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마음이 무거웠다. 현대차 고공농성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희망버스가 울산으로 향하는 날 우리는 발걸음을 돌려 DMZ(비무장지대) 평화순례에 나섰기 때문이다. DMZ 평화순례에 참석하기로 한 많은 분들이 희망버스로 갈아탔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만큼 울산 현대차 상황이 급박했고 위중했기 때문이리라.

민주노총 통일위원회가 주최한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DMZ 노동자 평화순례가 7월 20일과 21일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로 4번 째 맞는 평화순례에 민주노총 가맹산하 조합원과 가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정전협정 체결 60년이 된 2013년. 한반도는 3~4월 최악의 전쟁 위기를 맞았습니다. 북미간 핵무력이 맞서는 가운데 ‘정전협정 백지화’, ‘판문점 대표부 철수’,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밟으며 긴장은 고조되었습니다. 이후 ‘정전협정과 결별하자’는 목소리는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오늘, 남북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 길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구호를 들고 평화순례를 합니다. 분단의 상처인 DMZ에서 정전협정의 문제점과 대안, 평화협정 체결의 절박성을 다시금 느끼길 기대합니다”
 
민주노총 엄미경 통일국장이 힘있는 목소리로 이번 평화순례의 의미를 강조한다. 
 
서울에서 3시간 여를 달려 민통선-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사무소 견학을 하기로 했으나 약속을 하고도 갑자기 말을 바꾼 통일부 때문에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어 당도한 통일전망대. 바다에 면한 북녘 산하가 한 눈에 들어왔다. 눈 앞에 펼쳐진 북녘의 해금강, 구선봉을 비롯하여 멀리 금강산 끝자락도 보인다. 멀리만 느껴졌던 남북간의 거리가 엎드리면 코 닿을 정도의 지척에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왔다.
 
동해안 최북단, DMZ 박물관에 들러 DMZ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긴 상설전시설을 견학했다. 해방과 6.25 전쟁으로 이어지는 한반도내의 어지러운 시대상과 DMZ 탄생 과정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정전협정 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상황, 그리고 전쟁의 아픈 흔적과 유산들 특히 아직까지도 철거하지 못하고 있는 DMZ 폭탄과 지뢰들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남북관계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호기심(?)을 안고 찾아간 화진포 이승만 별장. 초라한 시설, 퀴퀴한 보존 상태, 지나치게 이승만을 미화해 놓은 것 같아 눈에 거슬렸다. 촉박한 일정 때문에 화진포호에 있는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저녁식사 후 이어진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통일 강좌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한 개성공단 경협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으며, 정전협정의 문제점과 대안, 평화협정 체결의 절박성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1박 2일간의 평화순례 가운데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단합의 시간이었다. 평화통일 한마당과 이어진 뒷풀이...다음 날 레프팅까지. 손에 손 잡고, 평화와 통일을 노래하던 그 밤. 그리고 빗줄기 내린 강원도 인제 내린천 계곡에서의 레프팅...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아주 특별한 여행으로 남을 것 같다.
 
나기주/ DMZ 노동자 평화순례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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