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교육청 소속 S초등학교 비정규직 교직원 10명은 지난 1월 28일 오후 1시 28분, 한 통의 문자를 일제히 받았다. 이 학교 교장 명의로 된 문자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학교회계직 재계약과 관련 학교장 결정사항을 알려드립니다. 학교장 결정: 학교회계직 직원 전원(10명) 재계약하지 않기로 함. 따라서 2013년 2월 28일 자로 자동계약 종료함."
 
▲지난 1월 28일 서울 S초 학교비정규직 직원 전원이 받은 문자메시지.
 
 
교사들, "해고 처분 철회하라" 반발... 교장은 병가 중
 
이 학교 교무보조·과학보조·전산보조·사서·부진아강사·행정 전담사·돌봄 강사·조리원 등으로 근무하던 학교 비정규직(학교회계직) 10명은 '해고 통보'에 발만 동동 굴렀다. 억울해도 다른 학교에 취직하지 못할까봐 내놓고 얘기하지도 못한 것이다.
 
문자 통보를 받은 한 직원은 "업무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비정규직이라고 이렇게 파리 목숨만도 못한 상황에 처하게 돼 정말 슬프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일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이 학교 정규직 교사들이 모인 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면서부터다. 이 학교 전교조 분회는 성명을 통해 "퇴직하는 교장이 학교비정규직 전체를 해고한 것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21일 현재 이 학교 P교장은 명예퇴직을 신청한 뒤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이 학교 박아무개 행정실장은 전화 통화에서 '회계직원을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까닭'에 대해 "교장이 교원회의에서 제안한 학교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학교회계직 계약 규정에 대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이 규정은 학교회계직원들에게 유리한 내용이었지만 서울시교육청 지침과 다른 내용도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인사관리규정은 교장과 교감·교사들의 회의기구인 학교 '다모임'에서 결정해 행정실장과 교장이 결재한 것"이라며 "이 규정 내용 때문에 비정규직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미 비정규직 직원들이 서울시교육청 지침에 따른 계약조건에 모두 동의했는데도 (그들을) 해고한 것은 학교가 엉뚱한 핑계를 대고 있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동작교육지원청은 S초의 학교 비정규직 전체 해고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육지원청은 21일 이 지역 학교에 보낸 '학교회계직원 고용안정 협조 안내'라는 공문을 통해 "학교에서는 학교회계직원 중 상시적 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고용을 종료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학교비정규직 2000여 명 대량 해직 사태
 
이 교육지원청 중견관리는 "대부분의 학교가 학교회계직원이 그대로 근무하는 게 관례"라며 "3월 1일 자로 S초에 새 교장이 부임하면 계약 만료된 직원들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에 따르면 최근 전국 초중고에서 일하는 전문상담사 969명과 학습보조교사 910명이 집단 계약해지를 당했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100여 명에 달하는 학교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 교육청이 해결에 나서라"고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형수 전회련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대량 해고사태에 대해 교육청은 학교장의 권한에 의한 정당한 해고로 인정해버리고, 합법적인 해고인양 포장하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은 기간제법을 악용하고 교육청 지침을 무시하는 학교에 대한 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윤근혁기자/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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