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탄압 목적 표적감사·일감 빼앗기·부당한 인사발령 중단 촉구

▲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최종범열사대책위를 구성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센터분회 故최종범(32) 씨는 지난 30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는 등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 변백선 기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분회 최종범 조합원의 죽음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분노가 치솟는 가운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시민사회와 손을 잡고 최종범열사 대책위를 구성하며 삼성자본에 대한 투쟁을 선포했다.

최종범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목숨의 끈을 놓아버린 사실이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약 3년 전 강원도에서 목매 자결한 노동자, 1년 전 아산에서 투신자살한 노동자가 있었으며, 서비스 기사 한 명이 불과 두 달 전에 과로로 사망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중심이 되고 민중의힘,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준비위원회, 삼성노사파괴전략 대책을 위한 연석회의 등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이 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회견 여는말을 통해 “여기 오면서 삼성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생각에 노엽고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고 말하고 “삼성은 사람은 모르고 돈만 아는,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와 생명은 없는 놈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소장은 “최종범열사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학살 당한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 한 판 다슬굿을 벌여 사람의 가장 중요한 빼어난 모습인 신성성을 보여주자”고 역설했다.

▲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백 소장은 "최종범열사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학살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 변백선 기자
▲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통해 "재벌과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변백선 기자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고 “현정부와 이전정부부터 권력이 노동자를 탄압하고 반노동정책으로 일관했고 삼성은 그 권력 위에 군림했다”면서 “그 거대 공룡 앞에 저항하던 힘없는 노동자의 죽음을 불렀다”고 분노했다.

이어 “삼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던 여러 대책위들이 오늘을 기점으로 통합할 것이며, 삼성의 반노동정책을 분쇄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주력할 것”이라면서 “삼성은 세계 최고 기업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고 이제 그 죽음의 행렬을 끝내야 한다”고 전했다.

신 위원장은 “이제 우리는 삼성과의 전쟁을 준비할 것이며, 민주노총은 이 땅 노동자가 병들어 죽고, 사고로 죽고, 투쟁하다 죽는 운명을 막기 위해 오늘을 기점으로 재벌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도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후 우리는 최종범열사 투쟁을 정면으로 마주한다”고 말하고 “열사투쟁에서도 역할을 할 것이며, 무노조로 대변되는 삼성신화에 대한 중장기투쟁에서도 금속노조가 정면돌파할 것”이라면서 “노동자가 인권과 노동권을 찾는 투쟁에 제사회단체들도 함께 해 주시라”고 당부했다.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센터지회장은 “참으로 참담하고 처참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고 말하고 “십 수년 간 우리는 삼성의 무노조경영 아래 신음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 견디다 못해 7월 14일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을 달라고 총회를 열어 노조를 만들었다”면서 “100일 지난 시점에 우리 동지 두 명이 삼성에 의해 타살 당했다”고 전했다.

위 지회장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면서 “싸우고 또 싸워야 했고 막상 싸우니 삼성의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지는 그 실체, 대한민국 정부를 흔들고 헌법 위에 군림하는 악마같은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두렵고 가증스럽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파괴할 것만 같은 그 삼성의 실체가 두렵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최종범열사가 목숨을 던져 항의한 그 뜻을 저버리지 않고 싸워 우리 동지의 죽음을 부끄럽지 않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센터분회 故최종범(32) 씨가 지난 30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일하다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는 등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최종범열사대책위를 구성해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위영일 지회장이 발언을 통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삼성의 실체가 두렵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변백선 기자
▲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위영일 위원장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박석운 민중의힘 공동대표는 “최종범열사의 죽음은 자결이 아니며 무노조 경영을 일삼는 삼성재벌과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진상을 축소한 박근혜정부와 고용노동부의 합작”이라고 말하고 “노동자 투쟁만이 아니라 온국민의 범국민적 저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삼성은 굉장히 강력한 만큼 국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양심에도 호소해야 하며, 국제연대를 조직해서 사회적 타살을 일삼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돌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는 “너무 많은 노동자들이 자본과 정권에 의해 학살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노동자민중과 모든 사회단체, 민주노총을 포함해 우리는 더 이상 노동자의 학살을 두고 볼 수 없다”면서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절망적이고 희망이 없기 때문일 것이며 우리 책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또 “그 희망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면서 “더 이상의 학살을 막아내기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힘을 모아서 이 국면을 돌파하자”고 강조했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삼성은 살인을 중단하라’ 제하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살인기업 삼성에 맞선 공동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일감을 빼앗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표적감사를 자행했다”고 전하고 “노조활동을 이유로 삼성전자서비스가 본사인력을 투입하거나 다른 인근센터에 수리물량을 이관하는 이른바 ‘지역쪼개기’로 일감을 줄였고, 고객만족도 평가결과 3~4년치를 본사에서 각 센터에 넘겨줘 표적감사로 조합원들을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았으며, 삼성재벌이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은 폭력이자 살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죽음은 삼성의 무노조경영과 악덕 노무관리, 위장도급이 원인”이라면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도급으로 기사들의 노동력을 불법적으로 착취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생계수단을 위협하는 등의 악행이 낳은 비극적인 결과”라고 전했다.

권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대책위는 열사의 뜻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과 노동을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 전국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종범열사대책위는 삼성에 대해 고인 앞에 무릎꿇고 사죄할 것, 노조탄압 목적으로 한 표적감사를 중단할 것,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일감 빼앗기 중단할 것, 노조탄압 부당한 인사발령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살인 매뉴얼’로 판명된 ‘노조파괴 매뉴얼’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 비인간적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적정생계비를 보장하며 임금체계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과 유기수 사무총장, 양성윤 수석부위원장, 주봉희·김경자 부위원장, 최만정 충남본부장, 그리고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 성원들이 참석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