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연대노조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지부 김은석 전 지부장

김은석 전 지부장
“민주노총에서 모범조합원상을 받은 건 제게 가문의 영광입니다. 저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많은데 부끄럽기도 해요. 영광스럽죠. 끝까지 싸워 승리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더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사무연대노조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지부 김은석 전 지부장(42세)이 지난 1월24일 민주노총 2013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모범조합원상을 받았다. 그는 2010년 8월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노동조합을 건설했다. 현재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전국사무연대노조 지부로 소속돼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은 세계 20대 제약회사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한국 법인 중 하나로 동물약품 유통 회사다. 김 전 지부장이 사측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통해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 관계자들의 노동조합, 특히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이나 받는 그런 사람들이 하는 건데, 이렇게 연봉도 많이 주는 좋은 회사에서 무슨 민주노총이냐?”, “격 떨어지게 무슨 지부장이냐, 노조 위원장을 해야지.”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르는 거기 본조 간부들과 같이 앉아서 어떻게 회사 이야기를 하느냐?”
 
노조를 건설했을 때 21명이던 조합원이 지금은 김 전 지부장을 포함해 4명으로 줄었다. 베링거인겔하임 한 임원은 개인면담을 빌미로 조합원을 불러 탈퇴를 강요했다. 노조를 탈퇴하자마자 팀장급으로 발령난 직원을 들먹이며 파렴치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
 
사측은 탈퇴한 비조합원을 회유해 복수노조 설립을 시도하면서 민주노조 조합원을 모두 해고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 첫 번째 표적이 김은석 초대 지부장이었다. 노조 설립 후 2011년 한 해에만 3차례 줄징계를 내리더니 결국 2012년 4월30일자로 해고했다. 2007년 ‘베스트 수의사 상’을 받은 김은석 전 지부장을 사측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했다.
 
사측은 김 전 지부장에게 성과급을 안주는 방식으로 연봉을 깎아 해고 직전에는 2/3로 줄었다. 지노위와 중노위도 부당해고를 판정했지만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은 이행치 않고 있다. 김은석 전 지부장은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본사 16층 복도와 건물 앞에서 매일 연좌농성과 중식 천막농성, 목요집회를 하고 있다.
 
“수의대 재학시절 4학년 때 과대표를 맡았는데 교수가 리포트를 언제까지 제출하라고 하길래 학생들과 이야기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했어요. 교수가 불같이 화를 냈지만 도저히 써내기 어려운 날짜였고 학생들 입장을 반영해 일정을 조정해야 했죠. 노사관계도 똑같은 것 같아요.”
 
동료나 선배들은 그에게 왜 굳이 그렇게 힘든 길을 가느냐고 한다. 그는 수의사이고 양돈 분야 전문가다. 복직 대신에 회사가 주는 돈을 받아 지역에 가서 동물병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민주노조를 선택했다.
 
“제 직업이 수의사이고 양돈 분야 전문이에요. 회사가 주는 돈을 받아 지역에 가서 동물병원을 할 수도 있지만 회사는 일을 못해서 해고됐다고 역선전을 할 테고, 전 베링거 해고자로 낙인찍힐 거에요.”
 
김 전 지부장은 투쟁사업장 공투단 활동을 하면서 큰 힘을 얻었다. “지난해 7월 처음 결합할 때는 한숨만 쉬고 그럴 줄 알았어요. 저보다 훨씬 오래 어렵게 싸워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저보다 더 힘든 동지들에게서 힘과 기운을 받았어요. 제가 복직하고 승리해서 공투단에 기쁨을 주고 싶어요. 투쟁사업장들이 모두 해결돼서 공투단이 쓸모없어지게 되면 더 좋겠죠.”
 
김은석 전 지부장은 독일 본사 원정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독일 시민단체와도 교류할 거에요.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복직도 하고 제대로 된 단협을 체결해서 올바른 노사관계를 만드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홍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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