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노동자에게 노동자 이름을 갖게 해주세요"

노동계는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250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확인된 특수고용 직종만도 47개에 이른다. <노동과세계>가 특수고용노동자편 특보를 준비하며 10개 특수고용직군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이 땅에서 이름은 ‘사장’이되,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자본의 이익과 입맛에 맞게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강요당하는 그들의 현장은 너무나 참혹했다. <편집자주>

[대리운전] 김태수 전국대리운전노조 경남지부장

대리운전 회사들, 처벌받지 않는 범죄집단

저는 경남 창원의 대리운전 노동자입니다. 서울을 비롯한 경인지역, 광주, 대전, 대구, 창원 등 주요 대도시에 대리운전이 있어요. 대리운전 기사의 40~50%가 신용불량자에요. 창원이 그러니 서울은 더하겠죠. 10% 이상은 사글세도 못 얻어서 PC방이나 찜질방을 전전하며 끼니를 해결해요.

우리가 노조를 만들어 집회를 하니까 대리운전 회사들은 집회에 참가하거나 노조에 돈을 내거나 노조 간부와 말을 하면 자른다고 협박 했어요. 회사의 무기는 해고, 즉 전파를 차단하는 겁니다. 저도 지난 6월 해고통보조차 없이 전파를 차단 당했어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대리회사들의 수익 창출 도구에요. 대리운전 회사들 눈에는 기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돈으로 보이는 거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대리운전 노동자들을 부려먹고 착취해요.

대리운전 회사가 제시하는 모든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노예계약에 무조건 동의해야 일을 할 수 있죠. 대리운전 관련법이 없으니 회사들이 관행이고 관례라고 우기면 무슨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아요. 치외법권인 거죠.

손님을 데려다 주고 나면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하루에 3500원씩 받아 챙겨요. 셔틀버스비는 출근 안 하는 날도 꼬박꼬박 내야 돼요.

콜을 받아 손님에게 전화를 하면 술 한 잔 더한다고도 하고, 별 일이 다 있어요. 한번은 제가 갔더니 20대 청년 여럿이 “XX, 영감쟁이를 보냈네” 하더라구요. 고객이 날 원치 않아 다른 기사가 대신 가도 제 수입에서 콜 수수료 3,000원을 떼요.

보험료도 내야 하는데 대리운전 기사가 100명이면 회사는 50명분만 내고 돌려막기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한 달에 7만5천원, 1년이면 90만원이나 되는 보험료를 냈어요.

콜 프로그램 사용료가 하루에 500원, 일단 콜을 받은 후 5초 안에 답을 하지 않으면 한 번에 500원씩 하루에 몇 천원도 뗍니다.

요즘 사람들은 밤 늦게까지 술 안 마셔요. 경제가 어려워 생활패턴이 바뀐 거죠. 새벽 1시가 넘으면 콜이 없어요. 창원은 조선사들이 부도위기인데다 납품사와 하청사들이 영향을 받으니까 더 그래요.

콜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데 회사는 대리기사를 계속 모집해요. 월 150을 준다, 200을 보장한다 하면서 일단 사람을 뽑죠. 기사가 일하던 말던 회사는 돈을 벌어요. 심지어 ‘똥콜’이라고 해서 없는 콜도 올려요. 3,000원을 떼먹으려고요. 온갖 방법을 동원해 편법과 불법으로 노동자를 갈취합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리기사가 보험혜택을 제외한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돼요. 요즘 외제차도 많잖아요. 외제차를 타다 사고라도 나면 견적이 7~8천만원 나오는데 회사는 자신들이 고객과 대리기사를 연결만 시켜줬을 뿐이라며 책임을 전가해요. 사고가 나면 대리기사는 보험료 외에도 자기분담금 20~30만원을 내야 합니다.

시내 콜은 기본요금이 만원인데 하루 평균 5~6개를 해도 수수료, 셔틀버스비,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통신요금을 제외하면 얼마 안 남아요. 거기다 벌금이라도 물면 마이너스 일 때도 있구요. 회사들은 콜 수수료보다도 다른 명목으로 돈을 더 벌 거에요.

대리운전 회사들은 도덕적으로 해선 안 될 짓들을 저지르고 있어요. 처벌받지 않는 범죄죠. 가진 거 없는 사람들은 어디 호소할 데도 없어요.

철저히 짓밟아도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반항을 못해요. 항의라도 하면 전파를 차단해 해고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담합해서 취업 길을 막죠. 언어폭력이나 인권유린도 심각해요. 우리는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싶습니다.

[간병인] 차승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장(46세)

우리는 족보 없는 간병노동자

저는 서울대병원에서 간병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족 중 누가 아플 때 가족이 직장을 그만둘 수 없으니 본인 비용을 들여 간병인을 씁니다.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간병은 보호자에게 떠넘기죠.

간병인들의 일을 ‘그림자노동’이라 하고 우리를 족보 없는 노동자라고 불러요. 병원은 간병인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며, 직업소개소는 소개비, 연회비, 가운비, 보험료 등 온갖 명목을 붙여 우리 임금을 떼먹어요.

24시간 간병 일을 하고 하루 65,000원을 받습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2,700원인데 식사도 제공받지 못해요. 식비 3,000원이 아까워 밥을 얼려와 배선실 창가에서 식사를 합니다.

간병인을 위한 식사공간이나 탈의실은 없어요. 샤워시설이 없어 공동사워장에서 눈치보며 씻는데 문을 잠궈놓는 곳도 있어요. 정말 열악한 환경이에요. 보호자들은 이틀만 자도 몸이 쑤신다는 보조침대에서 우리는 매일 잡니다.

밤에도 몇 번씩 일어나 환자 상태를 살피고 소변량을 체크하는 등 할 일이 많아요. 병원을 최소한의 간호 인력으로 운영하니까 온갖 일들을 우리에게 떠넘기는 거죠.

우리는 노동기본권과 산재보험 전면적용, 그리고 보호자없는병원 시범사업에 요양보호사자격증 가진 간병인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합니다.

[레미콘] 양재두 건설노조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 성진분회장(44세)

운송도급 노예계약 더 이상 못참는다

모든 건설현장에는 레미콘이 필요합니다. 목조건물 아니고선 레미콘 없이 건물이 올라갈 수 없어요. 다른 건설기계 직종은 임대차 계약을 하지만 레미콘은 너무나 불합리한 내용의 운송도급계약을 합니다.

레미콘사는 어떤 책임과 의무도 없고, 노동자가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다 져야 돼요. 노조에 가입하거나 노조명칭을 사용해도 단체교섭을 요구해도, 머리띠를 두르거나 현수막을 부착해도 계약해지를 해요.

레미콘 1회전에 32,500원으로 하루 10~13시간씩 한 달에 90회전을 해서 290만원인데 여기서 떼는 게 더 많아요. 차량 감가상각비와 보험료, 수리비, 타이어 교체, 소모성 부품이나 오일 등 재료비, 국민연금, 지역건강보험료 등 160만원을 빼면 실제 수입은 130만원이에요.

물량이 많을 때는 새벽 2~3시에 출근하고, 건설현장에서 6시에 퇴근해도 레미콘사에 들어가 통 세척을 하고 집에 가면 많이 늦어요. 회전당 45,000원 정도가 적정운송료입니다. 연장근로수당과 심야노동수당도 줘야 하고, 도급계약서도 평등하고 공정한 임대차계약서로 바꿔야 돼요.

우리는 부자가 되려는 게 아니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자고 목소리를 내는 거에요. 수도권지역 레미콘 기사 2,400여 명은 오는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파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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