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화두인 ‘갑을문제’에서 을 중의 을인 노동자들이 있다. 노동자보다 비참한 가짜 사장님 ‘특수고용노동자’ 이다.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골프 경기보조원, 레미콘 기사, 덤프기사, 화물운송 기사,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간병인, 철도매점, 콜센터 상담원, 문화 예술인 등등 끝없이 직종이 확대되고 있어 250만명에 달한다. 유니폼을 입고, 회사 로고가 박힌 물품을 사용하며 98.5%가 사업장이나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를 한다. 그러나, 각종 수수료 횡포에 부당한 착취를 당하고, 회사의 지시를 어기면 바로 계약해지가 되면서도 이들은 노동자임을 부정당하고 있다. 한국 노동자 평균임금은 284만원이지만, 특수고용노동자 평균임금은 170만원이고, 45%가 1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8시간 이상 노동이 63%에 달하지만 시간외 수당은 0.4%만 적용되고 4대 보험 가입률은 최저 수준이다. 한국사회 최 하위 노동조건이지만, 노동법 적용에서 배제되어 최소한의 안전망이나 권리 구제 수단도 없다.

열악한 노동현실은 노동자들을 투쟁에 나서게 했다. 1999년부터 시작된 투쟁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과 임 단협 체결로 이어졌다. 그러나, 노동조합 설립 신고필증은 사용자들의 손배 가압류, 해고에다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법원 판결, 노동부와 국회의 법제도 개선의 표류 속에 휴지조각 취급당했다. 그 세월이 14년 이다. 1999년 노조 설립과 4번에 걸친 단체협약 체결이 있었지만 재능 학습지 교사 노동자들은 2천76일이라는 세계 최장기 농성투쟁을 해야 했다. 단체협약에 55세 정년 규정이 있었지만 회사가 취업규칙의 42세 정년 규정을 적용해서 생일날 해고를 당한 한원CC골프장 경기 보조원 노동자는 2006년 해고되어 부당해고 판정을 받기까지 7년이 걸렸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흘리는 피 눈물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할 것인가? 지난 14년도 부족하단 말인가?
 
2007년 국가 인권위, 2011년, 2012년 국제 노동기구인 ILO, 2013년 국민 권익위등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권고가 수차례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탁상공론과 방기 속에 자본은 정규직 고용을 특수고용으로 위장 둔갑시켜 빠르게 확산 시키고 있다. 어제까지 노동자였던 교수, 의사, 간호사, 검침원, 판매원, 제조업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특수고용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 수년전 당연시 되던 산재보험 적용은 갑자기 그림의 떡이 되었다. 체불이나 수수료 착취가 발생해도 공정거래위원회로 가라하고, 집단적으로 문제제기하면 담합행위라며 처벌을 운운한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한국사회 부당한 갑을 관계를 해소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실질적 방안이다. 건설현장의 만성적인 장비 체불, 8시간 노동은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법 제도 개선과 현장 투쟁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의 보험료 중간 탈취는 노동조합이 나서서 제기하고 기구 구성을 하면서 방안을 찾았다. 그 어떤 정책과 제도도 무용지물이었던 갑을의 착취구조가 노동조합 결성과 투쟁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과 산재보험 전면 적용을 위한 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14년 케케묵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 해결에 즉각 나서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실질적인 민생 정책이며, 경제민주화 방안이다. 이제 폭발 직전의 비참한 현실에 몰릴대로 몰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다. 또 다시 이를 외면하고 지리한 탁상공론을 시작한다면 250만 특수고용노동자의 강력한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최명선/ 노동안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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