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김민식 부위원장의 대선 후유증 극복하는 법

대선이 끝나고 한달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고 답을 찾으려고 했다. “멘붕을 어떻게 이겨내시나요?”(‘멘붕’, ‘멘탈 붕괴’를 줄인 말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김민식 언론노조 MBC본부 부위원장도 그랬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170일간 파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재철은 건재했다. 김재철이 물러나거나 쫒겨날 것이라는 정치권의 약속을 믿고 현업에 복귀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만 것이다. 기대를 걸었던 정권교체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민식 부위원장은 스스로를 “아무런 생각없는 딴따라 피디로 살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바뀐 사람”이라고 말한다. “방송이 정부가 바뀌면서 어떻게 망가지는지 똑똑히 보게 된 거예요. 이걸 5년간 또 어떻게 견뎌야 하나 싶은 거죠”
 
그런 그가 최근에는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언제까지 ‘멘붕’에 빠져서 허덕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의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을 지나면서 우리 스스로가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MBC 파업은 기존 민주노총의 파업의 형태하고는 여러모로 달랐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길거리 선전전보다 더욱 비중있게 활용했다. 유투브도 또 다른 투쟁의 공간이었다. 김민식 부위원장이 연출한 ‘MBC 프리덤’이라는 동영상은 유투브에서만 40만명이 봤다. 유인물 수백만장을 뿌린 효과보다 더 컸다. 이런 새로운 투쟁 방식은 김민식 부위원장이 전적으로 기획하고 집행했다. 파업 이전 시트콤과 드라마를 연출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조합원과 함께 하는 투쟁은 즐거워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더 크게 작용했다.
 
“투쟁은 힘듭니다. 6개월간 급여를 받지 못하는 자기 희생으로 파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괴롭고 고통스럽게 싸울 수는 없습니다.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데 우리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하면 안되거든요.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즐거워야 했습니다. 그래야 오래 싸워도 질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 MBC노조는 4번의 파업을 벌였다. 39일간 파업도 있었고 170일간의 장기 파업도 있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변한 것은 없다.
그러나 김민식 부위원장은 낙담하지 않았다. 아니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제 MBC 새 집행부가 올해 초에 새로이 출범합니다. 지난 해 장기 파업과 집행부에 대한 징계도 거쳤는데 여전히 집행부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섰습니다. 그리고 조합원들 역시 한치의 흔들림이 없습니다. 파업을 끝내고 나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서 노조가 흔들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기우였습니다.”
MBC 노조의 새로운 투쟁은 또 그렇게 시작될 것이다.
 
김민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당부했다.
“우리도 이젠 서로가 조금은 더 너그러워져야 할 것 같아요. 보수는 자기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면 문제 많은 김재철이든 누구든 끝까지 안고 갑니다. 우리는 동지들끼리 너무 매섭게 대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 편이면 끝까지 함께 할 수 배려와 너그러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힘들지만 즐겁게 투쟁합시다!”
 
윤춘호/ 공공운수노조연맹 선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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