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열사 앞에 사죄하고 교섭에 응하라”...열사대책위 확대개편

▲ 故최종범 열사가 자결한지 한달여 째인 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삼성은 열사의 주검 앞에 사죄하고 즉각 교섭에 응하라"며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를 확대 발족하고 투쟁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최종범열사 죽음에 대한 삼성의 사과와 사태 해결을 촉구해 온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노동·시민사회가 열사대책위를 확대개편하며 삼성 본관 앞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를 확대 발족하고 투쟁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사가 항의자결한 지 33일 째인 3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애초 이날 회견은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온라인으로 장소를 예약하고 6시간 후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사회를 맡은 박점규 열사대책위 언론홍보담당은 이같은 상황을 전하며 “‘특정기업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어렵다’고 해서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고, 삼성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하고 삼성에 맞선 대저항투쟁을 예고했다.

최종범열사의 부인과 형님, 최종범열사의 동료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권영길 단병호 이수호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다 엄숙해지는데 이것은 싸우다 죽은 것은 것은 결단이며 그 결단 앞에서는 돈 가진 놈도 권력을 쥔 놈도 깡패도 양아치도 맑고 깨끗하게 살아온 누구도 머리를 숙이게 돼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싸움의 현장에서 몸부림치던 젊은이는 자살한 게 아니고 삼성이 죽인 것이며 이 세상이 죽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안타깝고 원통한 그 죽음의 결단에서 엄숙함을 모르는 것은 사람도 개도 아닌 악다구니”라면서 “자신들의 학살 앞에서 엄숙함을 저버린 삼성은 사람이길 저버렸다”고 말하고 “우리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싸울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사람 같지 않은 놈들 앞에 기죽지 말고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故최종범 열사가 자결한지 한달여 째인 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삼성은 열사의 주검 앞에 사죄하고 즉각 교섭에 응하라"며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를 확대 발족하고 투쟁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故최종범 열사가 자결한지 한달여 째인 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 확대 발족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이 발언을 통해 "최종범 열사는 자살한 게 아니고 삼성이 죽인 것"이라며 규탄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권영길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이 노동의 해방을 이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직됐고, 모든 노동자가 민주적 자주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루고자 결성됐다”고 전하고 “민주노총의 꿈은 삼성에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노조가 들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삼성 이병철 창업주는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노조를 볼 수 없다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고 그것이 지금 삼성 재벌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조합을 선언할 때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인간선언이며 노동자가 기계가 아닌 사람임을 선언하는 것인데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것을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동지가 자신의 온몸을 바쳐 보여줬고 민주노총은 11월 노동자대회를 전태일 정신계승 노동자대회로 개최한다”고 전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을 때 우리는 모든 것을 바쳐 싸울 수밖에 없으며, 최종범동지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쳤다”고 말한 권영길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그 정신을 이어 하나된 힘으로 싸워야 하며, 오늘 전직위원장 세명이 왔지만 모든 위원장들이 뜻을 함께 한다”면서 “승리하는 날까지 함께 싸워 마침내 삼성에서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노동조합이 들어설 날을 만들기를 바라며 그날은 꼭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삼성을 규탄하며 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삼성은 사죄하고 교섭에 나서라!”
“삼성이 죽였다 이건희를 구속하라!”

권영국 열사대책위 공동대표는 그동안 최종범열사 대책위 활동 경과와 이후 방향을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그동안 최종범열사 관련해 세 차례나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은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문제이며 바지사장인 하청업체가 사용자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하며, 고 최종범열사 사망 관련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권 변호사는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한 때”라면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지회를 중심으로 유족들이 대책위와 함께 결합해 삼성 본관 앞 노숙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도 오늘 중집회의를 열어 최종범열사 노숙농성투쟁을 결의한다.

▲ 故최종범 열사가 자결한지 한달여 째인 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 확대 발족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권영길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故최종범 열사가 자결한지 한달여 째인 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삼성은 열사의 주검 앞에 사죄하고 즉각 교섭에 응하라"며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를 확대 발족하고 투쟁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열사대책위를 지역대책위로 확대하고 전국적 대응에 나서서 삼성에 대해 합리적 해결을 촉구한다. 열사대책위에 이미 18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키로 했으며, 추가적으로 계속해서 참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삼성을 규탄하는 시국대회와 집중집회를 열어 삼성 문제를 알려내고,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센터 차원의 실천방안도 마련한다.

박석운 열사대책위 공동대표,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지난달 28일 삼성 태평로 사옥 앞에서 기도회를 연 최헌국 예수살기 목사도 발언을 통해 삼성의 간접고용 남용과 불법 행위로 말미암아 노동자들이 저임금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문제를 제기하고, 삼성 문제 해결에 끝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박성주 삼성전자서비스 경인지회 부지회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삼성은 최종범열사 죽음 앞에 사죄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또 위장도급과 불법고용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즉각 교섭에 나서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는 “오늘부터 최종범 열사의 유족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이 책임있게 사죄하고 즉각 교섭에 응할 때까지 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하고 “순박하고 뜨거웠던 영혼, 서른 세 살의 젊은 노동자 최종범열사의 꿈은 이제 6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모두의 꿈이 됐고, 이 땅 노동자 모두의 꿈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170여 개 단체로 확대된 최종범 열사대책위 구성 시민사회단체들은 전국에 산재한 170여 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와 삼성 관련 사업장에 대한 전 방위적 항의행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하고 “삼성이 책임있게 사죄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대책을 내놓고 교섭에 응할 때까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투쟁이 삼성 자본 앞에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대책위는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으로 이동해 다시 기자회견을 연 뒤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회견과 농성을 위해 유가족과 열사대책위가 서초동 삼성 본관 앞으로 갔지만 삼성은 이들에 대해서도 폭력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후 2시 40분 경 경찰과 삼성 경비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유가족들을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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