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범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2013년 올해의 거시경제 상황은 어떨 것인가? 간단히 정리하면 <성장의 정체>와 <위기의 누적>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거품붕괴>와 <부채 축소> 과정을 5년째 겪고 있다. 자산 거품은 꺼졌는데, 막대한 부채는 그대로 남아있고, 이를 장기 분할해 상환하거나, 부채를 탕감하고 그 손실을 공유해야 한다. 당연히 소비와 투자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성장 정체> 상황이다.

성장정체와 엔저, 흔들리는 수출...내수 침체 회복 기미 없어

미국은 올해부터 재정 긴축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가계와 기업 부문에서의 소비와 투자 감소를 정부 지출을 늘려 메워왔는데, 이제부턴 정부 지출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 경기가 살아나야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많은 부채를 안고 있으며, 주택 경기가 바닥에 도달해 반등을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미약한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의 상황은 더 나쁘다. 그래도 미국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지진 않았지만, 유럽은 이중, 삼중의 침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국채매입 조치로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됐으나, 거품 붕괴와 계속되는 재정 긴축이 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과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경기 역시 작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이 고성장을 구가한 원인은 다름아닌 ‘수출’이었는데, 미국과 유럽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이들의 고성장도 한계를 맞고 있다.

이렇게 세계 경제가 나쁘니,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경제가 좋아질 리 없다. 세계 경제의 성장침체와 더불어, 올해는 엔화가치 하락도 올해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간 경제 현황에 비해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던 엔화가치가 정상화(하락)되고 있고, 이로 인해 그간 누렸던 엄청난 수혜(환차익과 가격경쟁력 강화)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수는? 부동산 거품 조정이 지속되고 있고, 가계부채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집값 하락과 건설 경기의 침체가 수년 째 지속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경기 부진과 과잉 경쟁에 신음하고 있으며, 청년 실업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는 금융 부실 문제가 저축은행에서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신협, 농수협 단위조합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출도, 내수도, 그 어디에도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의 고환율 정책과 4대강 삽질, 20차례 가량의 집값하락 방어정책이 위기를 지연시켰을 뿐이며, 이로 인해 지연됐던 위기는 이제 점점 더 본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 민중에 대한 자본의 고통 전가도 더욱 강력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민중은 더욱 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2013년, 체제 위기 지속에 따른 투쟁과 대안모색 활발해질 것

위기는 자본의 공세를 낳지만, 한편으로는 민중의 저항과 대안의 모색을 낳는다. 팽창을 본성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성장 정체>에 걸렸다는 건 지금 위기가 <체제 위기>라는 뜻이다. 자본주의는 팽창, 성장해 민중에게 일자리와 생존 수단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 기능이 마비되면 민중은 생존을 위한 다른 방식을 찾고, 요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민중의 요구가 늘면서, 줄푸세를 이야기하던 박근혜가 난데없이 경제민주화를 걸고, 민생을 이야기하며,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기만적일지라도 박근혜조차 이렇게 나오는데, 민중은 어떻겠는가? 올해에는 민중의 저항과 생존을 위한 대안의 모색이 분출하는 해가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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