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연금제도·기금운용에 개입하고 연금 사각지대 해소해야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동과세계>가 연금 전문가인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의 현재와 이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수는 연금제도의 미래와 기금 운용에 대해 노동계가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편집자주>

▲ ⓒ 변백선 기자
△우리나라의 연금제도와 박근혜 정부의 연금정치에 대해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은 역사적 딜레마를 갖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초노령연금의 원류는 과거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 전체 노인에게 1인당 30만원 이상을 주자고 한 데서 시작된다. 그들은 이것을 입법화하기 위해 법률안까지 내며 제안했다. 기초연금을 도입하자는 주장의 연원은 현재의 여당에서 나온 것이다.

기초연금의 취지는 자신이 노동시장에 있을 때 좋은 직업을 가졌건 나쁜 직업을 가졌건 상관없이 그 나라에 살면서 경제활동을 하면 노후에 그 사회가 성취한 것을 갖고 국민에게 최소한은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 조건은 그 나라 시민권자라면 누구나 된다. 헌법에 보장된 교육권이나 노동자에게 주어진 단체교섭권처럼 일종의 당연한 권리로 주어지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권리를 일반적으로 노동권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것을 사회권이라고 한다.

기초연금 핵심은 보편성, 누구에게나 준다

기초연금의 핵심은 보편성이다. 누구에게나 다 지급한다. 기초연금은 노동시장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여부와 무관하다. 어디까지 주는지, 얼마를 주는지가 중요하다. 서유럽에서는 좋은 직업을 가진 이들, 예를 들어 공무원이나 광산 근로자들은 직장연금을 만들어서 받지만, 저임금 근로자와 불안정 근로자층은 노후가 불안하니 그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평등을 없애자는 진보적 의미에서 출발한 것인 만큼 보편성이 핵심이다. 현행법에서는 70%까지 주게 돼 있다. 상위 30%, 즉 특수직종은 빼도 상관없고 고소득층은 그 돈이 있으나 없으나 큰 의미가 없으니 양보하라는 것이다.

노인 인구의 70%를 잘라 420만 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게 되면, 421만 번째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 구간 끝에 존재하는 이들 사이에 소득역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대안으로 차등지급하는 방안이 있다. 80%까지 지급하되 70%까지는 20만원을 주고 70~80% 사이에 해당하는 10%는 감액 구간으로 해서 차등지급하는 것이다. 100% 다 주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상위 그룹에게는 안주거나 다시 환수하기도 한다.

기초연금 하위 80%까지는 지급해야, 20만원 부족하나 더 낮춰선 안돼

그 정도면 합리적이라고 본다. 인수위가 70%까지 주는 안을 냈는데 저는 80%까지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액도 20만원이 적당하냐고 한다면 저는 부족하다고 본다. 다른 나라들은 남성근로자 평균임금의 25% 정도를 주는데 우리나라가 주려고 하는 20만원은 10%로 훨씬 낮다.

20만원은 마지노선이며 그 이하로 끌어내려선 곤란하다. 인수위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동시키겠다고 한 것도 불합리하다. 가입기간이 길다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더 좋은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들에게 더 준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동은 문제가 있으며, 마지노선인 10% 20만원 밑으로 내려가선 안 된다. 지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더 후퇴된 논의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40%까지는 20만원을 주고, 40~70% 구간은 소득수준에 따라 감액해서 준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주겠다던 공약을 현저히 위반하는 것이다. 선거를 다시 해야 할 판이다.

▲ ⓒ 변백선 기자
△정부가 기초연금 공약을 바꿔 소득하위 70%에게 차등지급하겠다고 한다. 기초연금 20만원 도입이 갖는 의미는?

=2007년 참여정부에서 공적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을 크게 낮췄다. 이는 한국 사회복지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며 굉장히 큰 실책이다. 공공부문이 일반 중산층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복지국가다. 그런데 중산층이 노후에 국민연금에 의존해서 살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

근로자가 25년 간 국민연금을 납부해서 받는 연금이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게 만든 것이다. 연금의 의미가 없어졌다. 그것을 보충하고 보완하려고 기초연금을 도입한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서로 겹치지 않고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도록 한 건데, 기초연금 20만원 주겠다고 한 것을 안주게 되면 심각한 사회적 약속 위반이 된다. 2007년 법을 개정한 취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깎는 대신에 나머지를 기초연금 20만원으로 노후를 보장받으라고 한 것이다.

기초연금 20만원 노인들에겐 생존권이자 복음 그 자체

기초연금 20만원은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매달 현금 20만원을 받으려면 은행에 5천만원 이상을 넣어둬야 한다. 시골에 살면서 국민연금을 가입하지 못한 노인들을 위해 20여 년 전에 특례노령연금이란 걸 만들었다. 5년만 가입하면 연금을 드린다고 한 것이다.

시골에 살면 생활비가 많이 안 드는데 그때 가입한 노인들과 가입하지 않은 노인들 사이에 그룹이 나눠졌다고 한다. 가입자들은 65세가 되니까 매달 17~8만원씩 연금이 나오는데 가입하지 않은 이들은 상대적으로 용돈이 부족해 같이 친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만큼 연금은 노후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기초연금 20만원은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이며, 복음 그 자체다.

△국민연금에 대한 올바른 시각은?

=기금 고갈 운운하며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이들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역사적 경험 여부의 문제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은 노인의 삶을 가족이 책임졌다. 공적 연금의 본질은 가족 단위로 노인을 부양하던 시스템을 사회적 단위로 바꾼 것이다.

임금 근로 계층이 생겨서 가족이 하던 노인부양을 사회적 단위로 이행했다고 보면 된다. 노동계층이 생산한 부의 일부로 노인을 부양한다는 것이 기본이념이다. 내가 늙으면 내 자식이 아닌 후세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학술용어로 부과방식이라고 한다.

노인인구가 1천만이고 경제활동인구가 4천만인데, 노인에게 연금을 주려면 1년에 20조가 필요하다면 경제활동인구로부터 골고루 걷어서 주는 것이다. 걷어서 나눠주고 중간에 돈이 하나도 남지 않는 것을 완전부과방식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이 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는 기금을 쌓아놓는 부과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스웨덴, 캐나다 정도만 부과방식이고 나머지 나라들은 기금 자체가 없다. 어느 방식이 좋은지는 학계의 엄청난 논쟁거리다.

우리나라 기금 쌓는 부과방식...대부분 복지국가들, 쌓인 돈 없는 완전부과방식

칠레는 신자유주의가 도입돼 자기 노후는 자기가 책임진다. 보험회사에 개인연금처럼 보험료를 내고 그 돈을 기간으로 계산에서 죽을 때까지 나눠 갖는다. 우리는 자기가 낸 돈을 자신이 나눠갖지 않고 그 부담을 자식세대에게 지운다. 원리 자체가 다른 것이다.

부과방식과 완전부과방식은 장단점이 있는데 부과방식에 장점이 더 많다고 한다. 투자 리스크, 인플레 리스크 등에서 부과방식이 더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기금을 쌓아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부족분을 후세대가 보완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많이 봐준 것이다.

우리나라도 1973년 처음 법을 만들 때 독일식으로 하려고 했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시작했고 현재 400조가 조성돼 있다. 100조는 주식에 투자했고, 250조는 채권에 들어가 있다. 주식은 국내주식에 70조가 있으며 그 중 85%는 상위 100대 기업 주식이다. 전 국민이 돈을 걷어 재벌 주식을 받쳐주는 셈이다. 물론 대기업이 안전하니 그렇게 했을 것이다.

저는 중소기업에 더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중소기업 전용 펀드가 있다. 미국은 국민연금도 있지만 기업별 기업연금제도가 발달했고 산별연금제도도 있다. 기업연금제도가 돈을 불리려고 월스트리트 유명기업들에 투자하고 엠엔에이를 하고 제3세계를 착취하는 등 나쁜 짓도 많이 한다.

노동자들 발언력 높여 국민연금 기금 통제권 행사해야

연금은 노동자들이 내서 만든 자본이다. 그래서 워킹캐피털이라고 하는거 아닌가. 노동자들이 발언력을 높여서 노동자들이 낸 돈을 아무렇게나 하지 못하도록 통제권을 행사해야 한다.

기금 고갈 문제가 대두되면서 고갈시한을 연장하기 위해 더 내고 덜 받자는 이야기도 한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연금제도를 왜 만드는지 기금을 도입한 애초 목적이 뭔지를 다시 돌이켜봐야 한다.

노후에 빈곤하게 살지 말자고 만든 제도 아닌가. 연금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는 빈곤계층 1위를 차지한 이들이 바로 노인들이었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노인들을 집단빈곤에서 해방시킨 것이 바로 연금이다.

공공부문 믿고 우리 삶 보장하게 만들어야

노동자들은 노후에 최소한 어떻게 품위 있게 살 것인지를 걱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보험료를 올려야 하고 급여수준도 당연히 올라야 한다. 사보험에 의존하거나 아파트 투기 등 방법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보험료를 더 낼 테니 연금수준을 올리라고 요구해야 한다. 사보험 시장은 정말 부도덕하다. 1994년 개인연금제도를 도입했고 당시 600만명이 가입했는데 8년이 지난 2001년 유지율은 33%밖에 되지 않았다. 유지율은 100명이 가입했을 때 해약하지 않고 가입을 유지하는 정도를 뜻한다.

사보험은 해약율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돈을 번다. 모든 이들이 왕창 해약하면 일시 재정 부담이 크니 안 되고, 유지율이 너무 높아도 그걸 보장해주려면 돈이 많이 드니 안 된다. 적당한 해약율을 유지하기 위해 사보험 회사들도 노력한다. 공공부문을 믿고 우리 삶을 보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 ⓒ 변백선 기자
△국민연금 기금고갈을 우려해 지급보장 법제화를 두고 논란이 거센데

=서유럽의 연금제도는 직종연금제도가 1800년대 중후반에, 국가사회보험제도가 1800년대 후반에 만들어졌다. 그들은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 부모가 연금으로 잘 살아가고, 건강문제도 사회보험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연금이 역사적 문화적으로 생활화된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경험을 갖지 못했다. 공공시스템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피부적으로 경험하지 못했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말해도 듣고 바로 잊어버린다. 저도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일반 국민을 상대로 강의도 많이 했지만 머리에 주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경험하지 못하면 모른다. 시간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계몽하고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뺏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병원에 갈 때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언론도 문제다. 연금 문제를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하는데 기금이 고갈난다는 둥, 국민연금 기금을 투자해서 작년에 손해를 봤다는 둥 부정적 측면들만 강조하고 그런 기사만 나온다.

서유럽, 연금이 국민 삶과 어떻게 직결되는지 경험하며 연금제도 정착
우리는 공공시스템 긍정적 측면 피부로 경험 못해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은 국민연금을 내면 자신이 돌려받는다는 확신이 별로 없다.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유럽에서는 국민연금을 내면 돌려받는다는 확신이 있다. 정치적 지지기반이 명확히 있다. 자라면서 자신의 부모들이 연금을 받고 그것으로 생활하는 것을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노인세대, 특히 지금의 40~60대는 노후를 불만스럽게 보내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이 충분치는 않지만 유지 발전시켜야 하며 그럴 때 절대빈곤은 없어질 것이다.

기금 고갈을 강조하는 것은 공포마케팅의 전형적인 수단이다. 설득도 안 되고 증거도 없는 실체 없는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잘못된 방향으로 전도해서 목적을 죽이려는 것이다. 재정 문제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다.

2050년 노인인구에 국민연금+기초연금 지출총액, GDP 대비 10% 이하
유럽 국가들 2010년 GDP 11% 지출했지만 망한 나라 없어

2050년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40%가 된다. 이 노인들에게 2050년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총량은 GDP 대비 5.5%로 추정된다. 또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준다고 하면 GDP 대비 4.3%가 소요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지출액을 합해도 GDP의 10%가 안 된다. 유럽 국가들은 2010년 노인인구가 평균 15%일 때 연금으로 GDP의 11%를 지출했는데 망한 나라는 없다.

연금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부과방식이 좋겠다고 학계가 합의했다.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저축률이 저하되고 노동시장 조기퇴직이 발생하고 금융자본주의가 득세하는 등 경제적 문제들이 유발됐다.

90년대 중반이 되자 세계은행 중심의 적립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장악하면서 학계 풍향도 사보험 논리를 들이대며 공보험을 위협하고 있다. 국가가 없어지지 않듯이 기금 고갈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이다.

△최근 국민연금 탈퇴운동이 벌어졌고 국민연금 급여가 너무 적으니 없애자는 주장도 있는데

=연금을 폐지하자고 하는 이들은 나쁜 사람들이다. 납세자연맹이 보험회사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그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 모두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약화되면 모두 사보험시장으로 몰려가게 될 것이다.

사보험과 공보험은 그 나름의 역할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건실하게 잘 운영되면 사보험이 약화되는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국민연금이 폐지되면 누구에게 이익이 될지 생각해보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온다. 이득을 보는 것은 보험회사들 뿐이다. 뻔하지 않은가.

사보험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나라는 없다.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 넘버원이다. 특히 노인이라면 내 안정된 노후를 스스로 내치는 바보같은 짓일 뿐이다. 불만은 이해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국민연금 폐지되면 피해자는 노동자, 보험회사만 이득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중산층조차 충분한 노후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보장할 수 있게 급여수준을 올리자. 예전처럼 60%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이 더 빨라질 것이다. 내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면 약간의 추가 부담이 필요할 테니 추가로 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 기금고갈 시점이 빨라져야 노후 보장이 될 것이다.

딜레마가 발생한다. 지금 9%라는 보험료가 부담이 돼서 노동시장 하층에 있는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은 당장 필요한 게 아니니 사용주와 근로자가 짜고 국민연금을 안내는 경우가 많다. 보험료가 12%로 오르면 더 많은 노동자가 빠져나갈 것이다. 보험요율이 인상되고 급여가 오르면 노동시장 중간계층은 혜택을 보지만 하층은 국민연금에서 더 배제될 것이다.

국민연금 노동자들이 ‘스탑45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급여수준을 올리면 그 이익 여부는 계층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연금을 수급받을 때는 가입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소득대체율이 똑같이 40%라도 30년 가입자는 30%, 20년 가입자는 20%가 적용된다.

사회보험지원사업·돌봄육아크레딧 등 광범위 적용하면 연금 소득계층 늘어

40%를 그대로 두고 가입기간을 연장시키는 방법이 있다. ‘두루누리사회보험지원사업’이라고 해서 10인 미만 소득 130만원 이하 노동자와 그 사업주에게 보험료 1/2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좋은 가입요인이 될 것이다.

노동시장 하위 70%에 많이 속하는 여성들에게는 육아휴직이나 노인돌봄 시 보험료를 낸 것으로 해주기도 한다. 둘째아이를 출산하면 1년 간 가입한 것으로 산정한다. 돌봄육아크레딧이라고 해서 국민연금을 납부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면 연금 소득계층이 많아질 것이다.

노동시장의 어느 계층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혜택을 줄 지 두 가지 중 하나를 민주노총이 선택해야 한다. 임금 근로자들의 급여 수준을 올릴 것인가, 아니면 연금 크레딧 제도를 실질적으로 더 광범위하게 만들 것인가. 노동계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치적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전체 노동자 삶을 안정적으로 만드는데 좋은 것인지를 토론해야 한다.

▲ ⓒ 변백선 기자
△연금제도를 대다수 국민에게 이롭게 운영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노동계 역할이 중요한데 노동운동 내 그런 교육이나 체계가 없어 안타깝다. 외국에서는 노동조합 산하 연구소가 경영계의 그것과 맞먹을 정도의 힘을 갖는다. 담론이나 이론, 데이터 싸움에서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 노인빈곤률, 노인자살률이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가 이 정도 먹고 사는 것은 노인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이다. 산업화의 역군인 그들에게 사회가 기껏 10만원을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연금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현직 노동자들의 문제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이들 모두 불안하지 않은가. 늙으면 어떻게 살 건가. 물론 민간 생명보험 같은 것을 잘 이용할 수도 있다.

모든 노동자가 국민연금에 관심 갖고 한 목소리 내며 싸워야

노동자의 노후를 민간보험회사가 더 생각할까, 아니면 국가가 더 생각할까. 당연히 국가가 더 생각할 것이다. 사보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노동운동과 연대의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모든 노동자들이 국민연금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해관계를 갖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 싸워야 한다.

북유럽 복지국가 노동자들은 그것이 바로 자신의 삶이다. 내가 늙으면 국가가 국민연금을 주고, 병원비를 준다. 공공부문이 노후를 보장해 준다. 그러니 국가가 시행하는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책적 연대가 당연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금은 젊은 근로자들의 문제다.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금 일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문제다. 곧 닥칠 문제인 것이다.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제도는 연금에 가입돼 있는 직장인들, 소득이 강제적으로 노출돼 그들 표현대로라면 보험을 뜯기는 이들만 보호한다. 소득이 불안정한 노동자들,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은 빠져 있다. 제도가 노동자 간 불평등을 더 조장하는 셈이다. 도덕적 정당성도 없다.

민주노총이 발언권 높이고, 연금 사각지대 해소해야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과 여성들에게 기초연금은 복음과도 같다. 기초노령연금을 수령하는 남녀 분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60~70대는 남녀 비율이 비슷하지만, 고령이 될수록 여성이 늘어 90대는 여성이 90%에 이른다. 여성 수명이 훨씬 높은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은 여성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국민연금 기금 사용권에 대한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 현재 조성돼 있는 기금 400조를 노동자들이 냈는데 노동자 발언권은 1%도 안 된다. 기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노동자에게 어떤 이득을 안겨 주는지 감시하고 견제하고 사회적 발언을 해야 한다.

또 노동자가 앞장서서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민주노총 조합원 중 대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어느 정도 임금을 받지만, 훨씬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해서 전향적 혁신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정치적 입지를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길이며, 하층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 ⓒ 변백선 기자

글=홍미리기자
사진=변백선기자

※ 이 기사는 분량을 줄여 <노동과세계> 종이신문 국민연금 특보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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