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국민연금지부장

민주노총 소속 연금, 가스, 철도 노동자들이 2013년 말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선다. 공공운수노조연맹 국민연금지부는 오는 12월 부분파업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대해 기초연금 공약을 이행하고 국민연금 제도 파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국민연금법 개악을 시도할 경우 전면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가 11월 18일 서울 잠실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부 내 공공운수노조연맹 국민연금지부 사무실에서 박준우 국민연금지부장(50세)을 만났다. 암 투병 중에도 전국 지역의 연금 노동자들 현장을 순회하며 파업을 조직해 온 박준우 지부장. 그는 “연금 현장을 돌면서 새로운 희망을 봤다”고 전하고 “연금노동자들이 선도적 파업투쟁을 통해 국민연금제도를 지킬 것”이라고 말한다. <편집자주>


▲ 공공운수노조연맹 국민연금지부 박준우 지부장. ⓒ 변백선 기자
△연금노동자로서의 삶, 그동안의 노조활동과 최근 투병상황에 대해

= 저는 1989년 건강보험공단에 입사해 일하다가 1999년 1월 국민연금공단으로 전적을 했다. 제가 옮겨올 때 1,800명이 같이 왔다. 어떤 사유로 공단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무더기로 해고할 수는 없으니까 다른 공단으로 전적시키는 경우가 있다. 비근한 예로 2010년 경 징수일원화 때문에 국민연금공단 동지들이 건강보험공단으로 800여 명 간 적이 있다.

당시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노동조합 활동이 왕성했는데 1999년 1월 1일자로 국민연금공단에 오니까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조직 내부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저는 노조활동에 적극 나섰고, 분회장, 지회장 등을 거치며 끊임없이 현장활동을 했다.

쟁의국장, 정책국장도 전임으로 지냈고 지부 선거관리위원장도 했다. 노동조합에서 거칠 수 있는 모든 직책을 한 번씩은 다 했다. 그런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장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우리 조직과 노동조합 내부 발전을 위해 출마했다.

지난해 11월 지부장에 당선됐다. 그런데 지부장이 되고 나서 병이 왔다. 올해 2월 암 판정을 받았다. 편도선처럼 얼굴 아랫부분이 부어서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처음에 의사는 암 4기라고 했는데 다행히 3기였던 것 같다.

비인두암이라고 한다. 코 뒤쪽과 뇌를 에워싼 뼈를 연결하는 곳에 암이 생겼다. 3기 판정을 받았고 완치하려면 5년이 걸린다는데 뇌 신경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수술도 불가능하다고 해서 항암주사를 맞고 방사선을 안면에 쪼이며 치료를 받았다.

후유증이 20가지 이상 되는 것 같다. 일단 침샘이 완전히 죽어버려서 늘 입이 마른다. 한참 이야기하다보면 혀가 입 천장에 쩍쩍 붙을 정도다. 음식 맛도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지금은 50% 정도는 돌아온 것 같다.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는데 잘 늘어나지를 않는다. 늘 손발이 저리고 장시간 이동하거나 갑자기 일어나면 어지럽다. 축농증 환자처럼 코 주변에 늘 코가 차 있다.

지부장에 당선된 직후에 병이 와서 국민연금 노동자들 투쟁을 만드는 것이 조금 늦춰졌다. 병 때문에 도망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제 사명인지 아니면 운명인지 모르겠으나 병으로 인해 투쟁을 조직하는데 크게 부담은 갖지 않는다.

지난 10월 3주 간 수도권과 전국 지역을 순회방문하고 총회와 교육을 진행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하면서 조합원들을 만났다. 조금 힘들었지만 제가 견뎌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꼭 이뤄낼 것이다.

▲ 공공운수노조연맹 국민연금지부 박준우 지부장. ⓒ 변백선 기자
△국민연금지부 2007년 파업 상황에 대해

= 2007년 말 당시 제가 지부 정책국장이었을 때 우리 국민연금지부가 파업을 했다. 사실 국민연금법이 어려워서 쉽게 설명하기가 만만치 않다. 당시 핵심 내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대폭 삭감해서 연급 수급을 줄이려는 것에 대한 연금노동자들의 저항이었다.

2007년 법이 개악되기 전에는 예를 들어 40년 간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연금 수급연령이 되면 평균 소득대체율의 60%를 연금으로 받았다. 평균소득이 100만원이었다면 60만원을 받는 것이다.

국민연금법에 의해 정부는 5년마다 한 번씩 재정추계를 하게 돼 있다. 2007년에 재정추계를 했는데 원래 2060년까지 유지될 거라고 했던 적립금이 2045년에 마감된다고 했다. 당시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율을 낮추는 방안이 검토됐다.

결국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한꺼번에 삭감하는 개악안이 통과됐다. 그 결과 100만원을 벌던 사람이 연금 60만원 받던 것을 40만원으로 삭감한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 가입기간은 평균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공식 통계로는 23년이라고 한다. 따져보면 20년 가입할 경우 20만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

2007년 당시 국민은 이 문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노동계나 시민사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법안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그해 7월부터 국민연금지부는 국회 앞으로 달려가 줄기차게 파업투쟁을 했다.

물대포를 맞아가며 열심히 싸웠지만 결국 그해 11월 법이 개악됐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삭감하면서 당시 그 보완책으로 기초노령연금법을 만든 것은 우리 국민연금 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도 재정추계를 하는 해다. 그래서 보험료를 인상하고 연금수급연령을 늦춘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민의 저항이 거세다. 2007년 법 개정 때 연금 수급연령도 늦췄다. 60세부터 받게 돼 있던 것을 구간을 잘라서 65세부터 받게 만들었다. 법을 개악함으로써 급여액을 대폭 낮추고, 수급 연령도 늦춘 것이다.

올해도 심상치 않다. 문형표 복지부장관 내정자는 보험료 인상주의자다. 때만 되면 보험료를 인상하고 연금 수급연령을 더 늦추자고 한다. 재정추계위원회는 우리가 내서 쌓는 보험료와 물가기준, 인구수 등을 고려해 재정이 언제까지 버틸 것인지를 검토한다.

국민연금공단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기본 골격은 알지만 국민연금법이 워낙 복잡해서 다 설명하려면 20~30분으로는 안 된다. 올해는 민주노총과 조직적으로 연계해 국민연금 관련 교육사업을 병행했다.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복잡한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법안이 이렇게 저렇게 바뀌어 어떤 피해를 보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자신이 연금을 받느냐, 못받느냐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 국민은 연금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노후임금이며 자신의 문제다. 우리 사회는 체계적으로 복지국가가 아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 1위이며 노인자살률도 1위다. 정부가 노인세대를 감싸안아줘야 하며 그 첫 단추가 바로 국민연금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후소득을 보장하자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해도 국민은 너무 모른다. 2008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삭감됐지만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국민연금 가입자를 늘리자는 정책을 펼치며 소득대체율을 70%로 정했다.

2007년 당시 우리는 왜 국민이 조용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노후임금 문제인데 왜 가만히 있나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보편적으로 변화시켜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다. 현행 법대로라면 2028년이 돼야 비로소 실행할 정책이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득표하기 위해 국민에게 그런 약속을 한 것이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방송에 나와서 공식적으로 했다. 재정도 검토했고, 예산도 검토했다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예산문제, 재정문제를 말하며 입장을 바꿨다.

기초노령연금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제도까지 형해화시키려고 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실 국민연금에 40년 간 가입할 수 있는 국민은 많지 않다. 임금구조상 공무원 말고는 거의 없고 20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직장에 들어가서 정년퇴직을 해야 가능하다.

대부분은 가입기간이 20년 정도인데 십 수년 가입한 사람은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과 형편이라면 가입하지 않게 된다.

저는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연금제도를 차별적 연금이라고 규정한다. 보편적이지도 않고 선별적이지도 않은 차별적 연금이다.

국민의 관심은 지난 2007년에 비하면 괄목할 만하다. 2007년 상황에서 국민적 관심이 제로이거나 10~20%였다면 지금은 50~60%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제도가 그렇게 가선 안 된다며 일정부분 홍보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핵심의제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하며 투쟁을 함께 하고 있다. 일반시민들도 기초연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며 더불어 국민연금에도 함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2007년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다고 본다.

▲ 공공운수노조연맹 국민연금지부 박준우 지부장. ⓒ 변백선 기자
△ 국민연금지부의 파업투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 연금제도는 노인빈곤률과 노인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노후안정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제도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좋지 않다. 사회복지의 첨병이라는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이다. 기초연금제도 관련해 정부의 안은 그동안 쌓아온 국민과의 신뢰를 모두 무너뜨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까지 형해화시키는 것에 대해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

우리는 정부의 들러리도 아니고 사회복지의 첨병임을 자부하는 노동자들이다. 사회공공성을 지키고 연금제도를 지키려 파업에 나선다. 박근혜 정부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탄압하는 것을 봐서는 우리 연금지부 역시 파업 투쟁 후 후유증을 상당히 많이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두렵지 않다.

국민연금지부는 지난 14일 쟁대위 회의를 통해 투쟁계획을 수립했다. 11월 21일 전국의 각 분회장을 비롯한 현장간부들을 상경시켜서 공단 민주광장에서 파업출정식과 투쟁결의대회를 진행한다. 계획에 따라 부분파업을 이어가다 12월 2일 민영화와 연금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민주노총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

우리 지부는 국회에서 국민연금 관련 개악법안을 상정할 경우 무기한 총파업과 전면적 대투쟁에 나선다. 현재 국민연금공단 직원 5,000명 중 지사장과 간부를 제외한 3,500명이 지부 조합원이다. 국민연금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켜봐 달라.

△ 파업을 앞둔 현장 조합원들의 준비태세는?

= 저는 연금 현장을 돌면서 새로운 희망을 봤다. 수도권과 지방지회를 가서 총회와 교육을 하면서 만난 조합원들의 눈빛은 강력했다. 투쟁의지가 확고했다. 제가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현장 조합원들은 연금제도를 지켜내기 위한 결의로 충만했다.

11월 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83%가 찬성했다. 그동안 찬성률이 70%대를 왔다갔다 했던 것을 감안할 때 10년 만에 최고의 압도적 찬성률이다. 조합원 동지들에게 정말 고맙다. 뜻과 의지를 모아줘서 정말 고맙다.

파업을 앞두고 마음 편할 노동조합 대표는 없을 것이다. 조직 내부적으로 문제 없지 않고 여러 가지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저는 우리 현장 조합원동지들을 믿는다. 현장의 동지들도 저를 믿고 따라줄 것이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투쟁해야 국민과 함께 기초연금법 개악을 저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충분히 잘 준비해서 투쟁을 만들어갈 것이다. 연금 노동자들의 결의와 각오가 드높다. 이 힘을 모아 이번 파업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 것이다.

▲ 공공운수노조연맹 국민연금지부 박준우 지부장. ⓒ 변백선 기자
△ 국민연금지부의 파업으로 인해 예상되는 파장에 대해

= 철도나 가스의 경우 파업을 하면 그 반대급부가 곧바로 나타난다. 그러나 연금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국민의 눈에 보이는 파장은 별로 없다.

업무는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전화민원은 지사별로 고용돼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소화할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 관련 현장 민원은 상담원들이 담당한다. 실제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국민의 불편은 크게 없을 것이다.

다만 파업을 마치고 돌아간 우리 조합원들은 그동안 쌓인 일들을 모두 한꺼번에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우리 파업을 앞두고 경찰과 공안부서에서 공단을 수 차례 오가며 상황을 파악하려 한다. 파업 후 어느 정도 후유증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투쟁을 멈출 수 없다.

우리가 이번에 파업을 벌이는 것은 조직 내부 문제도 아니고 사측을 압박하려는 것도 아니다. 우리 국민연금지부가 선도적 파업투쟁을 통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판단이다.

국민연금을 지켜내고 사회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파업투쟁이다. 정부의 입법발의와 개악을 막는데 국민의 동조와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파업을 통해 국민을 우리 편으로 만들 것이다.

△파업을 앞두고 연금노동자들을 대표해 조합원과 민주노총, 국민,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

= 먼저 우리 조합원들에게는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자고 말하고 싶다. 지도부를 믿고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연금 제도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 저는 우리 조합원들을 믿는다.

국민 여러분께서 국민연금에 대한 큰 관심을 보여주고 계신다. 국민의 관심사는 자신이 연금을 받느냐 못받느냐 하는 것인데, 법 개정을 통해 당연히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법 제도를 요구해도 정부는 그렇게 못한다고 하지만 법제화는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우리 연금노동자들 파업투쟁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라.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신다면 국민연금 제도를 지키고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개악을 막아낼 것이다.

2007년 우리 연금노동자들은 굉장히 외롭게 싸웠다. 그런데 올해는 공공운수노조연맹과 민주노총이 우리 투쟁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끝까지 우리 지부와 함께 투쟁해 준다면 연금을 지키는 싸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해 연금노동자들을 대표해 말한다. 우리는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연금제도를 지켜낼 것이다. 각오는 돼 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법과 원칙을 갖고 있지 않다.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한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로 만드는 정부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정부라면 최소한 노동기본권을 지켜줘야 한다. 노동자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어떤 정권도 잘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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