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정투위·재능지부·쌍용차지부 노동자들 “민주노조 복원해야”

▲ 19일 오후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장기투쟁사업장을 방문했다. 신 위원장이 코오롱 본사 앞 농성장에서 최일배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코오롱 정투위와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쌍용차지부 등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만났다.

신승철 위원장은 19일 주봉희 부위원장, 총연맹 사무총국과 함께 과천 코오롱 본사 앞 코오롱정투위 농성장, 혜화동성당 맞은편과 서울시청 앞 환구단에 있는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농성장,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찾아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을 만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민주노조 복원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신 위원장은 먼저 과천 코오롱 본사 앞에 위치한 코오롱정투위 농성장을 방문했다. 코오롱정투위는 9년 전 정리해고로 내쫓긴 후 그 긴 세월 동안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투쟁 중이다. 현재 최일배 코오롱정투위 위원장을 비롯한 총 14명의 해고자들이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 위원장이 농성장을 찾아간 19일 오후 마침 정투위는 비바람에 내려앉은 농성천막을 뜯어내고 있었다. 지난해 5월 이곳에 천막을 친 후 8월에 태풍 때문에 무너져 다시 설치했고, 11개월 만에 세 번째 천막을 쳐야 할 상황이다. 이 곳 농성장에는 바람이 굉장히 거세게 불었다.

최일배 위원장이 활짝 웃는 얼굴로 신승철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을 맞았다. 신 위원장은 “당선되자마자 우리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왔다”고 말했다.

최일배 위원장은 “축하할 일이나 고생길이기도 하다”면서 “위원장 당선 후 투쟁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언제부턴가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됐고 보여주기 식이 될 수도 있으나 그래도 당선 직후 가장 어려운 투쟁사업장을 방문하니 느낌이 다르다”고 말하고 “이 기분, 이 느낌, 이 마음으로 끝까지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민주노총에 대한 불신이 너무 크다”면서 “말은 필요없고 민주노총 조합원 앞에 실천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오늘 행보는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그 시작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하고 “임기가 짧은 것이 우려스러우나 감안하고 나오셨을 테니 잘 해 주시라”고 밝혔다.

▲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코오롱 본사 앞 농성장에 방문한 날 코오롱정투위는 그동안 장마비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무너진 농성천막을 정리하고 있었다. ⓒ 변백선 기자
신승철 위원장은 “물론 임기가 짧지만 힘을 모으고 보태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고 “저 개인의 역량은 모자라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마음을 모으면 어려움과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에게는 총연맹이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알고 있으며, 자주 만나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모색하자”고 격려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언제부턴가 장투사업장들이 민주노총의 빼버려야 할 앓는 이처럼 여겨지고 마지못해 흉내 내듯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투쟁사업장을 민주노총 기구로 배치해 투쟁의 원동력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해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어떤 투쟁이던 한 곳에 힘을 집중해서 해결되면 마치 내 투쟁이 승리한 것처럼 기쁘고 기운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한 최 위원장은 “골든브릿지 같은 곳에 집중해서 승리하고 희망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신 위원장이 코오롱투쟁 상황을 묻자 최일배 위원장은 “아무런 대응도 없다가 지난번 불매운동 때 회사 노무담당이 개인적으로 술 한 잔 하자고 했다”고 말하고 “지금은 실무협의 단계가 아니고 이웅렬 회장을 움직이고 이웅렬 회장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신승철 위원장은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는 민주노총이 받아안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투쟁사업장이 70개가 넘어 워낙 많지만 하나 하나 풀면 안 될 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제 역할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시라”고 전했다.

▲ 19일 오후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장기투쟁사업장을 방문했다. 신 위원장이 혜화동 종탑 맞은편 재능지부 농성장을 찾아 황창훈 학습지노조 위원장직무대행과 유득규 재능지부 집행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9일 오후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장기투쟁사업장을 방문했다. 신 위원장이 시청 앞 환구단을 찾아 유명자 전 재능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이어 혜화동성당 종탑 맞은편 재능지부 농성장을 찾았다. 오수영 재능지부 위원장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은 혜화동성당 종탑에 올라 164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재능지부는 현재 비정규직 최장기 투쟁사업장으로서 조합원 11명이 2,038일차 투쟁을 잇고 있다.

황창훈 학습지노조 위원장직무대행과 유득규 재능지부 집행위원장을 만난 신승철 위원장은 “당선이 되면 뭘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제일 먼저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 얼굴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민주노총이 하나하나 모아서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유득규 재능지부 집행위원장은 “현재 주 1회 교섭을 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내용은 없어도 그나마 회사가 교섭에 나오는 것은 종탑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고 “힘있는 싸움을 만들어 밀어붙이고 싶다”고 토로했다.

신승철 위원장이 이번에는 시청 앞 환구단으로 향했다. 재능지부가 이 곳에서 해고자 원직복직과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인지도 203일 째다. 유명자 전 재능지부장이 쏟아지는 햇볕을 우산으로 가린 채 책을 읽고 있다.

유명자 전 지부장은 “자본은 업종과 산업을 달리해도 수많은 쟁점을 갖고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대응하는데 요구와 과제가 많다고 해서 민주노총 상층이 싸우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고 “이렇게 찾아와주고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면서 “민주노총이 함께 싸워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19일 오후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장기투쟁사업장을 방문했다. 신 위원장이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19일 오후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장기투쟁사업장을 방문했다. 신 위원장이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아 쌍용차지부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재능지부 농성장을 뒤로 한 채 신승철 위원장이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찾았다. 신 위원장은 주봉희 부위원장과 함께 먼저 쌍용차 24분 앞에 분향하고 재배한 후 쌍용차지부 간부들을 만났다.

쌍용차지부 정비지회 문기주 지회장, 비정규직지회 복기성 수석부지회장 등 지부 간부들은 신승철 위원장을 향해 “쌍용차 투쟁을 승리하는 것이 민주노조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힘 있게 투쟁하겠다”고 다짐하고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민주노조 복원을 주문했다.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민주노조운동이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장을 복원하고 민주노조운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자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총이 제대로 힘을 갖고 노동부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저들에게 눌리고 싸워야 할 때 싸우지 못해 핍박을 받는다”면서 “얼마 안 되는 임기지만 침체된 민주노조운동을 다시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신 위원장은 “제가 민주노총 사무총장일 때 쌍차 투쟁이 있었는데 현장에 갔다가 이렇게 에기치 않게 후보가 돼서 다시 돌아오게 됐고 개인적으로 미안함이 앞선다”고 전했다.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도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 1700명이 정규직이 정리해고되기 전에 이미 해고됐고, 2008년 비정규직지회를 만들어 싸우고 있다”고 말하고 “불법파견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는데 어제 선고에서 기일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복 수석부지회장은 또 “민주노총이 이렇게 잠시 왔다 가는 것에 그치지 말고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온양에서도 봤지만 피눈물 흘리는 동지들, 밑바닥에서 어렵게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해주시라”고 강조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이 당선 직후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찾아가 격려하며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위원장은 이후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등 다른 장기투쟁사업장들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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