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5개로 박근혜 정권 풍자

민주노총이 25일 뻥튀기를 대선 당시 복지공약 현수막, 공약자료 등과 함께 청와대로 배송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2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사자성어로 만든 영상논평을 내 주목을 받고 있다. 다섯 대목으로 구성된 5분짜리 짧은 영상은 5개의 사자성어로 박근혜 정권 탄생을 풍자했다

첫번째 성어는 ‘호가호위(狐假虎威)’다. 여우가 호랑이의 권세를 업고 위세를 얻어 약자위에 군림한다는 뜻이다. 영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스스로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후광으로 1998년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고 설명한다.

두번째 성어는 노학승헌(老鶴乘軒)이다. ‘학이 군주의 수레를 탄다’는 뜻으로 하는 일도 없이 총애를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박 대통령이 15년간의 국회의원 임기 동안 발의한 법이 13건, 이 가운데 통과된 법안은 5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이 가운데 여성관련 법안이 단 한 건도 없고, 여성 의원 가운데 입법 발의가 꼴찌라는 점도 지적했다.

세번째 성어는 동악상제(同惡相濟)다. 나쁜 사람끼리 서로 도와 나쁜 짓을 한다는 뜻이다. 영상은 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무성 전 선대본부장,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의 과거 발언을 보여주며 ‘입들의 품격’이란 자막을 넣었다.

네번째 성어는 낙정하석(落穽下石)이다.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진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지 않고 박해한다는 의미다. 노동자들이 수백억의 손배가압류에 처해지는 상황,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철탑농성, 쌍용차의 복귀 투쟁 등을 보여주며 이를 외면하는 정권을 비판했다.

다섯번째 성어는 사택망처(徙宅忘妻)다. ‘이사를 하며 아내를 잊는다’는 뜻으로 정작 중요한 것을 빼먹고 잊는 얼빠진 사람을 말한다. 영상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돌아오겠다는 꿈을 이뤘지만, 정작 중요한 국민과 노동자들은 잊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등 노동자들의 절규에 박 대통령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데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읽힌다.

영상은 은감불원(殷鑑不遠)이라는 사자 성어로 끝을 맺는다. ‘은나라의 거울은 먼 데 있지 않다’는 뜻으로 교훈으로 삼을 실패의 전례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성어와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상이 흐른다. 이 전 대통령의 실패를 교훈삼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영상논평의 공개와 함께, 박 대통령의 취임 선물로 ‘뻥튀기’를 보내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애초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걸었던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과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복지공약이 후퇴한 것을 비꼰 것이다.

민주노총 이재훈 정책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하기도 전에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국민 대다수가 불안한 노후와 높은 의료비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행복 운운하는 것은 국민기만”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뻥튀기를 대선 당시 복지공약 현수막, 공약자료 등과 함께 청와대로 배송했다.

한겨레신문/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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