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헌 민주노총 지도위원

남상헌 민주노총 지도위원
긴 긴 세월 압박과 착취 속에 처절하게 고통당한 이 땅 노동자들의 염원을 담아내야 할, 수많은 선배, 동지들의 피눈물어린 투쟁의 결실인 민주노총입니다.

민주노총은 이 땅 노동자들의 희망이고 긍지여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의 치졸한 공세를 과감히 분쇄하고 노동해방의 그날을 향해 과감히 진군해야 할 민주노총입니다.

그 민주노총이 지금 중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밖으로부터의 공세도 몹시 집요하고 힘겹지만 더 큰 것은 내부의 문제입니다.

심각한 분파활동의 폐해로 인해 수개월 간 지도부조차 구성하지 못하는 불안 상황을 만들며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공장과 중소사업장 간의 갈등, 그리고 이러한 양상들이 중첩돼 조직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현장의 자포자기와 무관심 등 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분파문제입니다. 조직이 살아 있어야 분파도 있는 것이지, 조직이 없는 곳엔 분파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조직이 살아남지 못합니다.

조직을 살립시다...

서로 한 발씩만 물러서서 진정 무엇을 위한 운동인지 냉철히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운동의 대의를 놓치지 말고 진실로 노동해방을 위한 운동의 관점이 무엇인가를 명심하고 견지합시다. 집요한 아집에서 서로 조금씩 벗어나 보다 넓은 성찰로 좀 더 앞을 내다봅시다. 전제를 갖지 않은 진지한 논의를 통해 진정으로 우리의 나갈 길을 도출하고 함께하는 큰 틀을 만들어 보다 성숙한 자세로 나아갑시다.

비정규직 문제에서 우리 모두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렇게 자본과 정권에 의해서 유연화, 구조조정으로 떠밀려가는 마당에 내일을 보장받은 노동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운동의 본질에 속하는 이야기는 차치하고라도 내일 나의 비정규직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늘 함께 해야지요.

지금 나의 일로 생각하고 나서서 함께 바로 잡지 않으면 내일은 이미 늦을 겁니다.

대공장도 함께 해야지요. 메마른 사막에 달랑 몇 그루의 나무만 있으면 그 나무가 크다고 해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숲을 이루어야 합니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함께 사는 숲을 이루어야 합니다.

함께하는 노동운동이어야 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 그리고 현장에서 투쟁하는 동지들... 민주노총의 주인은 조합원입니다.

지금 민주노총이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주인인 조합원의 책임도 큽니다.

조직에 대한 실망이 크다보니 자포자기하고 무관심으로까지 갈 수도 있을지 모르지마는 민주노총은 살아나야 합니다.

주인의 무관심이나 포기 속에서 조직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민주노총은 지금의 조합원만의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수많은 선배동지들의 피어린 투쟁과 희생의 결과이며, 앞으로 이 땅을 짊어질 미래 노동자들의 것이기도 합니다.

또 지금 이 땅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구출하는 것도 민주노총의 몫입니다.

힘들겠지만 현장으로부터 건강하고 올바른 조직이 키워지고 그 풍토가 상급조직으로 이어짐으로써 민주노총이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조합원 앞에,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조직으로 떳떳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것이 앞서 간 선배 열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적어도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우리의 책무입니다.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서 더운 가슴으로 힘 모아 다 함께 다시 일어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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