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철도매점·화물기사

노동계는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250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확인된 특수고용 직종만도 47개에 이른다. <노동과세계>가 특수고용노동자편 특보를 준비하며 10여 개 특수고용직군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이 땅에서 이름은 ‘사장’이되,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자본의 이익과 입맛에 맞게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강요당하는 그들의 현장은 너무나 참혹했다. <편집자주>

[퀵서비스] 정종현 서비스연맹 퀵서비스노조 위원장

생존만 겨우 가능한 신용불량자들

오늘처럼 날씨가 궂고 눈비라도 오면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더 큰 사고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하루 제 주변에서 파악한 사고만 해도 5건이에요. 퀵 기사들은 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요. 다쳐도 치료비가 없어 그냥 집에서 요양하는 사람이 많죠. 보험료가 부담돼서 산재보험 가입은 엄두도 못내요.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쌀이 떨어지면 무조건 나와야 합니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저도 주말과 휴일은 물론이고 어떤 악조건이라도 눈이 올 때만 빼고 1년 365일 일합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넘을 때가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남성이 실직을 하면 자신의 몸과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노동이에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20만 명이 퀵 노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대기업에도 오래 다녔고 개인사업도 해봤고 건설현장에서도 갔다가 2010년부터 퀵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퀵서비스 시장이 너무 과열돼서 업체 간 단가경쟁이 심해 요금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요. 시내 강남 광역요금이 지난해 초만 해도 A급 기준 1만5천원이었는데 올해 1만2천원으로 떨어졌어요. B급은 1만원, C급은 8천원이죠. 요금 하한선이 없어 거리 대비 정당한 요금을 못 받아요.

요금이 낮아지면 영업하는 기업이나 고객들은 손해 볼 게 없죠. 퀵 기사 수가 워낙 많으니까 단가가 낮아도 남이 안 가는 곳을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요즘은 트럭도 퀵 영업을 해요. 트럭이 어차피 가는 길에 짐을 하나 더 싣고 가는 거니까 그 사람들은 퀵 물건을 갖고 가면 돈을 더 벌죠.

퀵 기사들 중에는 통풍환자도 많고, 하루종일 헬멧을 쓰니까 목 디스크도 흔해요. 치아가 안 좋은 건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릴 때 이를 악물고 힘을 줘서 그렇구요.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삶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생존만 겨우 가능하다고 할 수 있어요. 한마디로 말해서 사람 사는 게 아니에요. 이것이 바로 매스컴에 안 보이는 사회구조 속 서민의 삶입니다.

노조 조합비를 CMS로 출금하는데 지난달 출금내역을 확인하니까 21명이 잔액부족으로 출금이 안 됐더라구요. 1명은 가압류까지 돼 있었어요. 조합원들이 그러니 다른 퀵 기사들은 더 할 겁니다. 70% 이상이 신용불량자에요.

퀵서비스를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어요. 직장에 다니다 해고된 후 나이 때문에 취직이 안 되는 사람들, 사업을 하다가 망한 이들이 빚을 떠안고 시작합니다.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는데 버는 돈이 얼마 안 되니 힘들죠. 최소한의 구제책을 마련해서 정상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한 달 평균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하루에 7~8천원짜리 오더를 많으면 20건, 적게는 열 몇 건 하고, 액수가 큰 것은 6~10건 정도 합니다. 오토바이와 휴대폰이 고장 나면 고쳐야 돼요. 비싼 물건을 배달하다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모두 퀵 기사가 물어야 하구요.

우리 사회에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퀵 서비스 노동자들은 어떤 어려운 조건에서도 자기 몸으로 일해서 먹고 살려는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에요. 이동거리에 따라 적정요금을 책정하는 표준요금제와 요금 하한선을 정하는 최저단가제를 정부가 만들어 시행해야 합니다.

[철도매점] 나승안 철도노조 철도매점지부장(57세)

16시간 장시간노동, 우리가 사장이라고?

저는 수원역 철도매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우리는 코레일유통으로부터 신문, 잡지, 껌, 음료수 등을 납품받아 전국의 350여 개 철도역과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에게 판매합니다. 매출액 전액을 회사에 입금하고 매출액에 따라 한 달에 한 번 급여를 받아 생활합니다. 100~150만원을 받는 노동자가 30% 이상입니다. 4대보험도 적용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없습니다.

2000년 11월 “홍익회 성과급 영업사원도 노동자”란 대법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기는커녕 구조조정을 통해 개별용역으로 전환하고 개인사업자로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기본권을 요구하자 회사는 조합원을 겨냥해 계약해지를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오전 6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에 문을 닫으라고 해서 우리는 회사가 정한 개폐점 시간에 맞춰 하루 16시간을 일해야 합니다.

16시간을 한 사람이 종일 있을 수 없으니 하는 수 없이 가족까지 나와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알바를 고용해 임금을 주고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저는 30년 동안 철도매점 노동자로 살아왔습니다. 철도매점 노동자들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입니다.

[화물기사] 신성철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전북지부 조합원(57세)

우리는 대한민국의 을도 아닌 병이고 정이다

화물차는 기름값이 매출의 40~50%를 차지합니다. 유류비, 도로통행료 등 각종 보조비용, 또 보험료와 운수회사에 내는 지입료, 오일과 타이어 교체 등 차 관리비용과 할부 등을 빼면 집에 가져가는 돈은 백 몇십만원이 고작이에요.

내 돈 1억 몇천만원을 주고 차를 사지만 지입이기 때문에 권리를 행사하지 못합니다.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부가가치세만 내고, 온갖 책임은 제가 다 짊어지는 거죠.

물동량은 한정돼 있는데 화물차는 필요한 것보다 3~5배까지 늘어났어요. 화물연대본부는 수급조절을 요구했고 신규사업 면허를 내지 말라고 투쟁도 했어요. 운수회사들은 이를 악용해 기존 번호판에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먹고 있어요.

화물노동자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요. 우리가 내는 지입료와 위수탁료에 보험료가 포함돼도 회사가 공단에 내야 할 산재보험료를 갈취하는 경우까지 있어요.

정부가 디지털자동기록제를 통해 차량의 동선을 파악하려고 하고 있어요. 말로는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서라는데 우리는 화물연대본부 등 노동단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서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거라고 봐요.

화물노동자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을도 못되고 그보다 훨씬 열악한 병이고 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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