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노후에 대한 노동자들의 생각

장애인에게 연금은 노후대책이 아니다

장애인들에게 국민연금은 노후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장애인의 80% 이상이 노동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은 그림의 떡이다. 수명이 짧다고 사보험은 가입을 안 시켜준다. 평균수명이 일반인보다 짧아서 기초연금을 받을 기회도 적다.

사회활동을 한다고 해도 최저임금을 받으니 국민연금을 내기 어렵다. 투쟁의 성과로 장애연금을 만들었지만 그 역시 소득수준으로 잘라서 일부에게만 준다.

장애인이며 나이가 47세인 저로서는 65세까지 병원 신세 안지고 살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들어 살아남는다고 해도 빈곤층으로 살게 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조성남 씨(47세)

우리에게 국민연금은 생존권이다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내후년이면 정년퇴직을 한다.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 국민연금 17만2천여 원을 받았다. 기초노령연금은 그동안 안주다가 지난달부터 받기 시작했다.

전업주부일 때 국민연금을 하면 이익이 된다고 해서 무리해서 몇 년 납부했는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 수입이 없으니 최소한으로 내겠다고 했고 5만원 정도를 낸 것 같다. 얼마 안 내고 죽을 때까지 몇 배로 연금을 타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 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국민연금은 생존권이나 다름없다.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 조정화 씨(68세)

비정규직은 노후준비 꿈도 못꾼다

콜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다. 직장에서 4대 보험의 하나로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몇 년 째 내고 있다. 내가 적극적으로 노후를 대비한다는 생각보다는 회사에서 국민연금을 떼고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한다.

돈이 없으니 다른 사보험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장시간 일하고 저임금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전혀 없다.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나 나와 비슷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로 내 노후를 보장받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콜센터 상담노동자 김영아 씨(41세)

내게 연금은 아쉬움이다

젊었을 때 청계천 옷 공장에서 일했다. 그땐 사회보험도 없었고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빴다. 노후를 생각하는 건 사치였다. 최근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등 노후불안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지만 우리가 생활하기엔 금액이 너무 적다.

난 국민연금 없이 노령연금 9만8천원으로 한 달을 산다. 무릎관절과 고혈압, 당뇨 등 병원비로 월 20만원 가량 지출한다.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폐지도 줍고,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한다. 그래야 겨우 병원비를 댈 수 있다. 자장면 한 그릇 사먹기도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준다고 한 약속을 꼭 지켜줬으면 한다. 국민연금도 모두 받을 수 있게 제도를 고쳐줬으면 한다. 막상 내가 늙으니 공적연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낀다. 연금으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전 청계피복 노동자 정인숙 씨(65세)

내게 연금은 연명 수단이다

내게 연금은 연명 수단이다. 42년 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모은 연금적립금이 노년의 삶을 지탱하여 주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연금은 그동안 거쳐 온 2개 도 10개 시·군, 17개 학교 제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얼룩진 나의 슬픈 역사책이기도 하다.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은 했다지만, 말 한 마디 때문에 상처 받은 제자들, 내 잘못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많은 제자들에게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 이제 은퇴를 맞이하는 베이비부머세대 제자들의 슬픈 현실을 보면 나만 든든한 연금으로 잘사는 게 미안하고, 죄스럽다. /전 교육노동자 김선태 씨(7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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