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합법화 여부 결정이 미뤄졌다. 고용노동부는 전공노의 설립신고에 대한 입장을 어제 밝힐 예정이었으나 돌연 발표를 연기했다. 전공노가 정부 요구에 따라 규약까지 고쳤음에도 설립신고필증 교부를 유보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노동부는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어떻게든 전공노를 법외노조로 묶어두기 위해 또 다른 빌미를 찾으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공무원 14만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전공노는 2009년부터 3차례 설립신고서를 냈으나 번번이 반려됐다. 정부는 공무원노조법상 가입자격이 없는 해고자가 조합원에 포함돼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지난 5월 4번째로 설립신고서를 낸 전공노는 합법노조 지위를 얻기 위해 ‘타협’을 했다.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됐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규약 7조 2항에 ‘관련 법령에 따른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설립신고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론은 ‘일단 유보’로 났다. 노동부는 전공노가 규약을 바꾸기는 했지만 조합원 자격과 관련해 노조 중앙집행위가 규약을 해석한다는 단서조항 때문에 추가 검토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공노는 이 단서 조항이 과거에도 있었던 것이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공노 주장대로라면 노동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혹여 ‘외압’에 의해 결정을 미룬 것은 아닌가.

노동조합 설립은 신고제이지 허가제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조합을 결성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허가권을 가진 양 대응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재량권 남용이다. 방하남 노동부 장관은 취임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동관계나 노동3권 보장에 대해 ‘국제기준’에 한 단계 한 단계 더 근접해가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전공노 설립신고가 수리되지 않은 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공무원 노조 결성권을 보장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전공노를 합법화하고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길이다. 노조라면 무조건 불온시하는 낡은 시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노동부는 즉각 전공노에 설립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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