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은 8일 오후 1시 30분 경 철탑에서 내려와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선포했다.

천의봉 사무장과 최병승 조합원은 오랜 기간 철탑 위에서 생활하며 고통을 겪은 흔적이 역력했다. 얼굴빛은 구릿빛으로 그을렸고, 그동안 몇 차례 깎은 듯 보이는 머리카락은 다시 길게 자라 있었다. 천 사무장은 내려오는 중에도 계속해서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최병승 조합원. “반갑다. 저희가 투쟁할 때 이렇게 많이 와 주셨으면 우리가 이렇게 내려오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내려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준비했다. 그에 앞서 함께 농성을 진행한 천의봉 동지가 어렵지만 먼저 말씀을 드리겠다.”

천의봉 사무장. “이제 철탑농성자에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사무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투쟁! 철탑에 올라가는데 열흘이 걸렸는데 내려오는데는 1분도 채 안 걸린 것 같다. 현장에서 우리 동지들 파업 현장에서 싸울 때 맨날 안타까웠다. 그래서 동지들과 현장에서 같이 싸우려고 내려왔다. 불법파견 투쟁을 함께 해 온 동지들과 함께 승리하는 투쟁을 끝까지 만들어가겠다. 이제 철탑에서 우리가 내려왔지만 저는 불구덩이라도 뛰어 들어갈 것이다. 빨리 몸 추스려서 현장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다.”

최병승 조합원.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여기 계신가? 자랑스러운 우리 동지들이 더 힘내라고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 296일 전 명촌 철탑에 오를 때 마음은 단 하나였다. 정몽구가 10년 간 현대차에서 불법파견을 자행했다. 이 지긋지긋한 불법파견 투쟁을 해결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10년 간 저지르는 동안 세상은 불법천지가 돼 버렸다. 현대차는 글로벌 5 회장이라는 존경을 받을 때 10년 간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과 고통으로 한숨을 쉬어야 했다. 10년 간 고난의 시간 동안 2005년 류기혁 열사는 자결을 했고, 21일 전 아산공장 박정식 열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음을 선택해야 했고 분노가 치솟았다.

우리 동지들의 죽음 앞에 그 죽음을 폄하한 것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었다. 우리는 여기 올라서 당신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말을 했고, 정말 할 만큼 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더 처참해졌다. 제조업의 특수성이라는 말에 이어 삼성전자서비스가 서비스업으로, 이마트 유통업으로 불법파견은 더 확산됐다.

정몽구가 10년 간 불법파견을 저질러도 처벌을 안 받으니까 삼성전자서비스, 이마트 등 모든 자본들이 불법파견을 저질렀다. 자본만이 아니다. 국정원은 선거개입을 했고 그 증거가 나오고 있는데도 은폐되는 현실이다.

296일 간 하늘에서 바라본 한국사회는 정말 절망스러웠고 내려오기 싫었다. 이 개 같은 세상, 정몽구가 죽던, 내가 죽던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많이 부족했다. 개 같은 세상을, 다시 이 땅을 밟고 다시 싸우려고 한다.

많이 부족할 것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현제 지회장은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할 것이다. 강성용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을 울산구치소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다. 지회장을 중심으로 우리 조합원들은 흔들리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싸워야 할 것이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저는 출두할 것이다. 제 잘못을 인정하고 달게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래야 비정규직 노동자가 왜 집시법을 위반하고 업무방해를 했는지, 하늘에 올라 296일 간 매달려 세상을 향해 외쳤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10년 간 불법파견을 저지른 정몽구도 저처럼 책임을 지면 좋겠다. 왜 책임을 안 지는가? 기자 동지들은 그걸 단 한 줄이라도 써 달라. 2010년 우리가 현대차를 고소고발했고, 조사가 늘어지자 법학교수 35명이 추가로 고발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사 중이다.

법을 지키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왜 이렇게 가혹한가? 왜 그런 거냐고 당신들이 한 줄이라도 써줬다면, 정몽구가 잘못이라고 말을 해줬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임은 공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노동자만 죽으라고 하는가?

동지들 힘내시라. 이 개같은 세상 정권과 자본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지 않았는가? 10년의 세월 만큼, 그 시간 만큼 또 걸리겠는가? 길어봤자 10년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포기하지 말자.

현대차 정규직 동지들도 그런 마음으로 함께 해 달라. 희망버스도 이 투쟁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해주시라. 지역의 동지들도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맙다.

마지막으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동지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힘내자. 투쟁!”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최병승 조합원은 비지회 조합원들에게 에워싸인 채 또다시 투쟁을 다짐했다. “파업투쟁 승리하고 정규직전환 쟁취하자! 지도부를 중심으로 파업투쟁 사수하자! 열심히 투쟁합시다! 투쟁! 투쟁! 투쟁!”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은 동지들과 인사하고 철탑농성장을 뒤로 한 채 경찰서로 떠났다. 이들을 격려하고 투쟁을 결의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지들 수고하셨습니다.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강고한 연대투쟁 불파투쟁 승리하자!”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이 철탑에서 내려오기에 앞서 철탑 밑에서는 철탑농성 중단을 알리고 현대차 자본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주최로 열렸다.

비정규직지회는 철탑농성 해제를 계기로 새로운 투쟁을 선언하며, 현대차 사측에 대해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재개하고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검찰은 불법파견 사건을 조속히 기소하고 정몽구 회장을 구속할 것, 박근혜 정부는 공안탄압을 중단하고 노사 자율교섭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최정명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296일 간 저 위에서 몸과 마음의 고통이 어땠을 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하고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파견법을 위반하고 불법파견을 일삼은 사장들에 대한 처벌은 합헌이라는 전원일치 판정이 나왔는데 이로써 현대차의 헌법소원은 무력화된 것”이라면서 “국면을 전환해 현장을 추스르고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힘을 모아 투쟁하자”고 격려했다.

문용문 현대차지부장과, 정진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도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문제로 받아 사회적 연대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쟁대위원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천의봉, 최병승 동지의 헌신적인 투쟁을 기억하는 우리는 오늘 농성투쟁 중단을 새로운 투쟁을 위한 계기로 삼을 것”이라면서 “반드시 승리해서 불법파견 철폐투쟁 10년의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회견 직후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정명 금속노조 부위원장,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김성욱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대외협력부장 등이 크레인을 타고 철탑에 올라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을 부축해 내려왔다.

민주노총은 8일 오전 논평을 내 “현대차 철탑농성 해제, 이제 정부와 현대차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조합원의 주장은 ‘법을 지키라’는 것 뿐이었는데,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이 난 당해사건에 대하여 이행하지 않았고 위헌신청까지 하면서 시간을 끄는 한편 노조와의 교섭 해태 외 꼼수채용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려왔다”고 전하고 “지난 주 희망버스에 대하여 공권력도 무시한 폭력을 자행하고서는 당선된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을 포함한 다수를 고소하고 희망버스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두 조합원에게 견딜 수 없었던 것은 한겨울의 혹한도 한여름의 폭염도 아닌 정권과 자본, 그리고 언론까지 합세한 친재벌 반노동 행태였다”면서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이명박도 박근혜도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며, 두 조합원이 죽음 같은 고통을 견디고 있을 때 대법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정몽구 회장은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행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두 조합원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라며 불법파견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더 가열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희망버스 기획단도 이날 철탑농성장으로 달려와 두 동지를 위로하고 8월 31일 희망버스가 예정대로 울산으로 향한다고 전했다. 기획단은 “잔인한 고통의 시간을 견딘 최병승, 천의봉 두 동지가 자랑스럽다”면서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박정식 열사 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의지와 힘을 모을 것이며 많은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더 위력적으로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의 과녁을 정 조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