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지사 ‘묻지마 폐업’ 강행&노조 “공공의료 지키기에 결사항전”

▲ 지난 5월15일 보건복지부 앞 진주의료원 업무개시명령 촉구 결의대회.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진주의료원 폐업을 선언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경남도에 대한 온 국민의 공분이 모아지고 있지만 경남도는 의료원 폐업 절차를 강행하며 절차를 밟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지도부가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며 삭발과 단식, 노숙농성을 결행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 최권종·정해선 부위원장, 안외택 울산경남본부장 등 4명이 23일 삭발·단식투쟁과 함께 경남도청 앞 무기한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한 달 간 진주의료원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조의 온갖 노력과 제안을 모두 거부했고, 5월23일 도의회를 열어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상정했다. 도의회는 오는 6월18일 이 안건을 강행 통과시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노조는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방침을 철회하고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확약할 때까지 노숙농성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또 오늘부터 홍준표 도지사의 모든 공식일정을 쫓아가서 홍준표 도지사에게 진주의료원 폐업을 촉구하는 ‘홍준표 도지사 그림자투쟁’을 시작한다.

▲ 지난 5월15일 보건복지부 앞 진주의료원 업무개시명령 촉구 결의대회.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한 달 간의 협상기간 동안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경상남도는 노조 측이 제시한 모든 정상화 방안을 거부했고 홍준표 도지사는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았으며, 보건복지부의 권고도 국회의 결의도 깡그리 무시했고, 시민중재단의 중재조차 거부했다”고 규탄했다.

결국 홍준표 지사는 ‘묻지마 폐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고, 진주의료원 폐업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제 결사항전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겠다는 결의다.

보건의료노조는 “홍준표 도지사가 폐업을 강행하는 것은 오로지 행정력으로 진실을 가리고, 물리력으로 민심을 제압하겠다는 폭정이며 만행”이라면서 “우리는 이 폭정과 만행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의 투쟁은 공공의료를 지키는 투쟁이고 환자생명을 지키는 투쟁이며, 국민의 혈세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고 서민복지를 확충하기 위한 투쟁이며, 진주의료원 경영부실과 부정비리를 개혁하기 위한 투쟁이고, 부실운영 책임자와 부정비리 혐의자들을 비호하는 도정을 바로잡는 투쟁이고, 독재행정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이고, 노동기본권과 민주노조를 지키는 투쟁”이라고 선언했다.

▲ 지난 4월16일 동화면세점 앞 진주의료원 지키기 촛불문화제.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 지난 4월16일 동화면세점 앞 진주의료원 지키기 촛불문화제.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진주의료원 정상화와 공공의료 사수를 위한
중앙지도부 삭발, 단식, 노숙투쟁에 돌입하며!


저 푸른 하늘에는 왜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이 서려 있는가?
저 무수한 잎사귀에는 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스며들어 있는가?

개나리 피었다 지고, 목련꽃 피었다 지고
또 어느새 장미꽃이 붉다.
매섭던 바람이 누그러져, 기분좋게 스치더니
어느새 뜨거운 햇빛아래 자취마저 감추었다.

아무일도 없는 듯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의 일상은 왜 이토록 짓이겨지고 있는가?

아무 일도 없는 듯 세상은 조용한데
우리의 하루는 왜 이렇게 뒤틀리고 있는가?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우리는 길을 나섰고
30일 60일 90일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이 길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저들은 꿈쩍도 하지 않으려 한다.
용접으로 출입문을 틀어막고
창문마다 알루미늄 창살을 세운다.
자신들의 입으로는 거짓말을 쏟아놓으면서
우리들의 진실된 목소리는 틀어막는다.
앞에서는 살살해라 대화하자 미소지으면서
뒤에서는 무릎꿇어라 포기하라 협박한다.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고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다.
지금 이 길 위에선
오로지 뜨거운 결단만이 희망이다.

그리하여 오늘 우리는
이 자리 여기에서
다시금 투쟁을 결단한다.

너희들이 저 무장한 병력으로 가로막고
너희들이 저 거대한 행정력으로 밀어붙이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맨 몸뚱이 내던지고
우리는 우리의 가장 순결한 영혼을 바친다.

너희는 권력을 휘둘러 빼앗으려 하고
너희는 질서를 내세워 짓누르려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양심에 호소하고
우리는 위대한 정의의 힘에 희망을 건다.

그 어떤 고집도 폭력도
진실과 정의를 이겨본 적이 없다.
그 어떤 행정도 권력도
인간의 순결한 양심을 이겨본 적이 없다.

이미 너희들의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본색은 다 드러났다.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괴롭힘을 당했던가?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떠나갔던가?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던가?
그래 정녕 너희들은
환자생명을 짓밟은 너희들의 죄행을
그대로 덮어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미 너희들의 추악하고 비열한 꼼수는 만천하에 공개됐다.
너희들, 적자와 부채는 부풀리고, 자산가치는 축소하는 수법으로
폐업의 명분을 삼으려 했지 않았던가?
너희들, 강성노조·귀족노조 딱지를 붙여 민심을 잠재우려 하지 않았던가?
너희들, 부실운영의 책임을 노동조합에 덮어씌우지 않았던가?
폐업이란 수단으로 너희들의 부정비리를 덮어버리려 하지 않았던가?
폐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료를 조작하고 여론을 호도하지 않았던가?
그래 정녕 너희들은
너희들이 늘어놓았던 이 비열한 꼼수들이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래, 너희들
한달이면 모든 것을 끝장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었지.
아무 것도 모르는 조합원들이
이토록 오래 완강하게 싸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지.
환자도 다 내보내고,
조합원들도 다 쫓아버리고
막대한 국고를 털어먹고
1000억원의 개발이익을 빼돌릴 수 있겠다 계산했었지.

홍준표의 고집불통 추진력과
경상남도의 막강한 행정력으로
그 어떤 것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겠지.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겠지.

하지만, 우리는 이 투쟁의 길 위에 굳건히 서 있다.
너희들이 마지막 행정력을 발동해서
기어이 폐업으로 밀어붙이려는 이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 거대한 벽을 뛰어넘기 위해
다시금 새로운 투쟁을 결단한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서 멈춘다면, 103년간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역할을 수행해온 진주의료원이
역사의 장막속으로 먼지처럼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여기서 포기한다면, 우리나라 공공의료가 10년, 20년 후퇴할 것이라는 것을
수익성 논리 아래 수많은 공공병원들이 폐쇄되고 축소되고
돈벌이 구조조정의 칼날아래 난도질당하게 된다는 것을

여기서 중단한다면, 의료공공성이 파괴되고
의료영리화가 판을 치게 된다는 것을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정책의 미래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여기서 무릎 꿇는다면, 부실운영 책임자와 부정비리 당사자들이
떵떵거리며 복귀하게 되고
또다시 국민혈세를 농락하게 된다는 것을

여기서 패배한다면, 홍준표식 독재행정과 폭정이
서민복지를 파괴하고
이 나라 정치를 황폐화시키게 되리라는 것을

그리하여, 오늘 우리는
곱게 기른 머리를 깎고
생명의 양식인 밥을 굶고
가족과의 단란한 잠자리를 떠나
이곳 경남도청 앞마당에서 노숙을 시작한다.

오늘 이 투쟁은
홍준표 도지사가 폐업을 철회할 때까지
진주의료원 정상화가 이룩될 때까지
치열하고 엄중하게 전개될 것이다.

중앙지도부로부터 시작한 이 투쟁은
현장간부와 조합원들의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으로부터 시작한 이 투쟁은
여러 민주노조들과 시민사회단체, 정당들의 투쟁으로
양심적인 국민들이 함께 하는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오늘 4명으로부터 시작한 이 결단은
수백 수천 수만의 결단으로 확산될 것이고
오늘의 이 작은 불씨는
내일의 횃불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오늘 우리의 이 투쟁은
진주의료원을 지키는 투쟁이고
공공의료를 지키는 투쟁이다.

오늘 우리의 이 투쟁은
환자생명을 지키는 투쟁이고
국민건강권을 지키는 투쟁이다.

오늘 우리의 이 투쟁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이고
민주노조를 지키는 투쟁이다.

오늘 우리의 이 투쟁은
독재행정을 끝장내는 투쟁이고
부정비리를 척결하는 투쟁이다.

멈출 수도 없고
패배할 수도 없다.

싸우는 것이 정의이고
싸우는 것이 양심이다.
싸우는 것이 희망이며
싸우는 것이 승리이다.

악랄한 정치인들의 폭정에 의해
더 이상 환자들의 생명권이 유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무원들의 협박아래 환자들이 쫓겨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우리들의 아름다운 노동이
환자들의 웃음으로 피어나도록 하기 위해
우리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무수한 환자들 곁으로
기필코 돌아가기 위해

죽음처럼 숨죽이고 있는 진주의료원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손길과 발길로
다시금 바쁘고 떠들썩한 진주의료원의 활기찬 부활을 위해

우리들의 노동과
우리들의 일상이
존중받는 날을 위해

눈물을 씻자.
허리를 곧추세우고 싸우자.

저 푸른 하늘이
더 이상 피눈물로 얼룩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맑고 눈부신 하늘로 빛나도록 하기 위해

저 무성한 잎사귀들이
더 이상 아픔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풍성한 자유로움으로 춤추도록 하기 위해

의료인의 양심으로
노동자의 투혼으로
이 땅의 주인답게
당당하고 뜨겁게 싸우자.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찬 저들의 행태는
진실로 무장한 우리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자.

민심을 거스르는 권력은
국민들의 편에 서 있는 우리를 절대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증거하자.

지금 싸워야 할 투쟁
내가 나서야 할 투쟁

하나가 둘이 되고, 열이 백이 되어 싸우자.
나로부터 결단하고, 나로부터 투쟁하자.


여기 이 도청 앞마당을
공공병원 폐업을 막아낸 역사적 광장으로
독재행정과 폭정을 막아낸 민주의 광장으로
만들어내자.

정의로운 투쟁
국민이 지지하는 투쟁
공공의료의 희망을 지키는 투쟁
나와 가족과 후손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만드는 투쟁

절대 물러서지 말자.
기필코
기필코
승리하자.

▲ 지난 4월18일 경남도의회 앞 진주의료원 지키기 결의대회. (자료사진)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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