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한국방정환재단, 행복지수 국제비교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3년 연속 꼴찌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매년 설문조사를 통해 유니세프 행복지수를 모델로 한 국제비교 연구를 해 온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팀과 한국방정환재단이 올해에도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 3월∼4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6410명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4일 공개했다.

유니세프 행복지수는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관계’, ‘행동과 생활양식’, ‘주관적 행복’ 등 6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은 교육성취도를 측정하는 ‘교육’, 생활방식을 측정하는 ‘행동과 생활양식’에서는 최상위 점수를 기록하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주관적 행복’ 지수에서만 2009년, 2010년에 이어 3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했다.  

‘주관적 행복’ 지수는 ‘주관적 건강’과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소속감’, ‘주변상황 적응’, ‘외로움’ 등 6가지 영역에 대한 응답률을 수치화한 것이다.

‘교육 성취도’는 OECD 1위 

2011년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 지수는 66점으로 OECD 23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1위인 스페인(113.6점)보다 47.6점 낮고, OECD 평균(100점)보다 34점이나 낮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낮은 헝가리(86.7점)보다도 무려 20점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수치는 같은 아시아권이면서 공부 압박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고등학생 비율은 2006년 한국이 13.7%로 일본(32.3%)과 중국(39.1%)보다 3배가량 낮았는데, 이 비율은 2011년에는 2%가 더 떨어져 11.7%를 기록했다. 

또 우리나라 청소년의 전반적 생활에 대한 만족감 역시 일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 전반에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7년 16.4%로 일본(28.5%)보다 낮았고, 2011년에도 큰 변동 없이 17.8% 수준에 머물렀다. 

‘행복 위해 필요한 것’, 저학년일수록 ‘가족’ ↔ 고학년일수록 ‘돈’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는 ‘가족’이라는 응답이 54.4%로 가장 높았고, ‘건강–자유–친구–성적–돈’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가족’이라는 응답비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돈’이라는 응답비율이 계속 늘어났다.  

고등학교 2학년의 경우 ‘가족’이라는 응답(24.8%)과 ‘돈’이라는 응답(25.2%)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그 비율이 역전돼 ‘돈’이라는 응답(26%)이 ‘가족’이라는 응답(20.5%)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은 교육성취도를 측정하는 ‘교육’ 지수와 생활방식을 측정하는 ‘행동과 생활양식’ 지수에서는 각각 127.8점과 129.3점으로 OECD 국가 1위를 차지하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질적 행복’은 110.7점으로 4위, ‘보건과 안전’은 102.6점으로 13위, ‘가족과 친구관계’는 96.1점으로 15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 우리나라 학생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장 높았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나, 행복지수가 연령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가족'이라고 답한 학생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반면, ‘돈’이라고 답한 학생의 행복도가 가장 낮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조영선 전교조 참교육실 학생인권국장은 “공부에 대한 지나친 압박이 가족 등 공동체와 가치관마저 왜곡하는 등 아이들의 성장환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조 국장은 “이 아이들이 그대로 성장한다면 머잖아 우리 사회는 끔찍한 모습이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성적 위주의 경쟁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원재/ 교육희망 편집위원 norus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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