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

너의 짐을 져주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를

너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고통에 짓눌려 딱정벌레처럼 위축되어

이제, 기어가는 것인지 죽어가는 것인지

촉각 잘린 귀뚜라미처럼

관절염 앓는 어머니처럼

나는 살아가고 있는데

네가 캄캄한 밤에 돌이 되어

내 앞에 엎드리면

나는 너를 지고

너의 짐까지 지고

어디쯤에 이르러 숨을 돌려야 할까

울음 참으며 당도한 곳이 막다른 골목이면

울음을 그냥 터트려야 하는지

돌아서서 다시 걷기 시작해야 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기 때문에 무력감에 절망하고

공포에 질려 부르짖기도 하지만

기적을 꿈꾸진 않으리라

부끄러움에 떨며 받아들이리라 너의 짐을

나의 짐 위에 너의 짐을 얹어

더 어두운 세계를 찾아서 갈 터이니

자거라 지금은 잠시 자두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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