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택시지부 천일교통분회장 56일째, 재능지부 23일째 고공농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철탑과 굴다리, 종탑, 조명탑 등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며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과세계>가 2월28일 56일째 전주시 전주종합경기장 야구장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김재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천일교통분회장과, 재능교육 본사 앞 혜화동성당 종탑에서 농성 중인 재능지부 오수영 지부장 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건강상태와 농성상황 등을 물었다. <편집자주>

김재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천일교통분회장(51세)
“천일교통이 전주시내 택시 노사관계 파탄내고 있다”

“오늘(2월28일)로 고공농성 56일째다. 추위도 한풀 꺾였고 건강은 아직 괜찮다. 혼자 있다 보니 심심하고 대화할 상대가 없는 것이 힘들다.

제가 있는 곳은 전주시 덕진구 백제로변 전주종합경기장 야구장 조명탑이다. 높이 33m, 너비 70㎝, 폭 2m, 높이 60㎝밖에 되지 않아, 자리에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부딪히고 만다. 주로 누워 있다가 난간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여기서 움직일 수 있는 전부다.

저는 2005년 천일교통에 입사했다. 기업노조가 있지만 회사 편만 들고 노동자 권익을 찾아주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만 입혔다. 2012년 1월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만들자 2월부터 조합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5일 저까지 총 5명을 해고했다. 3명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통해 복직했지만 사측은 2월에 해고됐다가 복직한 조합원을 또 해고했다.

지금 전주 완산교통과 천일교통이 전주시내 22개 택시사업장 노사관계를 모두 파탄내고 있다. 우리 천일교통은 한국노총 조직국장을 했다는 사람이 지난해 1월1일부로 회사를 인수하더니 민주노조를 깨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완산교통은 민택 수석부위원장 출신이 사장인데 거기서도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해고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천일과 완산에서 노동탄압을 일삼으며 질서를 흐리고 있다. 다른 사업주들은 그걸 따라가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저는 죽기를 각오하고 여기 올라왔다. 제가 올라온 것은 노조 인정과 해고자 복직뿐만 아니라 지금 전주에서 벌어지는 택시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다. 뭔가 바뀌지 않으면 내려갈 수 없다. 성과 없이는 절대 그냥 못 내려간다.

딸과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고 고공농성을 시작했는데 한참 후에 제 형들이 기사를 보고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했다. 연세도 있으신 어머니께서 빨리 내려오라며 걱정을 많이 하신다. ‘아빠, 언제 와?’라는 열 네 살 딸 전화를 받을 때마다 보고 싶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건 또 딸 때문이다.”

오수영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 직무대행(40세)
“꼭 이겨서 몸도 마음도 치유하고 건강하게 현장으로 돌아갈 것”

“2월28일 현재 재능투쟁 1897일, 고공농성 23일째다. 원치 않았던 비정규직투쟁 최장기록을 세웠다. 우리는 12명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 2월 6일 재능교육 본사가 내려다보이는 이곳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랐다.

이 장소는 워낙 높이가 있어서 아래보다 바람이 심하다. 오늘은 조금 덜한 것 같다. 그래도 체감온도는 겨울처럼 춥다. 기온이 낮아서 손발이 차고 혈액순환이 안돼서 몸이 붓는 증상이 생긴다.

그래도 아파서 내려갈 순 없으니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도 하고 건강관리를 하려고 한다. 저와 여민희 조합원 둘 다 밑에서 쟀을 때는 정상범주에 드는 약간 저혈압이었다. 얼마 전 인의협에서 오셔서 혈압을 쟀는데 140-135까지 올랐다. 추위 대문에 혈액순환이 안돼서 심장이 숨차게 펌프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 올라온 후 회사가 교섭공문을 보냈다. 고공농성을 시작한 게 설 직전이고 해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회사가 교섭하자고는 했지만 아직 사전협의조차 공식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측 최종안을 받고 우리가 그것을 거부할 때 단협안을 합의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새로 교섭을 할 때는 지난번 회사 입장, 즉 복직 후 단협 논의가 아니라 단협과 해고자복직 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회사측과 워낙 이전부터 심각하게 싸워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없고 기대심리도 크지 않다. 외부에서 보면 이제는 해결돼야 한다고 할 것이다. 법원 판결도 있고 국회 등 움직임도 있으니 해결을 기대할 것이다. 노조가 힘이 없어 오랜 기간 해결 못해 죄송하다.

6년 가까이 투쟁하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다. 여기 올라올 때 우리 조합원들은 다짐했다. 오랜 투쟁 속에 몸도 마음도 힘들고, 해결이 안 될 수도 있지만 힘을 모아보자고 했다. 그리고 꼭 해결하자고 했다. 몸도 마음도 치유하고 건강하게 현장으로 돌아갈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여민희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조합원(41세)
“둘이 고공에 있지만 재능지부 조합원 전체가 고공에 있다고 생각해”

여민희 재능지부 조합원(41세)_“저는 여기 올라오면서 그래도 도심이라 바람이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이번주는 그래도 괜찮은데 지난주는 내내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여기 난간이 굉장히 낮아 20cm도 안 돼 위험해서 텐트를 단단히 묶었는데 텐트 안에 있어도 바람 소리가 굉장하다.

올라오고 며칠 후에 동상에 걸렸다. 약을 먹고 바르고 해서 조금 나아졌다. 우리 둘 다 여성인데 이곳은 생리적 현장을 해결할 만한 공간이 없다. 그래서 밥을 많이 못 먹는다. 하루 한 끼나 두 끼 정도를 먹는다. 운동하거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많이 먹으면 힘들다. 그래도 여기는 철탑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철탑농성하는 동지들에게 죄송하다.

동생 내외가 제 유일한 가족이다. 일주일에 한 번 씩 와서 빨래거리를 가져가곤 한다. 저는 미혼이지만 오수영 동지는 아이가 있다. 아이가 생각나고 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아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으려고 한다.

6년을 농성하면서도 아무리 형제지간이지만 당장 그만두라고 할까봐 동생에게 말을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고공농성을 시작하자마자 방송을 보고 동생이 전화를 걸었다. 첫날 내외가 번갈아 전화를 거는데 뭐라고 할지 몰라 못 받고 다음날에야 통화를 했다.

우리 재능지부 조합원들이 이 투쟁을 하면서 평생 겪지 않고 살았으면 했던 일들을 너무 많이 겪었다. 용역깡패에게 당한 일은 많이 알려졌지만 우리 투쟁 초기에 혜화동 재능 본사 앞에서 농성할 때 구사대 폭행을 잊을 수 없다. 회사 사람들이 몰려나와 텐트를 뜯고 말로 다 못할 정도의 핍박을 가했다.

외롭고 힘든 기억이 많은 혜화동이다. 우리가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청으로 나갔다. 조합원들 정신상태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까지 몰렸다. 그런데 다시 혜화동으로 와야겠다고 생각했고, 고통스러운 그 기억을 갖고 와야만 했다. 기필코 이겨서 단협을 체결하자는 의지를 갖고 이 자리에 왔다.

2007년 재능지부가 처음 투쟁할 때처럼 외롭지 않은 싸움이 되면 좋겠다. 둘이 고공에 있지만 우리는 재능지부 조합원 전체가 고공에 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연대해주고  힘이 돼 주면 좋겠다.

회사는 지속성 있게 교섭에 나와서 우리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요구한 단체협약 원상회복, 12명 전원복직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회사가 늘 말하는 서로 상생하는 길이다. 저는 여기서 가장 기분 좋은 것이 회사가 잘 보이는 곳에 우리 요구를 적은 현수막을 두 장 내건 것이다.

회사는 늘 교섭 자리에서 노조가 원하는 게 뭐냐고 했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했다. 우리 주장은 늘 똑같았다. 회사는 진정성을 갖고 교섭에 나와 책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능지부가 비정육직 최장투쟁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날짜에 연연하지 않는다. 한 달을 남겨놓고 카운트다운을 했지만, 재능의 행태를 알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물론 이 투쟁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날짜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더 힘들고 참아야 일이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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