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120개 유명산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 금지 가처분 신청...민주노총 "불매운동 확산할 것"

▲ 2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코오롱정투위와 민주노총, 코오롱투쟁을 지지하는 시민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코오롱자본이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전국 102개 유명산에 대해 사실상의 출입금지인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것에 대한 규탄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쌍용자동차와 함께 대표적 정리해고 사업장인 코오롱이 노동자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코오롱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전국 102개 유명산에 대해 사실상의 출입금지인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소비자들의 소중한 권리인 불매운동에 대해 국립공원을 비롯한 102개 명산을 대상으로 가처분신청을 낸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주)코오롱인더스트리(대표이사 박동문)는 지난 5월13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최일배 위원장을 포함한 3명에 대해 ‘불매운동 등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코오롱은 업무방해금지, 손해배상청구, 신용훼손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코오롱스포츠 242개 매장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동시에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국립공원을 비롯해 전국 102개 명산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즉, 등산을 하면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코오롱에 대해 불매운동을 할 경우 업무방해와 신용훼손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코오롱 자본이 2005년 2월 민주노조를 깨기 위해 78명을 정리해고 한 후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싸웠다. 햇수로 8년, 달수로 100개월, 날수로 3,00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코오롱 해고노동자들이 지난해 5월11일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인지도 1년이 지났다.

시민과 지역 사회단체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사에 대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회사는 지난 8년 간 절규하는 노동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노동자와 시민의 요구에 귀를 닫았다. 이에 시민들이 소비자로서 코오롱 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전국 242개 매장과 102개 유명산을 대상으로 한 코오롱의 ‘엽기적’ 업무방해 가처분신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개최됐다. 이날 회견은 민주노총과 코오롱정투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코롱공대위, 코오롱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함께 마련했다.

▲ 코오롱자본이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전국 102개 유명산에 대해 사실상의 출입금지인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것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주봉희 비상대책위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 주봉희 비상대책위원이 자신의 코오롱 등산화를 보이며 코오롱 자본에 대한 전면적 불매운동과 투쟁의지를 보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코오로인더스트리는 코오롱정투위 최일배 위원장을 비롯한 3명이 코오롱스포츠 242개 매장과 전국 102개 유명산에서 1인 시위, 현수막과 피켓, 유인물 배포, 스티커 부착, 집회를 하거나 제3자에게 하도록 할 경우 1일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등산객이 코오롱 회사에 정리해고자를 복직시키라고 산에 올라 1인 시위를 하면 법원에서 최일배 위원장 등에게 100만원씩 물게 하라는 것이다.

주봉희 민주노총 비대위원은 “코오롱이 치졸하게 한라산 지리산에 등산가지 말라고 가처분을 신청하며 개콘을 시작했다”고 말을 떼고 “이제 여름이 다가오는데 코오롱은 수영복도 만드니 해수욕장에서 조끼를 입고 활보하면 해수욕장 가처분을 내고, 다음달 ILO총회에서 민주노총과 임원과 산별이 조끼를 입으면 기내 출입 가처분을 내고, 명동과 남대문 등 시내 곳곳에서 조끼를 입으면 명동 출입 가처분을 낼 거냐?”고 물었다.

“2년 전에 산 이 코오롱 신발을 이젠 신지 않겠다”면서 내던진 주 비대위원은 “그동안 참아왔는데 민주노총 1765개 사업장에 지침을 내려 코오롱 불매운동을 확산시키고 민주노총 80만 조합원과 함께 코오롱 자본에 대한 전면적 불매운동과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생변혁모임 집행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명예퇴직과 정리해고 때문에 등산객이 늘어 정리해고 대표기업인 코오롱이 정리해고의 덕을 보며 급속도로 성장했다”고 전하고 “우리 학생들이 지난주 금요일 관악산 앞에서 30분 간 불매운동 1인시위를 했는데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며 정리해고는 나쁘다고, 코오롱을 이젠 안사겠다고 했다”면서 “우리는 6월6일에도 관악선에서 코오롱 불매를 알리고 코오롱을 왜 사면 안 되는지를 이야기할 것이며, 코오롱의 부당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에 맞서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오롱 투쟁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발언을 통해 코오롱의 정리해고와 가처분 신청을 규탄했다.

▲ 코오롱 투쟁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코오롱자본이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전국 102개 유명산에 대해 사실상의 출입금지인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것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통해 코오롱의 정리해고와 가처분 신청을 규탄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코오롱자본이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전국 102개 유명산에 대해 사실상의 출입금지인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것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법률원장 신인수 변호사가 발언을 통해 코오롱자본이 가처분신철을 낸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변백선 기자
신종훈 씨는 “코오롱 투쟁에 연대하면서 일련의 사건들을 알게 됐고 이번 가처분을 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다”고 말하고 “102개 산이 사유지가 아닌데 등산객들이 자신의 의지로 불매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벌금을 물리라고 가처분을 한 것에 분노가 치솟고 인간적 비애를 느낀다”면서 “3천일 넘게 절규하는 노동자들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등산로에 떨어진 100원짜리 동전에는 화들짝 놀라는 코오롱은 천박한 기업이며, 불의하고 비정한 기업”이라고 비난했다.

과천시민 박미영 씨는 “처음 천막과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봤을 때 낯설고 난폭할 거라는 선입견을 가졌지만 그분들의 상황을 알고 난 후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고 “불매운동을 통해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일에 함게 동참하게 돼 뿌뜻하고 보람도 느끼며 앞으로도 같이 하고 싶다”면서 “그분들 수고와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고 지치지 말고 늘 힘내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이런 가처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봤고 주변 변호사들에게 물어도 처음이라고 한다”면서 코오롱이 제기한 가처분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를 강조하고 “땅을 밟는 산이라는 현실공간은 물론이고 SNS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공간까지 모두 금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불매운동은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의 권리이며, 코오롱의 가처분은 시민운동에 대한 탄압의 선례이자 신종 노동탄압”이라면서 “정리해고 기업은 나쁜 기업이며 사회적 지탄을 받고 그 결과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코오롱은 더구나 ‘죽음’, ‘고통’, ‘노동탄압’이란 말도 못쓰게 했고, 코오롱 경영자문을 하다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이상득의원 이름도 못쓰게 했다”면서 “노동자와 시민이 기업이 가진 문제점조차 지적하지 못하게 한 것은 사법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며 시민의 자유와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일인만큼 법조인들이 연대해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 코오롱 정투위 최일배 위원장이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코오롱은 102개 유명산을 대상으로 한 초유의 소송을 중단하고 해고자를 복직시키라"고 촉구했다. ⓒ 변백선 기자
▲ 코오롱자본이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전국 102개 유명산에 대해 사실상의 출입금지인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것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주봉희 비상대책위원이 "다시는 코오롱 신발을 신지 않겠다"며 신던 코오롱 등산화를 내던지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최일배 코오롱 정투위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한라산·지리산이 코오롱 이웅렬회장 뒷동산이냐?”면서 “코오롱은 102개 유명산을 대상으로 한 초유의 소송을 중단하고 해고자를 복직시키라”고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갑 중의 갑인 코오롱이 돈의 힘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방해하는 ‘유명산 및 등산객 탄압 소송’은 전 국민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도리어 불매운동을 확산시키는 지름길”이라면서 “코오롱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일을 중단하고 3000일 동안 거리에서 절규하는 해고노동자들을 정든 일터와 가족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회견 참가자들은 “돈으로 막을수없다 정리해고 철폐하자!”, “천박한 코롱자본 각성하라 정리해고 철폐하라!”, “정리해고 철회시키고 원직복직 쟁취하자!”고 구호를 외치며 코오롱의 정리해고와 가처분신청 등을 강력히 규탄했다.

한편 코오롱스포츠에 대한 불매운동은 계속된다. 안티코오롱원정대는 지난 5월11일부터 수도권의 관악산과 북한산, 도봉산을 등반하며 코오롱 불매운동을 벌였으며, 오는 6월11일 청계산에 이어 8일에는 남산에 올라 1차 안티코오롱원정대 해단식을 갖는다.

이들은 코오롱 투쟁 3000일을 맞아 불매운동을 더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휴가철을 맞아 6월 말까지 몸조끼를 시민사회단체들에 대여해 매주 산행팀들 인원 합계가 3천명이 될 때까지 1차 집중투쟁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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