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전태일 노동대학 대표

지금 우리나라 정국은 “국정원 정국”인가 “NLL(북방한계선)정국”인가? “국정원 정국”이 대다수 국민이 생각해 온 바라면 집권세력이 바라는 것은 “NLL 정국”이다. 어떤 상황에 대한 성격 규정은 이처럼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해관계 의해 굴절된다. 그래서 인간의 눈은 투명유리가 아니라 프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노동계급의 입장에서 보거나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거나 지금 우리나라 정국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정치공작을 벌인 데서 비롯된 대치정국이다. 그 정치공작 속에는 여권이 불법적으로 국정원에서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비밀정보를 빼내어 NLL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비밀정보 누출 문제는 여권(여당과 국가기구)이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국가기록물을 빼냈다는 것이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느냐 아니냐 여부가 주된 쟁점이 아니었다. 즉 민주적 질서에 따르면 국가정보기관이 국내정치와 선거에 개입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그것을 어겼던 것이었다. 그래서 국정원이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하고 전직 국정원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국회에서도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일정에 올랐다.
 
그런데 지난 6월 24일 현 국정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일부를 공개하면서부터 이상하게 쟁점이 옮겨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쟁점은 과연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느냐 아니냐로 바뀌어 갔다. 여기에 여당과 정부의 책략이 작동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야당인 민주당 역시 정파적 이유로 이 지점을 쟁점으로 삼는 데 동의하면서(그래서 대화록 공개에 동의하면서) 문제가 정략화 되었다. 야당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자신들이 NLL을 북한에 내주지 않았음을 밝혀 여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받아치기 수단으로 지난 대선의 무효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래서 여와 야는 각기 한쪽은 NLL을 쟁점으로 삼고 있고 다른 한쪽은 지난 대선의 정당성과 현 정권의 정통성 여부를 쟁점으로 삼고 다투고 있다. 이것이 수구보수와 자유주의 보수 두 세력이 현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이고,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 가고자 하는 정국의 형태다.
 
이에 대해 언론들 역시 편이 갈려 있다. 수구보수냐 자유주의 보수냐에 따라 한쪽은 “막말로 현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NLL 포기 공세로 과거 정권의 정당성을 부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여야 분립과 대치에 대한 우리 노동계급의 입장은 도대체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현 대치정국의 쟁점은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이 불법·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하여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것이고, 거기에 현 집권여당이 깊숙하게 관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 대치정국의 출발은 국정원 문제다! 어떤 문제의 처리에서나 책략으로 ‘애초의 문제’를 실종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여당은 크게 잘못하고 있다. 반성은커녕 쟁점을 NLL문제로 옮겨 놓음으로써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고자 공작하고 있기 때문에다. 이 점은 수구보수 언론 일각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입장은 어떠해야 하는가? 수구보수에 반대하고 자유주의 야당의 입장을 따라가면 충분한가?
 
국정원 문제는 단지 지난 대선에 국한되는 과거의 문제만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의 문제다. 여당은 지난 대선 당시에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필요하면 선거 전에 공개하여 선거에 이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선 이후에라도 그것을 공개하여 정치에 이용하려고 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현 집권세력은 대선 전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어떤 모종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국민의 행복 추구가 아니라 자신들의 영구집권 추구 말이다. 그러한 영구집권을 위해 남북 대립을 격화시키고 반공·반북 이념공세를 전면적으로 펼치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이미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하기 때문에 최근 개성 공단에 대한 남북협상에서 책임자가 전격 교체되었다. 그가 회담을 순조롭게 진척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신뢰프로세스니 뭐니 하는 것은 다 허구다. 경제민주화니, 국민대통합이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그 좋은(?) 공약들은 반년도 안 되어 실종되었다. 이것들은 죄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이지 진심의 표현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거짓말과 책략을 주 무기로 구사한다는 점에서도 현 정권은 파쇼 성향을 가진 정권이다.
 
우리 노동자는 처음에는 지금의 정국을 국정원 대선 개입 정국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진실이 밝혀지고 그런 불법·부당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게끔 책임자가 처벌되고 그 기관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점은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의 입장과 요구로 견지되고 있고, 견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사태는 발전하여 거기에만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 이 쟁점을 둘러싸고 대립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현 정권이 단지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탄생한 정통성이 부족한 정권일 뿐 아니라 자신의 불법을 은폐하고자 정치에서 손을 떼야 할 국정원을 앞세워 정치공작을 하는 용인할 수 없는 정권이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의 움직임은 현 정권은 탄생 이전부터 집권 이후 군과 국정원을 앞세워 반공·반북 테러통치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문제는 지난 대선 문제로부터 그것을 포함하여 현 정권의 현재와 미래 문제, 파쇼성향 문제, 파쇼지향 문제로 발전했다. 파쇼가 무엇인가? 독점자본의 테러독재다. 그 주인은 내외 독점자본이고 그 수단은 테러통치다. 현 정권의 초임 안보담당 책임자 셋이 모두 육군대장 출신이다. 이게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제 우리 노동자의 눈은 현 정권을 파시즘을 지향하는 정권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현 정국 또한 파쇼 지향의 수구보수정권에 대해 노동자·민중이 저항하는 정국으로 그 성격을 주체적, 과학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우리 노동자의 프리즘으로!
 
파시즘의 가장 주된 희생자는 노동자다. 그러므로 다른 어느 계급보다도 노동자가 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떨쳐나서야 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귀태”니 “당신”이니 하면서 말은 거칠게 하지만 막상 내용에 들어가면 지난 노무현 정권을 엄호하는 데 급급한 자유주의 야당의 태도, 내외 독점자본에는 충성하면서 단지 여권 정치세력에 대해서만 비판하는 식민지-자본주의 체제 내 정파의 태도, 체제내적 비판으로 어중간하게 타협하는 기회주의적 태도, 그런 알맹이 없는 비판으로 대중을 자기 주위로 결집함으로써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를 억제하려는 부르주아 당파적 태도를 비판하고 극복해야 한다. 우리 노동자는 흔들림 없이 견결하게 독점자본과 파쇼에 반대하면서 참된 민주주의인 민중의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반북과 전쟁에 반대하면서 참된 민족통일인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그런 노동자 주체적 입장과 방향에서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노동자들과 같이 교육과 건강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노령연금 현실화와 노후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완전고용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의 단결권과 파업권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해야 한다. 공유재산 사유화를 반대해야 한다. 노동탄압 철폐를 요구해야 하다.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를 요구해야 한다.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등등.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위하여 총파업으로, 계급적·변혁적 정치세력화로 떨쳐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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