 희생 속에 ‘노동’이 시대의 화두가 되는 전환적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과연 낡디 낡은 가치를 지키는데 일생을 투여한 박근혜의 ‘시대’와 노동이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는 현 시대를 전진시키고자 하는 노동자민중 사이에 얼마나 큰 부침과 충돌이 발생하게 될지 가늠하기 너무나 쉽다.

소위 ‘박근혜 시대’에 대한 예상은 지난 한달간의 인수위 행보를 통해 이미 확인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박근혜당선자와 인수위 활동 전반에서 노동관련 사안 차제를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선 후 박근혜 당선자를 포함한 여권의 유일한 노동관련 행보는 새누리당을 앞세운 쌍용차 국정조사 폐기 추진, 쌍차 국정조사 실시 환노위 결의문 채택 거부와 쌍용차지부 불인정과 쌍용차기업노조와 협의하에 무급휴직자 복직(정리해고자 제외) 합의를 통해 노동자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정권에 부담이 되는 투쟁전선을 약화시키려는 꼼수뿐이었다. ‘대선 후 첫 임시국회에서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라는 박근혜의 약속은 이미 헌신짝이 되어버렸다. 그 외 이미 국민적 사안으로 되어있고 노동자의 생존이 걸린 5대 긴급현안(쌍용차, 현자비정규, 유성, 한진, 공무원과 공공부문 해고자) 요구에 대해서도 박근혜 당선자는 아예 말이 없다. 완전한 무시작전이다. 박근혜 당선자에게 노동은 무시해도 되는 그런 존재일뿐임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인수위는 그나마 쓸만한 복지공약들조차 수정, 폐기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대선 직후 조선일보가 ‘공약 이행 필수적이지 않다’며 공약 폐기를 선동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1월 중순, 인수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공약 수정기조가 공식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대표적으로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보장'에 대해 형평성 논란을 빌미로 축소 방향으로 재검토하고, 2014년부터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 공약 역시 재정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상을 축소하고 타 연금과의 중복 불가능 쪽으로 지급액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비판여론을 잠재우고자 박근혜 당선자가 다시 ‘약속은 꼭 지키겠다’는 립서비스를 하지만 ‘돈이 없어 공약 이행 못한다’는 인수위나 정부부처의 주장을 제압하지 못한 채, 오히려 ‘증세 불가피론’ 확산으로 귀결되고 있다. MB정부의 ‘줄푸세(부자감세, 규제완화, 법질서 세우기)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박근혜 당선자의 입장에 비추어 결국 노동자, 농어민, 직장인 등 저소득층에 대한 비과세나 감면조치의 축소나 직접적 증세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 또다시 노동자 서민의 부담만 늘어날 공산이 크다.

박근혜 당선 후, 한달이 시사하는 바는 박근혜 차기정권은 ‘노동무시와 배제’, ‘복지공약축소’를 기본 기조로 하는 반노동, 반서민 정권으로 될 가능성 99%라는 것이다.

김성란/ 민주노총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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