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택배노동자들이 배송을 멈춘지 열흘째다.

곳곳에서 배송차질이 벌어지고 있지만 '갑'인 CJ대한통운의 횡포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오전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널티 제도 전면폐지와 배송수수료 단가인상'을 요구했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CJ대한통운은 즉각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택배파업은 CJ대한통운이 지난 3월 구역정리와 수수료단가 인하, 패널티 적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비대위에 따르면 CJ GLS와 대한통운이 합병하기 전에 1건당 920원이었던 배송수수료가 합병 이후 820원으로 하락했다. 수수료 단가 인하로 인해 이들의 월급은 30만~40만원씩 줄어 들었다. 여기에 차량 유류비·보험료·수리비와 통신비로 들어가는 돈 150만원가량을 떼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50만~200만원 남짓이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수입의 전부인 배송 건당 수수료 인하는 죽으라는 소리다 

게다가 CJ대한통운은 콜센터에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1만~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페널티 제도(SLA)를 두고 있다. 이 제도는 콜센터 민원 접수를 근거로 일방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의 소명기회를 가로막고 모든 책임을 택배노동자들에 떠 넘기고 있다.

윤종학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장은 "CJ대한통운은 페널티를 부과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페널티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유령이냐"고 반문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특히 "회사가 택배기사들의 수익성을 기존보다 40% 높이겠다는 말도 수수료 인하를 철회하겠다는 게 아니라 물량을 늘려서 수익을 보전해 주겠다는 뜻"이라며 "지금도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있는데 지금보다 물량을 늘리면 앞으로는 밤새 일하라는 소리냐"고 비판했다. 

증언에 나선 조경행(인천지역 근무)택배노동자는 “택배노동자들이 정확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은 회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통운에서 있었던  '택배 위치추적기'로 불리는 '운송장 이미지 스캐닝'이 CJ대한통운으로 통합된 후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물건을 집하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로 가고 있다는 이동경로가 사라지면서 배송사고의 모든 책임은 물건을 처음 가져간 택배노동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결국 수수료 인하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일방적인 패널티 부과, 사고처리에 대한 책임전가까지 이어지면서 택배노동자들은 직배송을 멈추고 ‘을’의 반란을 시작했다.


                                  ‘을’의 반란, 생존권 사수투쟁에 지지 확산

13일 오후 700여명의 택배노동자들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생존권 사수 투쟁 선포대회'를 열고 "수수료 인하와 페널티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본부장은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택배 기사들의 현실은, 38만 화물노동자들 역시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라며 “화물연대는 지난주 금요일 중집을 통해, 빠른 시일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정에 나서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10원, 20원 인상에 목숨 거는 것처럼, 택배 기사들도 수수료 10원, 20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회사가 비대위와 직접 교섭에 나서는 것이 문제를 푸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며, 민주통합당 역시 택배기사들의 싸움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회는 이날 결의문에서 “오늘 이곳에 집결한 택배노동자들은 사측의 어떠한 회유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택배노동자의 생존권을 쟁취하는 그 순간까지 이 파업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선언한다”며 “CJ대한통운은 지금이라도 수수료 인상과 패널티제도 폐지 등을 논의하기 위한 성실 교섭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집회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시, 투쟁전선을 더욱 확대하고 강도 높은 투쟁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들은 전국의 택배 현장을 순회하며 선전전과 조직화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편, 지난 12일 비대위와 CJ대한통운의 첫 만남이 있었지만, 사측은 13일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를 열지 말것을 요구할 뿐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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