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골프장경기보조원·보험모집인

노동계는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250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확인된 특수고용 직종만도 47개에 이른다. <노동과세계>가 특수고용노동자편 특보를 준비하며 10여 개 특수고용직군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이 땅에서 이름은 ‘사장’이되,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자본의 이익과 입맛에 맞게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강요당하는 그들의 현장은 너무나 참혹했다. <편집자주>

[재택위탁집배원] 유아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재택위탁집배원지회장(45세)

노동자 개 부리듯 부려먹는 우정사업본부

재택위탁집배원을 아시나요? 저는 집에서 편지와 등기 등 우편물을 받아 분류해서 각 가정에 배달하는 재택위탁집배원입니다. 우정사업본부는 2002년 경부터 재택위탁집배원에게 우편 분류와 배달을 시키고 있어요.

우리는 우체국장과 합법적 노예계약서를 쓰고 신용보증증권을 제출해 계약해요. 우편물이 분실되거나 훼손되는 경우 모든 책임을 제가 져야 하죠. 우편물을 집에서 분류하는 것 말고는 정규직 집배원과 다른 게 하나도 없어요. 우체국 제복을 입고 공무원 준수사항을 지키며 일하니까 민원인들은 우리가 일반 집배원인 줄 알아요.

우편물이 1톤이던 2톤이던 시급은 늘 하루 6시간 기준으로 시간당 5,300원을 받아요. 재택위탁택배 노동자 시급은 지난 13년 동안 850원이 올랐어요. 제가 한 달에 80만원을 받는데 거기서 3만원을 사업소득세라고 떼죠.

이번 주 월요일에 저는 등기 196건을 받았어요. 국세청·건강보험 등기, 주정차 과태료·자동차세 고지서나 유가증권, 법원등기 같은 건 특별송달 하는데 100건을 배달하려면 5시간은 걸려요. 일반 편지는 그냥 우편함에 넣지만 등기는 당사자에게 전해야 하잖아요.

개 부리듯 부려먹는다고 우리끼리 말하곤 해요.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골프장경기보조원] 김은숙 전국여성노조 88cc분회장(42세)

회사 눈치 보랴 손님 비위 맞추랴 우리만 죽어난다

저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입니다. 우리는 개인사업자로서의 성격이 전혀 없지만, 회사들은 법망을 피할 요건들을 교묘히 만들어 노동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보통 한 번 라운딩을 하는게 정상인데 성수기에 손님이 많으면 두 번 할 때도 있어요. 바쁠 때는 새벽 1시반 2시에 일어나 4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나이트까지 하면 밤 10시까지 일을 합니다.

손님들의 라운딩이 수익과 직결되니까 회사는 플레이를 빨리 하라고 압박해요. 플레이를 빨리 못하거나, 손님들이 항의를 하면 우리가 벌을 받아요. 손님 비위 맞추랴, 회사 압박에 맞추랴 중간에서 우리만 죽어나죠.

우리는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니까 햇빛 알러지가 심해요. 많이 걷고, 항상 앉았다 일어났다 해서 관절염, 발목 통증, 디스크에도 시달리죠.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고 하루종일 굶고 일할 때도 많아 위장병도 많아요.

공에 맞거나, 카트에 치여 다치는 사고도 잦구요. 회사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강제로 쓰게 해요. 골프장 경기과가 절대권력을 갖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어요. 산재보험에 가입하려면 해고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근로복지공단도 알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아요.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이 사람 취급 좀 받아보자고 노조를 만들었지만 노조 간부와 조합원 대다수를 해고했습니다.

[보험모집인] 오세중 대한보험인협회 대표(44세)

영업압박 못이겨 자살 잇따르는 현장

우리나라에는 40만명의 보험모집인이 있습니다. 25만명은 보험회사에 속한 전속보험설계사이고, 15만명은 법인대리점 소속이죠. 법인대리점은 자영업자 성격이 강하지만, 전속보험설계사들은 4대보험과 퇴직금도 없는 악조건에서 영업실적과 출퇴근까지 관리감독을 받으니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돼요.

주변에 고소득 설계사는 많지만 제대로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어요. 70~80%의 설계사들은 수입이 100만원 이하에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이들이 많죠. 영업실적에 시달리니까 친인척에게 강제로 보험을 들게 하고 심지어 서명을 위조해 본인 몰래 가짜 계약도 해요.

지난해 회사의 허위과장광고성 교육내용을 고객에게 전달했다가 항의민원과 계약해지로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은 설계사가 자살했고, 올해 초에는 한 지점장이 영업 압박을 못견뎌 자살했어요.

보험업계는 인권도 많이 열악하고, 성폭력도 흔히 일어나요. 질병이나 상해로 3개월 이상 일을 못하면 해촉을 당하는 등 부당한 일이 너무 많아요.

설계사가 보험영업을 해서 성과를 올리면 수당이 나눠 지급되는데 해촉이 되면 보험사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요. 피해사례들이 수없이 많아요. 최소한 노조 결성의 자유를 줘서 설계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불공정 행위를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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