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어
청어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면
그놈의 오장육부에 잔가시를 박으며
기꺼이 죽어준다고 한다
아무리 힘센 놈이라도 그 잔가시의
껄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부터는 청어를 잡아먹지 않는다 한다
그리하여 나머지 청어들은
안녕하고 가끔 몇몇의 청어는 자진하여
검은 아가리 속으로 제물처럼
바쳐주곤 한다는 것인데 그런 뭣 같은
얘기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엉터리 같기도 하던 꽃비 내리는 봄날인데
오늘 청어 같은 한 사람이
스스로 기름 붓고 구워지셨다
터진 살 사이로 잔가시만 앙상한
물고기 한 마리 하늘길 따라 오르던 날
허방에도 어떤 여린 내장이 있는지
자디잔 핏방울이 떨어졌다
문동만 일상적 언어로 노동자와 민중의 건강한 삶을 노래. 그의 시에는 가난하고 힘겨운 이웃의 모습들이 절절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이 시대에도 여전히 민중의 삶과 노동이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 그러나 또한 그것이 얼마나 건강하고 탄탄하게 세상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지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