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티브로드지부 안양중앙기술센터분회장

“우리는 티브로드의 일회용이고, 머슴이고, 노비입니다.”

지난 9월 10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태광 티브로드 케이블방송 불법하도급 실태와 문제점,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에서 티브로드 노동자들을 대표해 현장 증언에 나선 김승호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안양중앙기술센터분회장의 일성이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십 수 년 간 강요당해 온 살인적 장시간 노동과 비인간적 처우,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만들게 했다.

TSC(Tbroad Service Consultant) 소속 노동자 1200여 명 중 250여 조합원이 지난 3월 노동조합을 결성해 9월 4일 전면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위장도급 철회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9월 24일 현재 21일째 한 치 흔들림 없이 파업대오를 지키고 있다.

“주당 60시간에 이르는 살인적 장시간노동, 170여 만원에 불과한 월급... 일요일, 공휴일에도 강제 당직근무를 하느라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들을 개선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어요.”

태광 티브로드는 그동안 계열사인 지역방송 사업부가 47개 고객·기술센터를 각각 관리하는 시스템 하에서 협력업체인 각 센터의 사장들을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앉혀놓고, 각 센터 케이블 기사들의 인력관리와 근로조건 등에 깊숙이 개입한 위장고용이라는 불법을 일삼아 왔다.

티브로드지부는 그간 확보된 녹취와 증언들을 근거로 노조탄압으로 대표되는 협력업체들을 고발했고, 8월 말 파업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쟁의행위에 돌입, 매일 흥국생명 앞에서 집회를 열고 희망지하철, 광화문과 과천 고용노동부 앞 선전전 등을 펼쳐왔다.

김승호 티브로드지부 안양종합기술센터분회장(39세)은 1998년 10월 안양방송에 입사해 15년 간 케이블 방송 관련 일을 해 왔다. 현장에 나가서 설치와 AS, 철거 일까지 한다. “숙련 기술자가 하루에 10~12건을 처리해요. 이직률이 굉장히 높아서 인원이 부족할 때는 30곳까지 다닌 적도 있어요. 전봇대에 올라가야 할 때도 있고, 담장을 넘다 오해를 받기도 하고... 노동환경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힘들죠.”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티브로드는 일당 20만원짜리 대체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하루 20만원을 주고 대체인력을 쓰고 있어요. 우리가 일하던 것에 비해 처리 건수가 50~60%밖에 안 된다고 해요. 협력사 비정규직 하루 일급이 5~6만원 수준인데 기가 막히죠.”

노동조합을 만든 후 노동자가 뭉쳐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는 김승호 조합원. 그가 이제 진짜노동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내딛는다. “동종업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넘어 최근 삼성전자서비스로 대표되는 사회전반에 걸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우리 티브로드지부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어요. 이기려고 시작한 싸움입니다. 이겨야죠. 당연히 이길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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