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취임 첫날...노동자들 절규에 경찰 앞세워 폭력구금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날인 25일 오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현안 해결하지 않는 박근혜의 취임식은 무효"라고 외쳤다. ⓒ 변백선 기자
박근혜 취임 첫날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취임식장을 찾아가 노동현안 우선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찰을 앞세워 취임식장 주변을 봉쇄하고 노동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묵살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는 25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 민중의 한숨과 눈물 속에 출발하는 박근혜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국민은행 앞 등 국회 주변에서 피케팅을 벌이며 노동현안 우선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경찰은 취임식장을 오가는 수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절박한 요구를 부르짖는 노동자들을 에워싼 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게 밀어막음으로써 박근혜 취임식의 두 얼굴을 만들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날인 25일 오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노동문제 해결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촉구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시국선언 여는 말에서 “옛부터 마을의 어른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마을에서 내쫓는 전통이 있는데, 우리는 박근혜가 선거 때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이 땅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대통령에 취임할 자격이 없고 전통적 정서에 따라 박근혜를 몰아내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대선과정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쌍용차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TV 토론에서 이야기했고, 불법파견으로 판정된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약속해놓고 두 달 넘게 지키지 않는다”면서 “국민과의 약속인 선거공약을 안 지킨 채 취임하는 것은 무효이며 우리는 공약을 지키지 않는 당선과 취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는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 24분, 한진중공업 최강서열사 등 노동현안이 산적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죽음에 이르고 목숨 건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진정한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평택으로 달려가 국정조사를 실시할테니 내려오라고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동현안 해결없는 취임식은 기만이다!”, “노조파괴 중단하라!”, “해고자를 복직시켜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손배가압류 철회하라!”, “국정조사 실시하라!”라고 외치는 노동자들 목소리가 여의도 일대에 울려퍼졌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날인 25일 오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현안 해결하지 않는 박근혜의 취임식은 무효"라고 외쳤다. 노동문제가 해결되는 그 날까지 싸우겠다는 의미에서 붉은색의 '노동탄압 분쇄'라고 적힌 머리띠를 동여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잔칫날을 인정못한다는 우리 주장을 취임식에 가는 시민들은 들어달라”면서 “민생, 신뢰, 국민대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놓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 유성기업 노조파괴를 외면했다”고 말하고 “경찰을 앞세워 정치적 반대자를 고립시키고 억압하는 모습이 5년 전 모습과 다르지 않은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당선자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용길 진보신당 대표는 “박근혜 취임을 우리는 축하는커녕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쌍용차 24분의 노동자와 그 가족의 죽음, 현대차 비정규직, 유성기업, 전교조 탄압, 공무원 노동자 복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행복은커녕 국민불행시대”라고 규탄했다.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사람은 5천만 국민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오늘을 계기로 비상시국회의는 제민중노동단체들과 총력단결해서 박근혜 정부와 한 판 맞서는 투쟁을 벌이자”고 강조했다.

이호동 전해투 위원장은 “수많은 축하객들의 환호 속에 우리는 취임식장 안팎의 두 얼굴로 상징되는 피케팅과 회견을 통해 처절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하고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 24분의 죽음, 12월부터 이어진 노동자들의 죽음, 비정규직이 상당수인 철탑농성을 외면한 채 국민행복시대는 사기”라면서 “박근혜정부 출범과 동시에 우리 투쟁의 신호탄이 올랐다”고 경고했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이명박이 저질러 놓은 수많은 노동문제를 박근혜가 승계했고 우리는 투쟁으로 우리 요구를 관철할 것”이라면서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살고 싶어 거리에 나온 우리는 죽기살기로 덤비며 당당히 투쟁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장은 “얼굴만 바뀐 권력이 자본과 손 잡고 변함없는 탐욕으로 노동자를 탄압한다”고 말하고 “우리 역시 끈질기게 맞서 새로운 세상이 열릴 때까지 우리 길을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날인 25일 오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날인 25일 오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백석근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최강서열사 장례를 치러 우리 동지를 가슴에 묻고 여기 시국선언 자리에 섰다”고 말하고 “우리 전체가 단결하고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할테니 똑똑히 지켜보라”면서 “진정한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길에 민주노총이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과 양동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시국선언문 낭독을 통해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 요구와 입장을 전달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쌍용차 국정조사 즉각 실시·해고자 복직 △현대차 비정규직 법원 판결 이행·즉각 정규직화 △유성기업 노조파괴 자행 사업주 구속·노조파괴책동 중단 △공무원 및 공공부문 노동자 징계해고 철회·노조탄압 중단 △전교조·공무원노조 탄압 중단·노동조합 인정 △최강서열사 죽음에 이르게 한 1천억원 손배가압류 즉각 철회 △재능·골든브릿지 등 67개 현안 사업장 노동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는 “노동자 민중의 눈물과 한숨 속에 출발하는 박근혜정부가 지금까지와 같은 태도로 일관한다면 머지않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18대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더 넓고 더 깊게 민주진보세력과 연대해 억압과 탄압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국선언 직후 비상시국회의 대표자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나섰지만 경찰이 길을 막아섰다. 경찰은 “우리도 국민이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노동자들을 에워싼 채 무려 1시간30분 이상을 불법구금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날인 25일 오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현안 해결하지 않는 박근혜의 취임식은 무효"라고 외쳤다. ⓒ 변백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날인 25일 오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문제 해결하라고 외쳤다. ⓒ 변백선 기자
노동자들은 “노동현안 해결없는 취임식은 기만이다!”, “노동문제 즉각 해결하라!”,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하라!”, “법원판결 이행하고 즉각 정규직화하라!”, “노조파괴 자행하는 기업주를 구속하라!”, “징계해고 노조탄압 중단하라!”, “전교조-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손배가압류 철회하라!”, “박근혜 당선자는 투쟁사업장문제 해결하라!”고 외쳤다.

한편 박근혜 취임 첫날 민주노총은 논평을 발표해 “취임사 어느 구석에도 여전히 ‘민주주의’와 ‘노동’은 없었고, 복지와 일자리에 대한 원론적 언급만 있었을 뿐”이라고 전하고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가 지금처럼 노동자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한다면 강력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또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호가호위(狐假虎威 / 여우가 호랑이의 권세를 업고 위세를 얻어 약자 위에 군림하다) 여섯 개 사자성어를 담은 영상논평을 내고,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에 자신의 공약을 어긴 것을 풍자한 뻥튀기 2종 세트를 취임 선물로 보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모든 어르신들에게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과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을 복지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지만, 취임도 하기 전에 이들 공약은 대폭 축소됐다.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공약은 당초 약속과 달리, 국민연금 가입자 연금은 삭감됐다. 특히 가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저임금·비정규노동자와 청·중년층, 여성 등을 역차별하고 있다. 또 4대 중증질환 역시 비급여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택진료비(26.1%), 상급병실료(11.7%)는 제외되고, 입원환자의 75%가 이용하는 간병서비스의 급여화도 배제됐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날인 25일 오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나섰지만 경찰들이 막아섰다. ⓒ 변백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날인 25일 오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나섰지만 경찰들이 막아섰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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