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투쟁의 시작”...국정조사실시·해고자복직·비정규직정규직화 요구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9일 철탑에 오른지 171일 만에 땅을 밝았다. 복기성 수석부지회장이 가족과 만나 눈물을 흘리며 김정우 지부장의 부축받아 구급차로 이동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9일 철탑에 오른지 171일 만에 땅을 밝았다. 한상균 전 지부장이 가족과 포옹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쌍용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두 해고노동자가 땅을 밟았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9일 철탑에 오른 지 171일 만에 내려왔다.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등 세 노동자가 지난해 11월 20일 철탑에 올라 15만4천볼트의 고압전류를 온몸으로 받으며 혹한의 겨울을 지냈다.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농성 116일만에 건강악화로 내려온 후 나머지 두 노동자는 고공농성을 계속 이어왔으며 그러는 동안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졌다.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은 토론을 거쳐 이들을 내려오게 하자고 결단했고 고공농성자들은 오랜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였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 쌍용차범대위는 9일 오전 11시 평택 송전탑에 집결해 송전탑 농성을 해제하는 것은 끝이 아닌 또다른 투쟁을 선포하는 것임을 천명했다.

회견에 이어 양성윤 민주노총 임시비상대책위원장과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 크레인을 타고 송전탑에 올라 두 노동자와 함께 내려왔다. 박상철 위원장이 복기성 동지를 부축해 먼저 내려온 후 양성윤 임시비대위원장이 한상균 동지와 함께 땅을 밟았다.

복기성 동지는 허리 통증 등으로 인해 서 있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고 내려오자마자 휠체어에 앉았다. 두 노동자 모두 머리카락이 많이 길었고 오랜 기간 극한의 투쟁과 수난을 겪어 만신창이가 된 모습이었다.

▲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복기성 수석부지회장을 감싸 안아주고 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9일 철탑에 오른지 171일 만에 땅을 밝았다. ⓒ 변백선 기자
▲ 한상균 전 지부장이 철탑 위에서 내려와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철탑에서 내려와 마이크를 잡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 변백선 기자
복기성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렀다. 아무런 성과 없이 철탑을 내려오게 한 것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농성장에 모인 금속노조 조합원들도 농성자들 손을 꼭 잡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복기성 동지는 “건강악화로 이렇게 내려오게 돼 정말 죄송하다”면서 “이 땅에서 차별받고 고통받으며 억울하게 죽어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다짐하고 “고맙다”며 소감을 전했다.

감옥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돼 송전탑에 올라 171일 간 고공농성을 벌인 한상균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은 자신들의 요구가 변함없음을 분명히 하며, 목숨 건 투쟁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답변도 없는 쌍용차 사측과 우리 사회 비정규직-정리해고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정부나 정치권에 대해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한 지부장은 “가을에 올라가 봄이 돼서 내려왔고, 지금 기분은 아직도 허공에 떠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171일이라는 날짜를 세기 보다 77일 투쟁 이후 지금까지 해고자로 살면서 비닐 한 장으로 노숙하며 못난 가장으로 4년 간을 보낸 시간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조 사수와 손배가압류 철회를 외친 최강서 동지, 자신의 온몸에 불을 붙여 비정규직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한 김학종 동지의 분신의 절규가 있었다”면서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우리 요구는 여전한데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 정부는 노동자 고통을 외면한다”고 토로했다.

한 지부장은 “처음에 아무런 준비 없이 올라가 한파가 몰아닥쳐 온몸이 굳고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더 공포스러웠던 것은 문을 걸어잠근 채 한 가족이라고 하던 노동자들이 길바닥을 떠돌고,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공장 위를 떠돌고, 철탑 위에서 일터로 가고 싶다는 외침을 토해내도 단 한 번도 대화에 응하지 않는 쌍용차였고, 그들이 원망스러웠다”고 전했다.

또 “NCC정의평화국장께서 엊그제 철탑에 올라 전세계 기독교총회에서 쌍용차 사태를 공유해 마힌드라 등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을 때 저는 나약하게도 정말 고맙게 가슴에 새기지만 그래도 우리가 돌아갈 공장이라고 그 공장에 돌아가서 희망의 일터를 만들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지켜봐달라고 했다”면서 공장에서 내쫓게 해고자로 살면서도 자신의 일터를 사랑하는 마음을 안타깝게 내비쳤다.

▲ 한상균 전 지부장이 171일 만에 땅을 밝고 철탑 위에서만 바라보던 동지들을 하나하나 만나 인사하고 포옹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평택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가운데 한 동지가 "복기성 힘내라!"라고 외쳤다. ⓒ 변백선 기자
▲ 한상균 전 지부장이 평택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우 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한상균 전 지부장은 “잘못된 정리해고를 바로잡고 희망을 만들어 국민에게 사랑받으려면 쌍용차가 명분과 조거 없이 대화에 응해서 실망하고 고통받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수많은 연대와 분에 넘치는 사랑에 정말 깊이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복기성 동지 몸 상태에 대해 한상균 지부장은 “위에서의 조건들이 매우 안좋아서 진동도 심하고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못했고, 처음에 올라가 20일 간 천막을 치지 못한 상황에서 강추위가 와서 몸이 굳어버리며 만신창이가 됐으며, 의료진에 의하면 혈압 등 여러 가지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두 노동자가 철탑에서 내려온다는 소식을 접한 금속노조 조합원 수백명이 현장에 달려와 송전탑에서 내려온 이들을 만났다. 손을 꼭 쥔 채 건강 회복을 기원하고 다시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 꼭 승리하자고 다짐했다.

동지들을 만난 후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은 평택시내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먼저 필요한 검진을 받은 후 치료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 노동자가 철탑에서 내려오기에 앞서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 쌍용차 범대위는 송전탑 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송전탑 농성은 끝이 아닌 또다른 투쟁의 시작”이라면서 “오늘 송전탑을 내려오지만 쌍용차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들은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가야 하고,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돼야 하느냐”면서 “171일을 15만4천볼트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목숨을 걸고,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고공농성을 했는데 이것도 부족하다면 이제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쌍용차지부 등은 쌍용차 이유일 사장과 대주주 마힌드라 파완 고엔카 사장에 대해 즉각 대화에 나서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조사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쌍용차와 마힌드라 자본은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즉각 실시하고, 정부와 자본은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와 가족에 대한 명예를 회복하고, 430억9천만원이라는 천문학적 손배가압류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송전탑 밑에서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의 가족들이 쌍용차 조합원들과 두 노동자를 기다리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9일 철탑에 오른지 171일 만에 땅을 밝았다.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땅 밑에서 두 동지를 기다리며 철탑위를 올려다 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 쌍용차범대위는 9일 오전 11시 평택 송전탑에 집결해 송전탑 농성을 해제하는 것은 끝이 아닌 또다른 투쟁을 선포했다. 기자회견이 마친 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171일 만에 땅을 밝았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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