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선/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은선/경기대 교수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이 가장 높은 국가다. 노인의 상대빈곤률은 45%에 달하며, 이는 독보적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고도성장을 일군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노인 10명 중 4.5명이 빈곤하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시대에조차 노동자들이 임금만으로 노후 빈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명백히 보여준다. 더구나 경제성장률은 낮아질 것이고, 노동시장 상황은 노동자들에게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노동자들의 은퇴 이후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모두가 연대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를 만들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즉,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은 노동자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미 2007년에 국민연금의 대폭 삭감을 경험했다. 장기간에 걸친 것이긴 하지만 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은 무려 1/3이 계획대로 삭감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저연금 문제는 지금 초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문제다.

국민연금 급여는 2040년, 2050년이 돼도 노동시기 소득의 20%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 급여 삭감을 보완하는 기초노령연금 급여액 인상은 애초 약속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이 노인 70%를 대상으로 하며 급여수준이 1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면서 공공부조인지 기초보장인지 해석이 모호하다. 이 상태로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극심한 노인빈곤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지난 대선에서 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기초노령연금의 인상과 보편화를 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는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기초노령연금 급여 수준을 약 두 배 정도로 올리고, 연금 수급자의 범위도 대폭 늘리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연금에 관한 약속은 너무나 쉽게 후퇴했다. 아니 집권 이전부터 약속은 깨졌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인수위보고서를 통해 국민행복연금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연금제도를 포함한 연금개혁안을 공식화시켰고,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애초 약속과는 달리 기초노령연금의 후퇴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8월 경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해 연내에 제도를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의 형식을 취한다고 하지만 그 대표성과 논의 과정의 파행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합의는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사회단체들의 소집이고 들러리 만들기다. 노동자 스스로의 노후에 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2007년에는 연금 삭감을 막지 못한 경험이 있다. 연금 삭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아니라 대중의 포기와 불신의 가중이 있었을 뿐이다.

2013년에 다시 연금개혁이 이뤄진다면 그 정치적 과정은 2007년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권리는 급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도 형태에 대한 결정권을 포함한다. 노인들이 빈곤과 고립에 지쳐 자살하는 사회를 지속시킬 것인가, 이를 변화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바로 스스로의 노후에 관한 문제를 그저 새 대통령 손에만 맡겨둘 수는 없지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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